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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주범, 미국‧유럽은 왜 '구조조정' 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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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주범, 미국‧유럽은 왜 '구조조정' 안하나?"

[해외 시각] "아시아는 더이상 서방을 봐줄 수 없다"

지난 1997-98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때, 미국과 서유럽 등은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정실자본주의나 회계의 불투명성 등 아시아의 잘못된 관행이 위기를 불러왔다고 훈계하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2008년 시작된 세계금융위기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위기의 시발이라는 점에서 미국이 발원지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또한 엄청난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등으로 세계경제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유럽 역시 그리스, 포르투갈 등 남유럽국가들의 공공부채 위기로 세계경제의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경제위기는 '미국·유럽 경제위기'라 부를 수 있다. 또한 미국과 유럽은 스스로의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마땅히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은 세계 경제위기의 근원을 없애기 위해 이러한 노력을 하고 있을까? 과거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한국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이 겪어야 했던 구조조정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인가? 혹시 자신들이 겪을 사회적 고통을 피해가기 위해 자신들의 책임은 뒷전에 미뤄 두고 중국 위안화 탓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칼럼 '아시아는 서방 국가들을 봐줄 만큼 봐 줬다'(Asia has had enough of excusing the West)'을 통해 미국 및 유럽에 대한 아시아의 이같은 비판적 시각을 소개했다. 키쇼어 마부바니 싱가포르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 학장은 이 칼럼에서 "이제 세계는 변했으며, 미국과 유럽은 예전 금융위기 때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에 처방했던 '쓴 약'을 먹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아시아는 서방 국가들을 봐줄 만큼 봐 줬다

대부분의 경제 위기는 그 위기가 발생한 근원 국가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다. 예를 들면 1994~95년의 '멕시코 페소화 위기'와 1997~98년의 '아시아 외환위기' 등이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세계 경제 위기의 진원지가 어딘지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논리적으로 이름 붙이자면 이번 위기는 '서구 경제 위기'라고 불러야 한다.

이렇게 이름붙이기를 주저하는 것은 미국과 유럽이 또다시 어떤 개혁을 하는 것을 피하고 싶어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세계의 다른 국가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은 이를 매우 우려하고 있다. 심지어 서방 국가의 지도자들은 다른 나라들의 눈에 자신들이 어떻게 비치는지도 모른다.

이번 위기 이전에 아시아 정책결정자들은 서구 국가들을 보고 배우려 했으며, 경제와 금융에 대해서는 서구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이 크나큰 실수를 저지르면서 (서구에 대한) 존경은 불안으로 바뀌었다. 서구 국가들이 이런 분위기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시아 사람들이 지나치게 예의바르기(polite) 때문이다. 때때로 나와 같은, 상대적으로 무례한 아시아 사람들에게서 아시아인들의 진짜 생각이 어떤 것인지 들을 필요가 있다.

다행히 다른 사람들도 입을 열기 시작했다. 라케시 모한 전 인도은행 부총재는 미국 은행과 금융 당국을 강하게 비난하며 "우리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우리보다 나을 게 없다면, 우리는 스스로 생각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류밍캉(劉明康) 중국 은행감독위원회 주석은 미국의 금융 개혁은 "환자가 죽고 나서 의사가 도착한 격"이라고 비꼬았다.

이런 감정은 현재 아시아 전역에 퍼져 있다. 만약 태국과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그렇게 예의바른 사람들이 아니라면 그들은 미국에게 "이제 (97-98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 우리에게 처방했던 쓴 약을 당신들이 먹어야 할 때다. 버는 것 이상으로 쓰는 과분한 생활은 멈춰라"고 말할 것이다.

▲ 마부바니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 학장은 세계 경제위기의 원인은 아시아가 아닌 서구에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파스칼 레이미 세계무역기구(WTO)사무총장(왼쪽)과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뉴시스

아시아가 우려하는 것은 미국과 유럽이 재정 긴축에 실패하면 곧 세계 경제가 비참한 지경에 놓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물론 미국이 허리띠를 졸라맨다면 미국의 소비와 수입이 감소해 세계 경제도 고통받을 것이다. 하지만 고통이 없는 해결 방법은 없다. 미국이 개혁을 해야만(gets its house in order) 아시아가 좀더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미국이 경제를 회생시키겠답시고 돈을 더 풀면서 실수를 추가로 저지른다면 세계 경제 전체가 불안정해질 것이다. 유럽의 상황도 딱히 더 나을 게 없다. 케네스 로고프 미 하버드대 교수(경제학)는 "유로존의 거시경제 정책은 여러 차원에서 사리에 맞지 않으며, 언제 시작될지도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미국과 유럽은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가? 국내적으로 보면, 정치적으로 아무리 어렵더라도 미국은 재정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늘려야 한다. 유럽은 흠집투성이인 유로화 단일통화 체제를 손봐야 한다. 구제금융 기금을 철저히 조사하고 마스트리히트 조약 이후 독일의 '그랜드 바겐'을 주변국들과 함께 재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제적으로 보면, 아시아는 미국과 유럽이 금융투기자본 규제에 관해 좀더 단호한 태도를 보이기를 바란다. 최근 G20회의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양 측이 모두 희생할 의지가 없음을 보여줬다. 다음 회의에서라도 G20은 충분히 강하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규제 방안을 반드시 만들어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이로 인해 자국이 손해를 보더라도 말이다.

미국과 유럽은 또다시 지배적 위상을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위안화와 같은 희생양을 찾으려 해서는 안 된다. 물론 위안화는 재평가돼야 하지만 설사 위안화가 20% 절상되더라도 이것이 미국과 유럽의 운명을 바꿀 수는 없다. 오직 그들 국가 내에서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이루는 것만이 해결책이다.

가장 근본적으로, 우리는 미국과 유럽이 전 세계의 주인인 양 으스대는 태도를 버리기를 바란다. 이들은 권력을 공유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는 IMF에서의 투표권과 같은 구체적인 개혁 조치들을(미국과 서유럽에 편중된 투표권을 현재의 경제력에 걸맞게 아시아에 양보하라는) 의미한다. 우리는 또한 이들이 아시아 국가들을 동등한 상대로 받아들이도록 태도를 바꿀 것을 바란다. 오직 이러한 변화가 있을 때에만 도하 라운드나 기후변화 협상, 통화체제 관련 논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아시아인들이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서방 국가의 지도자들은 아직도 자신의 국민들에게 진실을 말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세계는 이미 변했다는 진실 말이다. 그들의 국가는 이제 자신들이 예전에 다른 나라들에 처방했던 구조조정을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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