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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신년연설 화두 '경쟁력', 누굴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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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신년연설 화두 '경쟁력', 누굴 위한 것인가"

크루그먼 "대기업 감세와 규제완화는 또다시 재앙 초래"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경쟁력을 기르자"고 말한다면 이 발언에 흠잡을 데가 있을까? 있다. 미국처럼 '부자 경제'와 '서민 경제'로 두 동강 난 나라라면 말이다.

이런 나라에서 대통령이 '경쟁력'을 모든 국민과 관계있는 가치로 역설하는 것은 '대국민 사기극'이고, 이런 말에 감동하는 서민에게는 그저 '신화'일 뿐이다.

미국의 시사격월간지 <애틀랜틱>은 신년호에서 오늘날 세계는 이른바 연봉 '퉨티밀리언(Twenty Million)' 즉 우리 돈으로 200억 원이 훌쩍 넘는 초갑부(super rich) 들이 움직이는 '금권지배체제(Plutocracy)'라고 규정했다.

이런 시대에 주류 경제학은 과학을 가장해 '슈퍼 리치'에 영합하는 곡학아세의 학문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부자 감세'가 서민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대표적이다.

물론 양극화된 경제제체의 심각성에 대해 경고하는 학자들도 없는 것은 아니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진보의 양심'을 자부하는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도 그 중에 하나다.

크루그먼 교수가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쓴 '경쟁력이라는 신화(The Competition Myth)'라는 칼럼도 이런 시각을 잘 보여준다.

그는 이 칼럼을 통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리 밝힌 신년연설의 핵심 내용이 '경쟁력 강화'라는 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오바마가 말하는 경제회복을 위한 경쟁력 강조는, 고용과 장기성장 기반 강화를 통한 경제회복이 아니라, 대기업에 대한 감세와 규제완화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내용(원문보기)이다.<편집자>



▲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5일 밤(현지시간) 신년연설을 통해 '경쟁력 강화'를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쟁력 강화'의 구체적 내용은 재선을 위해 재계에 영합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미국의 경제침체가 대기업 경쟁력 약화 탓인가?

오바마 대통령은 신년연설(우리 시간으로 26일 오전)을 앞두고 지난 주말 라디오 주례연설에서 핵심 주제를 밝혔다. "우리는 세계 어떤 나라보다 앞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이다. 또한 경제회복자문위원회(ERAB)는 '일자리 및 경쟁력 위원회(CJC)'로 명칭을 바꾸고 위원장에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을 임명했다.

정부지출은 나쁘다고 세뇌된 대중에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공투자가 절실하다고 설득하기 위해서 말하는 것이라면 현명한 정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을 외면하고 자기기만적인 해석을 하지 말자.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제시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현실을 오도하는 것이다. 기껏해야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잘못 진단한 것이다.

최악의 경우, 경쟁력 강화를 외치는 정치는 "기업에게 좋은 것이 미국에게 좋다"는 엉터리 판단에 기초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도대체 현재 미국의 처한 경제 난국이 경쟁력 부족에서 비롯된다는 진단이 말이 되는가? 수출을 더 많이 하고, 수입을 덜 하면 국내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처럼 경제가 침체된 유럽과 일본에게도 이런 얘기는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미국 경제가 도탄에 빠진 것은 금융위기 때문이지, 미국의 기업들이 외국 기업들에 비해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 아니다.

'주식회사 미국'이라는 발상이 정말 경제에 도움이 될까?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주식회사로 간주하는 사고 방식은 도움이 될까? 그렇지 않다.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해 수익을 늘리는 기업 경영자가 성공적인 경영을 했다고 평가받는다면 말이 될까?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비슷하다. 고용은 침체돼 있는데, 기업의 수익은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것이 성공적인 경제인가?

이런 와중에 오바마 행정부가 경쟁력 강화라는 강조하고 나선 것은 어떤 의미인가? 일자리 창출과 장기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공공투자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면 좋겠다.

하지만 달갑지 않은 해석이 진실일 가능성이 더 크다. 오바마와 그의 경제팀은 그동안 자신들이 재계에 대해 지나친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경제가 나빠지고 있고, 미국이 해줄 일은 기업에 대한 감세와 대대적인 규제완화라고 확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재선을 위해서 재계에 영합하나

2008년 금융위기는 스스로를 규제한다는 시장경제를 믿으면 어떻게 되는지 객관적인 교훈을 안겨준 사건이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일지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것 같다.

오바마가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잘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의 지지도가 올라가고, 경제가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재선 전망도 상당히 밝아보인다.

하지만 2008년 경제 재앙을 초래한 이데올로기가 다시 득세를 하고, 또다시 재앙을 부를 때까지 군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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