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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팔아 대박 친 <허핑턴포스트> 창업주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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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팔아 대박 친 <허핑턴포스트> 창업주의 실체

<FT> "뉴욕타임스가 아니라 저질 거대매체 될 것"

6년전 100만 달러로 시작한 미국의 인터넷 뉴스 매체 <허핑턴포스트>가 지난 7일 3억1500만달러(3465억원)에 팔렸다. 그것도 거의 전부가 현금으로 이뤄지는 거래다. 창업주 아리아나 허핑턴이 '인터넷 뉴스 매체의 대박 신화'를 창조했다는 소리가 나올 만하다. 6년만에 밑천의 300배를 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기심이 발동한 것일까. 미국의 주류 언론계는 허핑턴의 개인사와 이 매체를 인수한 AOL과 합병 이후의 <허핑턴포스트>의 앞날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워싱턴포스트> 등의 보도에 따르면 허핑턴의 개인사는 '진보를 팔아 대박을 노려온 이념의 장사꾼'으로 요약된다.

허핑턴은 1950년 그리스 태생으로 환갑이 넘은 이혼녀다. 그녀는 1997년 이혼한 뒤 2003년 AOL의 전 임원인 케네스 레러와 가까운 사이가 됐다.

▲ '인터넷 매체 대박 신화'의 주인공이 된 아리아나 허핑턴. ⓒAP=연합
보수 언론인에서 이혼 후 진보 언론인으로 변신

두 사람은 진보 성향의 인터넷 매체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즉각 실행에 옮겨 2005년 초기 투자금 100만달러로 <허핑턴포스트>를 창립했다. 초기 투자금 상당 부분이 레러에게서 나왔다. AOL에 지분을 넘기기 전 <허핑턴포스트>의 4대 주주는 허핑턴과 레러, 그리고 소프트뱅크 캐피탈, 오크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였다.

허핑턴은 진보 진영의 저명한 논객들을 고료도 거의 주지 않고 블로거 필진으로 대거 동원하는 능력을 가졌다. 그것이 <허핑턴포스트>가 급성장한 최대 비결이다.

문제는 허핑턴이 정말 진보적 이념에 충실한 배경을 지닌 인물이냐는 점이다. 이력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MBA 출신인 그는 1986년 석유재벌인 마이클 허핑턴 공화당 상원의원과 결혼했다. 결혼 이후 아리아나는 남편의 이념에 맞추 보수주의적인 시각의 칼럼을 쓰는 언론인으로 곧 유명해졌다. 공화당 내에서도 '깡보수'로 불리는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의 정치활동도 적극 도왔다.

1994년 남편이 상원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뒤 그녀는 3년만에 이혼했다. 이혼 후에는 민주당 인사들과 가깝게 지내며 진보진영의 저명한 논객으로 변신했다. 2003년에는 무소속으로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도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9일 이번 'AOL-허핑턴'의 인수합병을 분석한 기사에서, 허핑턴이 진보 이념을 팔아 대박을 노렸고, AOL의 CEO 암스트롱이 여기에 '봉' 노릇을 한 것으로 보는 시각을 내비쳐 주목된다.

아리아나 허핑턴은 AOL에 인수된 이후의 <허핑턴포스트>가 뒤죽박죽 잡탕의 저질 매체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만큼 똑똑한 여자이기에, 거의 현금으로 매각대금을 받아냈고, AOL은 <허핑턴포스트>를 인수하면서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할 바보같은 거래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 AOL과 합병된 이후 <허핑턴포스트>는 과연 세계 최고의 블로그 뉴스 사이트라는 명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다음은 '허핑턴이 현금을 취한 것은 잘한 일(Huffington is right to take the cash)'이라는 글의 주요내용이다.<편집자>

아리아나 허핑턴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당신과 동료 투자자들은 왜 매각 대금을 AOL의 주식보다는 거의 전부를 현금으로 받았느냐"고 묻자 눈하나 깜짝하지 않은 침착한 태도로 "현금을 받은 사람들보다 주식으로 받은 사람들이 훨씬 이익을 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 자신이 현금으로 받았다는 사실은 가볍게 무시한 답변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선택은 옳았다. AOL의 CEO 팀 암스트롱이 표현한 것처럼 "AOL에 합병된 허핑턴포스트는 인터넷으로 제공되는 최대의 프리미엄 콘텐트를 제공할 것"이라는 목표는 달성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허핑턴포스트의 투자자들도 암스트롱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디지털 형태로 제공되는 매체가 전통적인 의미에서 '주류언론'이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 것이다. 이제 뉴스 산업은 자산관리 산업처럼 진화하고 있다. '도 아니면 모' 식으로 중간은 거의 없다. 어느 정도의 자금과 종합지 성격의 뉴스 매체를 겸비한 중간 형태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설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업계는 저비용으로 뉴스를 양산하는 매체와 비싼 고급 매체로 양극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핑턴포스트>는 온갖 종류의 뉴스, 칼럼, 가십 등을 망라한 중간지대를 잡으려 하고 있다. 허핑턴은 "이제 우리는 26개 섹션을 보유하게 되었고, 누구도 이것을 '뒤죽박죽'이라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 <허핑턴포스트>의 헤드라인들을 보면 '뒤죽박죽'이라는 단어가 가장 정확히 묘사하는 표현이다.


