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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인택 통일장관 "지난 20년 남북관계에 냉정한 성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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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현인택 통일장관 "지난 20년 남북관계에 냉정한 성찰 필요"

北 정권·주민 분리 접근…"원칙있는 대북정책, '제대로 된' 남북대화 추진"

통일부는 2011년 정책의 기조를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 유도'로 잡았다. 비핵 평화, 대외 개방, 민생 우선의 '3대 북한 변화 구상'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견인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 정권의 변화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당국과 주민을 분리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부터 시작된 남북 화해 기조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강경한 발언도 나왔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29일 오후 공식 브리핑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11년도 업무계획 보고 내용을 발표했다. 현 장관은 "올해는 그야말로 남북관계의 분수령이자 한반도 정세의 큰 전환기였다"며 "위기의 파고가 그 어느 해보다도 높았다"고 말했다. 그는 "2011년을 맞는 우리 앞에는 여전히 북한의 군사적 도발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으며, 북핵 상황도 대단히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 장관은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도발은 북한 정권의 실체와 지난 20년의 남북관계에 대한 냉정한 성찰의 계기이자, 한반도 안보 현실에 대한 국민적 각성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 세계가 주목한 북한의 '3대 세습' 문제는 한반도의 미래와 민족의 장래, 합리적인 대북정책 방향에 대한 고민을 낳고 있다"고 말을 이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지난 20년 간의 남북관계'라는 표현이다. 이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간의 포용정책이 아니라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로부터 시작된 모든 남북 협력과 화해 기조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의 어떤 발언보다 강경한 입장을 드러낸 셈이다. .

이어 현 장관은 "통일부는 그 어느 해보다도 무거운 마음으로 내년도 업무계획을 준비해 왔다"며 "대통령 보고 후 토론 시간을 통해서는 북한 문제 해법에 대한 여러 참석자 간에 매우 진지한 논의시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는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접근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과 "북한 인권 정책도 북한 변화라는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 등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29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에게 '2011년 통일부 업무계획'을 보고하기 위해 청와대 영빈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 마디로 '북한 변해라'

현 장관은 "업무계획에서 통일부는 3대 정책 추진 목표와 4대 추진 전략, 8개 중점 추진과제를 선정했다"며 "3대 정책 추진 목표는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 유도, 바른 남북관계 정립, 통일에 대비한 준비"라고 말했다. 그는 "(이 목표들은) 한반도의 미래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서는 북한의 근본적 정책 변화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정부의 단호한 의지와 국민적 결의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의 비핵화 등 바람직한 변화가 바른 남북관계 정립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북한 변화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또 4대 추진전략으로는 △대북정책의 일관성 견지, △북한 주민 우선의 대북 접근, △남북간 대화와 협력의 상호주의 강화, △국론 결집 노력 확대가 선정됐다. 실천 과제로는 '북한의 근본적 변화 견인', '북한 당국의 책임성·진정성 견인'이라는 두 가지 항목이 가장 앞서 제기됐다. '3대 북한 변화 구상' 역시 북한의 근본적 변화를 이끈다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또 통일부는 북한 당국의 책임성과 진정성을 견인하기 위해 "북한의 책임있는 조치를 위해 5.24 조치를 지속하고, 핵심 현안 해결을 위한 '제대로 된' 남북대화를 추진하며, 위장평화공세 및 대남 비방중상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북한 정권·주민 분리 접근…대북지원 '투명성' 문제 지속 제기

통일부가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 접근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주목할 만하다. 앞서 4대 정책 전략 중 하나로 '주민 우선 접근'을 거론한 것 역시 이런 관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가 국방백서에서 '북한은 우리의 주적'이라는 표현 대신 '북한 정권과 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통일부는 추진 과제 중 세 번째로 '북한 주민 우선의 대북정책 구현'을 들며, 국회와 협조해 '북한인권법'을 조속히 제정하고 인권재단을 설립하는 등 북한 인권 개선 노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인도적 지원에서 '투명성'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방안도 눈여겨볼 만하다. 통일부의 방침은 "북한 주민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가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또 통일부가 '남북 교류협력 체계의 전면적 개편'을 추진 과제 중 하나로 내세운 것도 주목할 만하다. 통일부는 남북교류협력법을 개정해 교역 체계를 정비하고 교역업체 등록제, 대금결제 업무 취급 기관 지정을 통해 남북 교역에서 과당 경쟁을 방지하고 투명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는 등록제를 통해 대북 경제협력에 참여하는 기업을 통제‧관리하고 이들 기업의 자금 흐름을 파악함으로써 돈줄을 죄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북 송금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개성공단 운영과 관련해서는 '신변안전 우선'을 원칙으로 세웠다.

앞서 청와대 보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통일부는 오랫동안 고유의 업무보다는 다른 업무를 주로 해왔다"며 "경제 부처가 해야 할 일을 통일부가 해 온 것이 사실"이라고 말한 데 대해 남북 교류협력에서 '통일 준비'로 통일부의 역할이 바뀌는 것이냐는 질문이 제기되자, 현 장관은 "남북 교류협력과 대화, 통일 준비, 이 모든 것들이 통일부의 고유 업무에 속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8대 핵심과제 중) 5번 과제에서 밝힌 것처럼, 나중에 교류가 재개됐을 경우를 대비해서 여러 가지 제도적 정비를 하겠다"며 "지금은 물론 5.24 조치로 인해서 남북 교류가 전면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나중에 만약 재개된다면 그런 정비된 제도를 가지고 제대로 된 남북 교류협력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 외에 북한이탈주민 지원방안 강화, 납북피해자 지원 강화, 전방위 국론결집 강화 등의 과제 추진 계획이 이번 업무보고에 포함됐다. 특히 '전방위 국론결집 강화'를 위해 '통일방송' 운영 및 전국 16개 시도에서 '국민공감 타운미팅'을 개최해 홍보를 강화하고 청소년 '사이버 라이브러리'를 개설해 북한 정보를 종합하고 국민들의 통일교육에도 힘쓴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이를 통해 "청소년의 올바른 대북관 정립"을 목표로 꼽았다.

