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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수단 자결권 존중? 자기네 국익 존중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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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수단 자결권 존중? 자기네 국익 존중이겠지…

[월러스틴의 '논평'] 미국도 중국도 南수단 독립 찬성하는 진짜 이유

"민중의 자기 결정권이라고? '자기' 결정권이긴 한 건가?
(Self-Determination of Peoples? Which Self?)

21세기의 기본적인 원칙(guiding mantras)은 민중의, 또는 국민의 자기 결정권이다. 이는 누구나 이론적으로는 인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 '자기결정권'(self-determination)이란 매우 까다롭고 애매한 문제다. 가장 어려운 점은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자기'(self)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한 번도 의견이 일치된 적이 없다. 식민지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간단한 문제다. 하지만 이미 주권 국가로 인정받고 있는 나라의 경우 '자기'란 무엇이냐에 대한 생각은 매우 분열돼 있고, 그 문제로 인해 폭력 사태도 발생하곤 한다. 이 문제는 지금 가장 큰 뉴스가 되고 있다. 아프리카의 수단 남부에 거주하는 '민중'들이 기존 수단의 일부로 남을 것인가, 독립해 새로운 나라를 세울 것인가를 놓고 국민투표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모든 나라의 권력층은 예외없이 우리가 '자코뱅주의적'이라고 부르는 태도를 취한다. 그들은 나라의 모든 시민들이 국민(nation)으로, 이미 그 운명이 정해져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국민 국가(nation-state)에 대해 말할 때 보통 이런 자코뱅주의의 원칙들이 정치적 주의주장이라기보다 현실인 것처럼 여긴다. 자코뱅주의자들은 국가와 시민 사이에 있는 '중간 그룹들'의 정당성과 권리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국가가 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그룹이 아니라 개인이 권리를 갖고 직접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모든 나라에는 또한 이런 생각에 반대하는, '소수'로 불리는 사람들도 예외없이 존재한다. 이들은 자코뱅주의자들의 주장이 '지배적' 집단의 이익을 은폐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로 인해 지배 그룹에 속하지 않은 다른 사람들은 무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소수파들은(비록 이들이 수적으로는 다수를 점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룹의 권리가 인정되지 않으면 국가 운영에 동등한 참여를 보장받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스스로에게 어떤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느끼는가? 때로는 언어의 권리다. 법과 교육, 언론 영역에서 '공식' 언어와는 다른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때로는 종교적 권리다. 이는 공인된 종교와는 다른 종교를 공개적으로 믿을 권리이며 자신들의 종교가 규정한 법에 따라 시민사회의 일상을 처리할 수 있는 권리다. 또한 때로는 땅에 대한 권리가 문제가 된다. 국가가 정하는 현재의 규칙과는 달리 전통적인 규칙에 따라 땅을 소유할 수 있는 집단의 권리를 말한다.

▲ 한 수단 여성이 14일 투표소를 찾아 투표 용지를 수령하며 지문을 날인하고 있다.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수단 남부에서는 북부 아랍계가 지배하는 지역으로부터의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 투표가 시행됐다. ⓒ뉴시스

이들 소수 그룹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두 가지 전략이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사회 및 법률과 관련된 많은 분야에서 자치권(autonomy)을 인정받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만약 이 그룹이 특정 지역에 몰려 있다면, 분리 독립을 추구하는 것이다. 많은 경우에 이 두 가지 방법은 서로가 서로의 대안이 되곤 한다. 예를 들어 어떤 그룹이 자치권을 획득하려는 시도에 실패하고 나면 분리 독립을 꾀하기도 한다. 또는 분리 독립 노력이 정치적‧군사적 탄압에 직면하면 이들은 자치권을 인정받으려고 한다.

터키나 이라크의 쿠르드 족은 분리 독립을 꿈꿨지만 지금은 자치권을 인정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캐나다 퀘벡 주의 프랑스어 사용 지역도 마찬가지다. 남부 수단 사람들은 이와 반대로 분리 독립 쪽으로 갔다. 세르비아의 코소보 지방과 같은 방식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이 단지 한 국가 내부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권 국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른 주권 국가들이 이 나라를 정통성 있는 실체로 인정해야 한다. 오늘날 (그리스계 남 키프로스와 통일 논의가 진행 중인) 터키계인 북 키프로스는 단 하나의 나라(터키)에서만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므로 북 키프로스는 사실상 자신들의 영토를 지배하고 있지만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에 가입할 수 없다.

