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줄담배를 피우는 등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있지만 건강이나 정신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이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전문을 인용해 1일 보도했다.
또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주한 미국 대사관은 북한이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 때 주민들의 식량난과 영양실조를 숨기기 위해 제 때 식사와 비타민으로 상봉 대상자들을 살찌게 한 뒤 상봉장으로 보냈다고 본국에 보고했다.
이와 함께 북한의 김영일 외무성 부상은 "영원한 적은 없다"며 미국과 관계개선에 대한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은 슈피겔이 보도한 위키리크스의 한반도 관련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 "선양 북한 영사관은 경제 조직"
중국 선양주재 미국 총영사관의 한 정보원은 선양주재 북한 총영사관이 "본질적으로 정치가 아닌 상업적인 목적의 조직"이라고 말했다. 이 정보원은 "영사들의 주임무는 돈을 버는 것이다. 돈이 되는 사업가에게는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전화 한 통이면 서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을 잘 아는 다른 한 정보원은 2009년 나진선봉시가 갑자기 러시아, 중국 상인들로 북적거렸다고 알렸다. 하지만 이곳을 여행하는 모든 외국인은 입국 시 휴대전화를 북한 당국에 맡겨야 하고, 통화를 원하는 사람은 북한 휴대전화를 개통해야 했다. 개통비와 휴대전화 가격이 1천달러 가량이었고 외부로 거는 전화의 분당 요금이 1.75달러였다.
한 사업가는 대북 사업과 관련해 "단계마다 돈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당 고위층은 중국초상은행(中國招商銀行)에 수백만달러의 돈을 예치해 놓고 있다"고 전했다.
△ "김정일은 체인스모커"
북한에 전혀 두려움이 없을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한 여성사업가는 김 위원장과의 면담을 선양주재 미국 총영사관에 알렸다.
묘향산 초대소에서 김 위원장을 개인적으로 만났다는 이 사업가는 김정일이 "건강이 좋고 정신도 또렷했다. 모든 것을 통제하는 듯했다. 상세한 부분까지 파고들고, 카리스마가 있었으며, 기억력이 좋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중병인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은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건강에도 큰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전문에 따르면 김정일은 1시간의 공식 면담이 끝나자마자 담배에 불을 붙였고, 저녁 식사 전에 샴페인을 마셨다. 식사 중에는 위스키 칵테일을 곁들였고 식사 내내 줄담배를 피웠다.
김정일의 실질적 부인으로 알려진 김옥은 별도의 소파에 앉아 면담 내용을 메모했다.
△ "북 김영일, 중.러 비판"
미국의 외교전문은 북한 외교관들이 국제무대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관한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몽골 주재 미국 대사관은 북한 김영일 북한 외무성 부상의 몽골 방문에 대해 보고했다. 미국 외교관은 "북한 대표단은 준비된 원고를 읽지 않았다. 그들은 공격적이지 않았고 미국을 비난하지도 않았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는 유엔에서 대북 결의를 지지했다며 서너 차례나 비판했다"고 전했다. 김 부상은 "세상에 영원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 이산가족 상봉과 식량난
2009년 8월 주한 미국 대사관은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해 북한이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전문을 보냈다. 전문은 "북한은 충성도를 근거로 상봉 대상자들을 선별한 뒤 평양으로 데려가 제때 식사와 비타민으로 살을 찌웠다. 주민들의 식량난과 만성적인 영양실조를 감추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전문은 또 한국측 상봉단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선물'과 함께 연회 비용 조로 1인당 50달러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 "김정은 경제개혁 의지"
선양주재 미국 총영사관은 2010년 1월 비밀전문에서 대북사업과 관련된 거물급 인사의 말을 인용해 "북한의 화폐개혁은 당고위층의 '갈수록 커지는 불안감'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이 인사는 또 김정일의 후계자로 알려진 김정은이 경제개혁을 추진하려는 의지가 있지만 먼 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은 "북한은 중국이 147개 관광추천국이나 137개 투자추천국에 북한을 포함시키지 않아 타격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은 `2012년 강국건설' 계획의 일환으로 미국과 관계개선을 희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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