통일부 정책방향, '흡수통일'인가?

앞서 일부 신문의 보도로 알려진 '흡수통일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다만 통일부는 "통일에 대비한 준비"를 강화하겠다며 내년도 상반기 중에 통일세 입법화를 추진해 통일을 위한 재원 확보 구체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통일부는 통일 준비 공론화 및 인적자원 양성을 위해 '5대 공론화 사업'을 추진하고 '대학생통일아카데미'를 개설해 미래의 통일 리더를 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5대 공론화 사업'은 남북교류협력기금에서 38억 원이 지원돼 기금 성격에 맞지 않는 집행이라는 논란을 빚은 '남북공동체 기반조성 사업'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된다.

'흡수통일' 논란과 관련해 통일부는 신중한 입장을 취한 셈이다. 전날인 28일 밤늦게까지 관련 토론이 이어졌다고 한 통일부 관계자는 전했다. 지난 27일 <조선일보> 등은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통일부가 흡수통일 준비 등의 내용을 내년도 업무계획 보고에 담을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거센 비판이 제기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명백히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2011년 업무계획 역시 흡수통일을 지향하는 관점에 있는 것이라고 보았다. 북한 전문가인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통일부의 정책 기조 자체는 여전히 흡수통일 논의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대통령이 워낙 강경한 대북정책 기조와 흡수통일 원칙을 밝혔기 때문에 실무 부서에서는 그에 맞는 정책을 만든 것"이라며 "이번 업무계획은 통일부의 곤혹스러운 상황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연평도 사태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정책이기에 대화 배제, 협상 거부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보다, 이미 악화된 남북관계에 따라 거기에 맞는 대북정책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통일부 정책 방향을 비판했다. 그는 "비핵 개방이나 그랜드바겐은 이미 정당성을 잃어버린 것인데, 이것을 기초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언론 "한국 대북정책, 술 취했나? 꿈꾸나?"

중국은 한국 언론에 의해 '통일부가 흡수통일 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중국 일간지 <환구시보>는 이날 업무보고 전 통일부가 '흡수통일' 방안을 제안한다면 이는 한반도 긴장이 더욱 고조시킬 것이라며 경계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 신문은 기사와 사설 등을 통해 흡수통일론 공론화가 사실이라면 이는 극단적으로 우려할 만한 사태라고 경고했다.

이 신문은 29일자 기사 '한국 정부의 갑작스런 통일원년 제시'에서 한국은 지금 23개 지역에서 5일간의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내년을 통일준비 원년으로 삼아 한국의 대북정책 기조가 흡수통일로 바뀌는 게 확실하다면, 이는 북한의 강력한 반발을 살 것이며 동북아에서 새로운 논쟁을 유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사설 '한국이 취권(醉拳)을 즐기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취한 것인지'에서도 한국의 대북정책이 술에 취한 것 같다며 비판했다. 이 신문은 영화 <취권>에 비유해 이같이 말하고, "흡수통일은 남북 간 마찰과 한반도의 대결 구도를 고착화시키는 것"이라며 "북한은 이를 '정복'으로 여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많은 한국인들은 통일에 관심이 없으며, 그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한국의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발전이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 신문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취권> 대신 <인셉션>을 인용했다. 이 신문은 "이 헐리우드 영화에서 주인공이 자신이 꿈 속에 있는 것인지 깨어 있는 것인지 시험하기 위해 팽이를 '토템'으로 사용하듯이 한국도 다음의 질문들을 '토템'으로 삼아야 한다"며 "한국의 행동은 긴장을 감소시킬 것인가? 북한과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인가? 중국, 러시아, 미국과 같은 나라들의 협력을 얻을수 있을 것인가?"라는 기준을 제시했다.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그렇다'라면 다행이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한국은 꿈을 꾸고 있는 것뿐"이라고 이 신문은 비판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또한 "이 순간 한국에 가장 필요한 것은 진정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북한 붕괴에 대비한 계획을 세우거나 군사훈련을 계속하면서 통일 방안을 제안하는 것은 남북한 유대 강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사설 '남한 통일방안, 현실성 없다'에서 이같이 주장하며 "지금 한반도에는 무력통일을 꿈꾸는 전염병이 유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무력통일은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서 이미 부정된 것임을 지적하며 이 신문은 "한국이 흡수통일 방안을 발표한다면 이 지역에서 더 많은 긴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문은 "남한은 빈번한 훈련으로 북한을 도발하기를 선택했다"고 한국군 훈련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남한은 중국의 충고를 들으려 하지 않는데 이는 이상한(peculiar) 일"이라며 "중국의 관점에서 보기에 남한은 '도자기 가게에 들어선 황소처럼' 조심성 없이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중국도 아픈 역사를 겪었기에 한국 분단의 아픔을 이해한다며 "중국은 오랜 역사적 논쟁을 종식시킬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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