또 코소보가 세르비아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했을 때 유엔 회원국들 중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의 나라들만이 이들의 독립을 인정했다. 이때 어떤 나라들이 어떤 이유로 코소보의 독립에 반대했는지 살펴보면, 몇몇 유럽 국가들과 특히 중국, 러시아는 코소보의 사례가 일종의 선례가 될까 두려워했다. 그들은 코소보인들이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언한다면, 그들 나라의 유사한 처지에 놓인 집단이 이를 선례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은 코소보의 독립이 그들의 지정학적 이익에 도움이 됐기 때문에 코소보의 독립을 부추기고 이를 즉각 승인했다. 이들은 코소보에 정치적‧경제적 도움을 주기가지 했다.

1967년 비아프라가 나이지리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을 때의 상황은 이와 달랐다. 거의 모든 아프리카 국가들은 반란군을 진압하려는 나이지리아 정부의 노력을 지지했다. 이들은 비아프라의 독립이 대개 제국주의 국가들의 편의에 의해 현재의 국경선이 정해진 아프리카의 상황에 비춰볼 때 끔찍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아프리카의 국경선은 민족별 거주 지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그게 얼마나 '인공적'이든 간에, 유일하게 그들 간 공동의 질서를 보장해 주는 현재의 국경선을 유지하고 싶어했다.

지금 남부 수단에서 진행 중인 국민 투표에서는 분리 독립을 지지하는 의견이 압도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전에 비아프라를 인정하지 않았던 아프리카 국가들과,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았던 중국은 이번에는 남 수단을 새로운 독립국가로 인정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게다가 국내적으로 분리 독립으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나라들도 새로운 국가를 인정할 것으로 보인다.

왜일까? 답은 간단하다. 여기엔 지정학적 이유가 있다. 중국은 새로운 독립 국가가 될 남 수단과 미래에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한다. 대규모 원유 수출국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원유 구입에서의 이득이 (티벳과 같은) 중국에서의 분리 독립주의자들에 대한 우려를 앞지른 것이다. 현재의 수단 정부도 새로운 국가를 인정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남 수단의 분리 독립이 평화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인정하는 조건으로 현재 미국의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는 등의) 대(對) 수단 정책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양측이 이미 합의에 다다랐다는 것이 기정사실화한데 압도당했다. 게다가 이들 중 많은 수는 남부 수단의 나일라틱(Nilotic, 나일강 유역의 민족이라는 뜻) 족이 아랍인들로 구성된 정부의 지배하에 있는 상황에 대해 동정을 느끼고 있다.

21세기에 자코뱅주의적인 주장은 대개의 나라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소위 '소수자' 집단이라고 불리는 이들에게 진정한 문제는 자치권인가 분리 독립인가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더 나은 대안일까? 일반적인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각각의 상황에 따라 다르다. 인구학적, 역사적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무엇이 논리적으로 최선의 방안인지, 상황에 최대한 적합한 방법인지는 경우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분리 독립으로 탄생한 어떤 새로운 국가에서도 곧 내부적으로 '소수 집단'이 생겨난다. 논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또한 2차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 있다. 자치권이냐 분리 독립이냐의 결정은 지정학적 영향을 가져온다. 그리고 이는 전체 세계체제에서의 끊임없는 투쟁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중요하다. 모든 세력들은 자신들의 국익을 추구하며 이들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는 상황에 따라 정반대로 달라질 수도 있다. 왜냐 하면 원래 이들 외부 세력들은 그 결정으로 인해 발생할 지정학적 영향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종종 상황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곤 하는 이들 외부 세력들의 원래 역할이다.

* <월러스틴의 '논평'>은 세계체제론의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가 매달 1일과 15일 발표하는 국제문제 칼럼을 전문번역한 것입니다. <프레시안>은 세계적인 학자들의 글을 배급하는 <에이전스글로벌>과 협약을 맺고 월러스틴 교수의 칼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1월 15일 논평 원문보기)

* 저작권 관련 알림: 이 글의 저작권은 이매뉴얼 월러스틴에게 있으며, 배포권은 <에이전스 글로벌>에 있습니다. 번역과 비영리사이트 게재 등에 필요한 권리와 승인을 받으려면 rights@agenceglobal.com으로 연락하십시오. 승인을 받으면 다운로드하거나 전자 문서로 전달하거나 이메일로 보낼 수 있습니다. 단 글을 수정해서는 안 되며 저작권 표시를 해야 합니다. 저자의 연락처는 immanuel.wallerstein@yale.edu입니다. 월러스틴은 매월 2회 발행되는 논평을 통해 당대의 국제 문제를 단기적인 시각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망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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