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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교회 테러로 기독교인 분노 폭발, 내전으로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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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교회 테러로 기독교인 분노 폭발, 내전으로 비화?

전문가 "가능성은 낮아…일부 극단주의 세력의 소행일 뿐"

새해 벽두부터 이집트의 한 기독교 교회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 종교간 갈등이 내전으로 비화하거나 정치적 충돌로 번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집트는 오랜 동안 권위주의 정권의 통치 하에 있어서 국가 기구와 경찰의 사회 장악력이 높다"며 '급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지난 1일 이집트 북부 알렉산드리아의 알키디신('성인'이란 뜻의 아랍어) 교회에서는 차량 폭탄 테러로 21명이 사망하는 참극이 빚어졌다. 사건 직후 이 교회 기독교인 수백 명은 거리로 뛰어나와 인근 이슬람 사원에 돌을 던지는 등 과격한 행동으로 이슬람교도 및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이 교회는 이집트의 기독교 종파인 '콥트'교에 속하며 콥트교인은 이집트 전체 인구 중 10%에 달한다.

현지 경찰은 사건 배경을 수사 중이다. 사건 직후 17명이 경찰에 조사를 받았으며 이 중 10명은 바로 풀려났지만 7명은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현지 보안 소식통이 2일(현지시각) 전했다. 경찰은 알카에다 등 국제 테러 조직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델 라비브 알렉산드리아 주지사도 1일 "알카에다 조직은 이집트의 교회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해 왔다"며 알카에다를 이번 사건의 배후로 지목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알카에다 연계 조직인 '이라크이슬람국가'(ISI)는 콥트 교회가 이슬람교로 개종한 여성 2명을 수도원에 억류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들을 풀어주지 않으면 모든 기독교인을 공격의 표적으로 삼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 지난 2일 밤(현지시각)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시내의 이슬람 사원 앞에서 기독교인들이 교회 폭탄테러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엄마, 테러 또 나?"

기독교 신자들은 2일 이번 폭탄 테러를 규탄하며 이틀째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수도 카이로에서는1000여 명의 기독교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위대는 오스만 모하케드 오스만 경제개발장관 등 정부 인사의 차량에 돌을 던지며 항의의 뜻을 표시했다. 이집트 최고 이슬람교 기구인 알아즈하르의 지도자 알타이브의 차량도 시위대에 가로막혔다.

아랍계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이집트 경찰이 교회 인근에 더 많은 경관을 배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성모 마리아상 등 조각상들이 쓰러지고 예배당 내의 긴 의자에도 폭발의 흔적이 남아 있다며 교회 내부의 모습을 알렸다.

이집트 유력 일간지 <알아흐람>은 한 9세 소녀가 엄마의 팔을 잡아당기며 "엄마, 또 테러 나는 거야?"라고 물었다며 이 사건을 바라보는 이집트 국민들의 불안감을 전했다. 두 아이의 어머니인 여성 메리 사드도 이 신문에 "사건 당시 예배에 참석하고 있었던 내 아이들은 길거리에 사람의 팔과 신체 일부분이 조각조각 널려 있는 광경을 봤다"며 "아이들이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신문은 이 교회 신자인 소산 압둘 마시의 말을 인용해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63세의 남성인 마시는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1970년대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종교간 민감성이 증가했고 현재 젊은 세대는 편협한(intolerant) 감수성을 갖고 있다"고 우려했다. 사다트 전 대통령은 젊은 시절 '무슬림형제단'에 동조적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공산주의 세력을 억압하기 위해 이슬람 정체성을 강조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교황 "신에 대한 공격" vs 이슬람 지도자 "기독교도만 사람이냐"

기독교인들의 시위가 계속되자 이 사건이 종교 간 갈등으로 비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일부 현지 언론들은 종교 간 갈등이 내전을 촉발할 가능성을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일간지 <로즈알유세프>는 "이 나라가 폭발하기를 바라는 무리가 있다"며 "우리는 종교간 내전을 유도하려는 시나리오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신문들도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알쇼루크>는 기독교 신자들이 선동에 놀아나서는 안될 것이라며 "그럴 경우 고립을 더 심화시켜 선동자들로 하여금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신문은 "콥트교인들이 이슬람 이웃들과 충돌한다면, 지난 1975년 4월 레바논에서 일어났던 내전이 이곳에서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종교 지도자들 간의 시각이 엇갈린 것도 종교 간 갈등의 우려를 부채질했다. 2일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이번 테러는 신에 대한 공격"이라며 규탄하는 발언을 하자 이집트의 최고 이슬람기구 지도자 알타이브는 "이집트 문제에 대한 간섭"이라고 반박했다. 알타이브는 "나는 교황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왜 교황은 이라크에서 수많은 이슬람교도들이 희생될 때 이들에 대한 보호를 요청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중동 전문가인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알타이브의 발언은) 기본적으로 무슬림들이 보기에는 콥트교도들이 믿는 하나님과 이슬람의 알라는 같은 신인데, 이번 테러를 신에 대한 공격으로 보는 것은 잘못됐다는 반박"이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이번 사건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교황이 그런 발언을 하면 반향이 크기 때문에 친정부 성향의 이슬람교 기구 알아즈하르는 이를 무마하고자 한 것"이라고 알타이스의 발언 배경을 풀이했다. 실제로 라비브 알렉산드리아 주지사도 "이번 사건은 종교 간 분파주의와 무관하다"면서 이번 사건은 이집트 내의 종교 갈등이 아니라 국제 테러리스트들의 소행임을 강조했다.

"내전 가능성은 낮아…일부 과격분자 소행"

서 교수는 또 "내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이집트 무슬림들조차 과격 세력들이 저지르는 테러 등의 행동에 대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독교인들과 무슬림들 사이에 불신 같은 정서가 어느 정도 기저에 깔려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극소수 과격 단체의 소행 때문에 양측이 전면적인 내전에 돌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집트는 오랜 동안 권위주의 정권의 통치 하에 있기에 국가 기관과 경찰의 사회 장악력이 높은 국가이며 이전에도 무슬림 과격 세력들의 공격에 대해 조직적으로 무장 보복을 가한 사례는 없었다는 것이 서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70년대부터 이집트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종교 간 갈등이 내재돼 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심각한 충돌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기독교인들의 반정부 시위는 있을 것이지만 정부에 치안 강화 등을 요구하는 내용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오는 9월 대선을 앞둔 이집트에서 이번 사건으로 인해 종교적 갈등이 정치적인 변수가 되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말에 치러진 총선을 보면 의회에서 무슬림형제단의 영향력이 거의 사라졌다"며 "정부 기구의 통제권이 강화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슬람 세력이 부상한다고 해서 대선에 영향력을 줄 수 잇는 정도는 아니"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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