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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 이집트…민주화 시위 '운명의 날'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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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 이집트…민주화 시위 '운명의 날' 맞을까

17세 소년 경찰 총에 사망…엘바라데이 귀국 등 정세 격변

이집트의 민주화 시위가 나흘째인 28일(현지시간) 중대한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새벽부터 이집트에는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정오에는 수백만 명이 시내 각 이슬람 사원에 금요기도회 참석을 위해 모일 예정이며, 이후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경찰 테러 진압 부대를 수도 카이로에 투입하는 등 초강경 대응 태세를 이어가고 있다. 카이로 시내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최정예 테러 진압 부대가 시내 요소요소에 배치됐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대테러부대는 이번 주 가장 큰 규모의 시위가 벌어졌던 타즈히르 광장 등 중요 지점들을 지키고 있다.

시위대는 이집트에서 영향력이 큰 '무슬림 형제단'의 지지와 야권의 유력 인사로 부상한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귀국 소식으로 고무됐다. 이에 이집트 보안 당국은 이날 새벽 무렵 최소 5명의 무슬림 형제단 간부와 이 단체 출신 국회의원이었던 인물 5명을 긴급 체포했다. 이 단체의 변호사 압델 모네임 압델-마크사우드는 <AP>에 이같은 소식을 전하며 이 외에도 경찰은 많은 수의 무슬림 형제단 회원들을 잡아갔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이집트의 인터넷 서비스도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저녁부터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사이트가 불통됐고 휴대폰 문자메시지와 메신저 서비스도 중단됐는데, 곧이어 인터넷 서비스도 중단됐다는 것. 이탈리아에 기반을 둔 이집트 최대의 서버 호스트 업체 '시본'은 28일 오전 0시 30분까지는 인터넷 접속에 아무 문제가 없었으나 이후 갑자기 문제가 발생했다고 <AP>에 알렸다.

17세 소년 시위 중 경찰 총에 맞아 사망

전날 카이로에서는 사흘째 시위가 이어졌고 수에즈, 이스마일리야 등 지방에서도 집회가 계속됐다. 시나이 지역에서는 베두인족 시위대 1명이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 이번 시위 사망자는 7명으로 늘었다.

<AP>는 약 300명의 베두인 시위대가 경찰서를 둘러싸고 로켓 수류탄을 발사해 경찰서 건물 외벽에 손상을 입혔고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총격전을 벌여 1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고 전했다. 희생자는 17세 소년인 모하메드 아테프로 총에 맞은 이후 동료 시위대에 의해 옮겨졌으나 곧 숨졌다. 그가 총에 맞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은 현지 언론과 <AP> 텔레비전 뉴스 등을 통해 퍼지고 있다.

모든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한 경찰은 27일 몇 명이라도 모이면 즉각 달려가 해산 및 체포 작전을 전개했다. 몇몇 도시에서 밤늦게까지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고 특히 수에즈에서는 당국이 시위대의 시신 1구를 넘겨주지 않자 성난 시위대가 정부 건물에 불을 지르는 등 격렬한 충돌이 빚어졌다. 경찰은 건물에 불을 지르려는 시위대에게 고무 총탄과 최루탄을 쏘아 진압했다고 한 목격자가 <파이낸셜타임스>에 전했다.

▲ 시나이 반도 북부의 셰이크 주웨이드에서 모하메드 아테프(17)가 경찰의 총에 맞자 동료들이 그를 옮기려 하고 있다. 그러나 아테프는 곧 숨을 거두었다. ⓒAP텔레비전 뉴스 화면캡처

금요기도회 집결로 '분수령' 맞을까?

시민들과 언론들은 28일 오후와 이어지는 주말을 이번 민주화 시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슬람교 고유의 '금요기도회'를 위해 이집트 전역에서 수백만 명이 28일 정오 이슬람 사원에 모이는 점도 주요 변수로 지목된다.

야권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엘바라데이 전 IAEA 사무총장이 27일 전격 귀국한 것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엘바라데이 전 총장은 이집트에서도 튀니지와 같은 혁명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오후 7시경 카이로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엘바라데이 전 총장은 일성으로 "정권을 압박하기 위해 거리로 뛰쳐나갈 필요가 없기를 바란다"며 정부의 대응 여하에 따라 평화적 해결의 여지를 남기면서도, 시위에 참여할 뜻을 내비쳤다.