디지털 시대는 거대한 고급매체로 성장하기 어려워

<허핑턴포스트>는 이 매체가 미래의 비전을 제시한 것을 두려워 하는 기존 매체들의 언론인들로부터 비웃음을 많이 받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을 요약하고, 노출이 심한 유명연예인들에 대한 이야기, 공격적이고 도발적인 기사들로 클릭 수를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들이 맞기는 하지만 그래서 어떻다는 건가? 그것이 디지털 뉴스산업의 막장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다른 매체들처럼 페이지뷰를 끌어올리는 방법인 것이 현실이다.

반면, 정보 시장에서 최고급 콘텐트는 더욱 더 전문화되고 틈새를 지향하고 있다. 예를 들어 <FT>는 뉴스레터 형식의 디지털 구독 사이트인 <브라질 컨피덴셜>와 <FT 틸트>를 론칭하고 있으며, <월스트리트저널>은 온라인 구독자들에게 '프로'를 위한 섹션을 추가했다. 이런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암스트롱은 <허핑턴포스트>가 경영학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이 말하는 '저비용의 파괴적 혁신자'에서 <뉴욕타임스>를 능가하는 고급 매체로 발전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월 2500만명의 방문자와 4억4000만 건의 페이지뷰를 자랑하는 <허핑턴포스트>는 이미 온라인 독자 규모와 범위 면에서 <뉴욕타임스>에 육박하고 있다. 여기에 질과 기사와의 관계를 고려한 광고를 붙일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허핑턴포스트>는 구독료 매출은 없으며, 야한 사진과 검색어를 치고 들어오는 독자들을 겨냥한 광고와 구독료를 내는 독자를 겨냥한 광고 수입에는 커다란 간극이 있다.

이것 저것 끌어모으는 콘텐츠로 매체를 만드는 방식은 진입장벽이 매우 낮고, 값싼 콘텐츠들은 인터넷상에 차고 넘친다. 페이지뷰를 향한 경쟁을 벌이는 무료뉴스 매체들은 갈수록 저질화되고 있는 반면, 전문적 콘텐츠를 제공하는 매체들은 고급화를 지향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가 종이 매체로서 머물렀던 중간지대는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면서 건너가기 힘든 '끊긴 길'이 되었다. '프리미엄 콘텐츠'를 제공하는 회사가 되기 위한 비용이 너무 높아진 것이다.

허핑턴은 이러한 간극을 저렴하게 메우려는 시도를 해왔다. 하지만 너무 지나쳤다. 그녀는 이 사실을 알 정도로 똑똑한 여자다. 그것이 그녀와 그녀의 투자자들이 AOL로부터 현금을 받고 <허핑턴포스트>를 매각한 이유다.

"AOL의 <허핑턴포스트> 인수, 미래 전략이 아니라 위기를 넘기려는 안간힘"

시사주간지 <타임>도 <허핑펀포스트>의 앞날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AOL과의 합병은 짧은 기간에 세계 최고의 블로그 뉴스매체로 성장한 <허핑턴포스트>의 장점을 잃어버리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미 <허핑턴포스트> 사이트에는 AOL에게 매각했다는 소식에 대해 "즐겨찾기에서 이 사이트를 삭제할 때가 된 것 같다", "너무 실망스럽다"는 등 독자들의 부정적 반응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허핑턴포스트>를 인수한 AOL의 앞날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AOL-타임워너 합병'처럼 대실패로 끝날 미디어간 합병이라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인수를 발표한 7일 AOL의 주가는 3.42% 떨어진 주당 21.19달러로 마감했다. 시가총액 자체가 며칠 만에 <허핑턴포스트> 인수 가격 정도인 3억 달러나 감소했다.

<뉴욕타임스>는 한때 <허핑턴포스트> 인수를 검토했던 야후의 전 최고경영자(CEO) 말을 빌어 "AOL이 망할 때가 다 됐다"고 지적했다.

AOL의 이번 합병은 미래의 비전을 달성하려는 전략이라기보다는 위기를 넘겨보려는 안간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AOL 사이트 방문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터넷전화 가입자 수는 2003년 2670만명에서 현재 385만으로 대폭 줄었다. 지난해 온라인 광고 매출 또한 전년 대비 26%나 감소한 12억8000만달러에 그쳤다.

AOL이 지난해 9월 인수한 기술 전문 뉴스매체 <테크크런치>의 창업자는 이번 합병에 대해 "미친 짓"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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