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웨스트민스터 치안법원은 14일 어산지의 보석 신청을 받아들였다. 어산지는 7일 체포된 직후에도 보석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고 어산지 측이 이에 항소한 것이 이번에 받아들여진 것. 그러나 법원 결정 직후 스웨덴 검찰은 항소하기로 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한 법원 관계자는 스웨덴 검찰 측의 항소 이유가 '어산지가 도주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어산지는 원즈워스 교도소로 되돌아가야 한다. 어산지의 변호사 마크 스티븐스는 이 감옥이 '열악한' 상태라고 표현한 바 있다.
▲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15일 경찰 수송차에 실려 법원에서 감옥으로 돌아가고 있다. 법원은 그의 보석 신청을 받아들였다. 승리의 'V'를 그리는 어산지의 모습이 수송차의 반투명한 창 너머로 보인다. ⓒ뉴시스 |
법정 공방 "도주할 것" vs "얼굴 다 알려진 사람이 어떻게"
이날 법정에서 어산지의 법정 대리인 제프리 로버트슨 변호사는 어산지는 이미 국제적 유명 인물이기 때문에 도주의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로버트슨 변호사는 어산지의 강간 및 성폭행 혐의에 대해서도 그가 여성들에게 폭력을 사용하거나 다치게 한 적이 없으며 잠든 여성과 관계를 갖는 것은 영국 법률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판사는 또한 어산지 측으로부터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저명한 과학자 존 설스턴 경과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 등 국제적 유명인사들이 어산지를 지지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로버트슨 변호사의 변론이 진행되는 동안 감옥에서 법정으로 이송된 어산지는 플라스틱 막 뒤에서 법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두운 색 상의에 흰 셔츠를 받쳐 입은 어산지는 판사가 보석 조건을 어기면 또다시 체포된다는 것을 이해하느냐고 묻자 "이해합니다, 재판장님"이라고 답했다.
어산지를 고소한 두 명의 스웨덴 여성의 법정 대리인은 젬마 린드필드는 "이미 법원은 어산지가 도주 우려가 있다고 그의 보석 신청을 기각했으며 그 결정이 내려진 지난 주부터 지금까지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며 그의 보석을 반대했다.
법원은 린드필드 변호사의 주장을 기각하며 그 이유로 영국 경찰이 보석 기간 중 어산지가 머물 주거지를 '확인'했고 영국 출입국관리국(UK Border Agency)이 어산지의 입국 기록이 없는 것도 반드시 불법적인 것만은 아닐 수 있다는 의견을 보내 왔다고 말했다.
어산지의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지더라도 그는 20만 파운드(약 3억6천만 원)의 보석금을 현금으로 내야 하고 이와는 별도로 두 명의 보증인이 각각 2만 파운드씩 총 4만 파운드(7200만 원)의 보증금을 납부해야 한다. 여권은 경찰에 압수되며 외국으로의 어떤 여행도 금지되고 매일 저녁 경찰서에 보고해야 한다.
거주지도 법원이 지정한 곳으로 제한되며 전자 태그를 부착하고 있어야 하고 오전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또 오후10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는 외출이 금지된다. 그의 거주지는 친구인 본 스미스의 맨션으로 지정됐다. 스미스는 어산지의 보석 보증금을 납부할 2명 중 하나이기도 하다.
또다른 한 명의 보증인은 레스토랑 디자이너인 사라 손더스이다. 그 역시 어산지의 친구이며 법원이 보증 이유를 묻자 "나는 어산지를 믿는다"며 "그는 좋은 친구이며 언제나 말한 대로 행동한다"고 답했다.
법정 심리가 끝난 후 스티븐스 변호사는 20만 파운드의 현금을 마련하는 것이 큰일이라며 "어산지가 언제 풀려날지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7일 내에 수표가 아닌 현금으로 보석금을 마련해야 하므로 현금을 찾아서 법원으로 날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웨덴 검찰의 항소 결정에 항의하며 "그들은 무고한 사람을 구금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어산지 옥중 성명서, 어머니가 대독…호주선 지지 시위대 경찰과 충돌
법정 심리 후 어산지의 어머니 크리스틴은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에 기쁨을 표시하며 어산지의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크리스틴은 전날 아들의 옥중 성명서를 대독하기도 했으며 호주 <세븐 네트워크> 방송이 이를 보도했다. 어산지는 이 성명서에서 "나의 신념은 확고하다. 내가 표현했던 이상이 진실이라고 믿는다. (구속이라는) 이 조건이 내 이상을 흔들 수 없다"고 말했다.
어산지는 "이제 우리는 비자카드, 마스터카드, 페이팔 등의 업체들은 미 국무부의 앞잡이라는 것을 안다"고 말하고 "내가 해온 작업과 나의 사람들을 이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인 공격으로부터 지켜줄 것을 세계에 요청한다"며 지지를 촉구했다.
이에 응답하기라도 하듯 14일 오후 호주의 수도 시드니에서는 어산지를 지지하는 시위가 열렸다. 1000명 정도의 시위대들은 어산지의 석방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으나 호주 경찰은 이 시위가 사전 신고되지 않았다며 막아섰다.
이어 경찰이 행진을 가로막고 플래카드를 빼앗으려 하자 시위대들이 격렬히 저항해 심한 몸싸움 등 충돌이 빚어졌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경찰은 시위대 중 4명을 연행, 기소할 방침이다. 이후 시위대는 평화 시위를 벌이다 오후 7시 30분경 자진 해산했다.
앞서 러시아·브라질 정상과 유엔(UN) 인권최고대표가 어산지 체포를 비난하거나 위키리크스에 가해지는 압력을 우려한다는 뜻을 밝혔고 전세계에서 위키리크스 지지 시위가 일어나는 등 위키리크스를 둘러싼 논란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특히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 13일에 또다시 "퇴임 후 첫 번째 활동이 언론자유와 위키리크스를 지지하는 거리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될지 모르겠다"며 어산지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룰라 대통령은 자신의 후임자인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당선자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면 어떤 행사에도 함께 할 것이라며 위키리크스와 어산지를 지키기 위한 행사가 열리면 참석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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