엘바라데이는 "우리는 변화를 요구했으나 현 정권은 우리의 말을 듣지 않았다"면서 "이제 두려움의 장벽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정부에게) 돌아갈 곳은 없다. 나는 이 정부가 폭력을 멈추고, 국민들에 대한 구금과 고문을 중단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엘바라데이는 귀국 직전 오스트리아 빈 국제공항에서 30년 동안 장기 집권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이제 사임해야 할 때라며 "내일 이집트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릴 것이고, 나는 그들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집트 국민들을 "나의 국민들(my people)"이라고 부르며 "그들을 이끌거나 조직하고 관리하고, 정치적‧영적‧도덕적으로 지원하는 등 내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하겠다"고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만약 국민들이, 특히 젊은이들이 나에게 변화를 이끌기를 요구한다면 나는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나에게 중요한 것은 평화로운 변화를 통해 새로운 정부와, 새로운 이집트를 보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27일 오후 귀국한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IAEA 사무총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화제의 인물 엘바라데이는 누구?

엘바라데이는 이집트 외교관 출신으로 1997년 IAEA 사무총장에 선임됐고 2001년 재선, 2005년 3선에 성공했다. 그는 미국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의혹을 제기했을 때 이를 반박해 당시 미국의 부시 행정부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또 그는 2005년 IAEA와 함께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노벨위원회는 '원자력 에너지가 군사적으로 전용되는 것을 막고 평화적으로 사용되도록 이바지했다'고 수상자 선정 이유를 밝혔다.

2009년 12월 IAEA 총장 임기를 마친 후 귀국한 그는 헌법 개정 운동을 벌이는 등 이집트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 그의 헌법 개정 운동은 무슬림 형제단 등 야권의 지지를 얻었다고 <AP>는 전했다. 지난해 11월 총선을 앞두고는 선거가 집권당에 유리하게 조작될 가능성이 크다며 선거 거부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5일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변화를 요구하는 모든 평화로운 행동을 지지한다"며 "정권은 개혁을 요구하는 주장을 묵살했고, 거리로 쏟아져 나가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 됐다"며 정부를 비판하고 시위대를 지지했다. 그는 "현 상황을 참지 못하는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결의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면서 "나는 시위대가 자제를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민주화 시위가 정말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은지를 묻자, 그는 "시위대는 역사적인 과정의 시작을 알렸다"며 "이집트인들은 자신의 운명을 자신의 손으로 결정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근대 이후 역사에서 최초로 이집트인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준비가 됐다"며 "정권이 퍼트린 두려움의 문화는 깨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며 "시위는 수십 년 동안 가장 큰 규모이며 눈덩이가 구르듯 커지고 있고 이제 곧 눈사태로 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 조국은 혼란을 맞이할 수 있다"면서도 "자유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맑스주의자들로부터 무슬림 형제단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은 안정이 우리의 목적이 돼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국민들은 단지 민주주의뿐 아니라 경제적인 고통의 해소도 원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국민의 40%가 하루 1달러도 벌지 못하는 나라에서 그런 요구는 당연하다"며 "이집트의 경우에 시위는 기본적인 요구들을 포함하며, 이것이 튀니지와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튀니지에는 폭넓은 중산층이 있었지만 이집트는 가난하고 절망적인 사람들이 폭동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무바라크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시위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엘바라데이는 이에 대해 "속지 말아야 한다"며 "무바라크는 평온함을 유지한 듯 보이지만 이는 단지 겉치장일 뿐 사실은 극도로 불안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무바라크는) 지금껏 국민들의 말을 들은 적이 없고 지금도 그렇다"며 "나는 여러 차례 그에게 경고했으나 그는 듣지 않았고 이제 결국 이런 상황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나는 보안군이 시위대에 폭력을 행사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무바라크 대통령은 상황이 커지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보편적인 시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무바라크 대통령은 선거까지 기다리지 말고 민주적인 헌법 개정을 통해 자유로운 선거를 보장해야 한다"며 "지난 29년간 유지됐던 계엄법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양보 없이는 무바라크 정권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슈피겔>은 무슬림 형제단이 정권을 장악하면 이스라엘에 대한 전쟁을 선포할 것이라는 이스라엘 측의 우려가 있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엘바라데이는 "무슬람 형제단을 악마화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며 "그런 관점은 무바라크의 압제를 견디거나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이 조성하는 혼란을 맞이하는 둘 중의 하나를 택해야 한다는 것으로,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무슬림 형제단과는 차이점이 많지만 그들은 50년 동안 어떤 폭력도 저지르지 않았다"며 "그들 역시 변화를 원하고 있고, 만약 민주주의와 자유를 원한다면 우리는 그들을 무시하지 말고 참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이 주변국으로 확산될 것인지를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아마 우리는 지금 '아랍의 봄'(1968년 '프라하의 봄'에 빗대어)의 첫 신호를 지켜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웃나라들은 언제나 선구적인 역할을 해온 이집트를 지켜보고 있다. 나는 내 조국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첫 나라들 중 하나가 되길 희망한다. 튀니지 국민들이 해낸 것(혁명)을, 우리 이집트인들 역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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