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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가 대통령이었으면 '냉철한 대응' 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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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가 대통령이었으면 '냉철한 대응' 했을 것"

문정인 "북한 도발 용납 않는 것이 햇볕정책의 제1원칙"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과거 진보 정부 10년이 이번의 북한 위기를 불러왔다는 주장에 대해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햇볕정책에 대해 잘못 알고 있다"며 "북한의 어떤 무력 도발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 햇볕정책의 제1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1일 저녁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과 글로벌 리더십' 강연에서 "햇볕정책의 3가지 원칙은 북한의 어떤 무력도발도 용납하지 않고 강력히 응징하는 것, 이 조건이 유지되는 한 우리(남한)도 흡수통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 이 전제 아래 남북 교류협력을 통해 '사실상의 통일'을 만든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교수는 '사실상의 통일'이란 "사람과 물자가 자연히 오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든다는 뜻"이라 설명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서해도발 후 강력히 응징에 나섰다"며 "(김 전 대통령은) 책임있는 대통령이었다"고 평가했다.

연평도 사태 "DJ였다면 '냉철한 대응' 했을 것"

▲ 문정인 연세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김대중 대통령의 외교 리더십'이란 주제의 이 강연에서 문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리더십 덕목 중 하나로 '냉철한 현실인식'을 꼽으며 "김 전 대통령이었다면 연평도 사태가 일어났을 때도 감정에 좌우되지 않았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이었다면 북한의 도발이 있었다 해도 "'그래서 도발 직전의 상황이 어땠어?' 하는 것부터 물었을 것"이라며 북한의 도발이 정말 의도된 것인가 우발적인가, 남측의 군사훈련이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만한 정황은 없었나 등을 먼저 확인했을 것이라고 문 교수는 덧붙였다.

문 교수는 "서해교전이 확전되지 않은 이유는 상황파악을 정확히 하고, 북쪽의 의도와 의지를 정확히 알고 대응했기 때문"이라며 "그 때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도 흥분하거나 감정에 치우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평도 사태와 관련해 외국 학자들이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에 물었을 때 문 교수는 "과거 두 정부가 쌓아놓은 평화의 뿌리가 깊기 때문에 전쟁이 나지는 않을 것"이라 답했다며 이번 위기를 "지금 이명박 정부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문 교수는 "G20 정상회담 하면서 쌓아올린 국가이미지를 이번 사태로 인해 많이 잃어버리지 않았나 싶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번 연평도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2007년 10.4 선언과 같은 해 12월 1l일 남북총리회담의 45개 합의사항을 그대로 이행했으면 이런 문제가 안 생겼을 것"이라며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 합의에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상과 해주에 경제특구를 만들고 공동어로작업을 하는 등의 방안이 이미 다 나와 있다며 "(이 내용은) 북한에서도 반대했지만 우리 정부가 설득해서 합의한 것인데 그것을 무시하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 말했다.

문 교수는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클린턴이 한 대로는 안 한다' Anything But Clinton : ABC에 빗대어)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 대로는 안 한다(ABR : ~Roh)고 하다 보니 생긴 일"이라고 논평하기도 했다.

"北, 3차 핵실험 할 것…6자회담 외 대안 없다"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 문 교수는 "누가 대통령이 됐든 '강한 응징'을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사태가 악화돼 확전이 일어나면 안 된다며 문 교수는 "수도권 2500만 명이 북한의 장사정포 사정거리 안에 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거기까지는 안 가더라도 예컨대 인천공항 활주로에 북측 포탄 한 방 떨어져도 일주일간은 공항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며 만약 이런 사태가 발생 한다면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우리는 열린 사회이고 풍요로운 사회이기 때문에 (북의 군사적 위협에)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잃을 것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에는 "6자회담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 문 교수의 생각이다. 문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출범할 때부터 6자회담을 부정적으로 봤다며 이용준 전 외교통상부 차관보가 최근 펴낸 저서 <게임의 종말>에 이런 시각이 잘 나타나 있다고 말하고 지난달 27일 <프레시안>에 실린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언급하기도 했다.

문 교수는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외교부의 존재 이유가 외교 협상에 있는 것인데 그게 의미없다고 한다면 외교부 문을 닫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런 내용을 저술한 것은) 현직 외교관으로서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이른바 '북한 급변사태론'에 대해서 문 교수는 "'개념계획 5029'는 북한 붕괴시 대량살상무기가 유출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 정부 들어서는 대량살상무기보다 북한의 안정화가 오히려 주(主)가 돼 버렸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북한은 주권국이고 유엔 회원국이기 때문에 "급변사태가 나도 유엔 평화유지군(PKO)이 들어가야지 한미 연합군이 북한에 들어간다면 이는 침략행위와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이런 논의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 오만과 무지의 극치"라며 "이런 논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오만과 무지의 표출인 셈"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최근 폭로 전문 사이트 '위크리크스'가 공개한 미 국무부 외교전문(電文)에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급변사태시 한국과 미국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 안정화 전략을 암시한 것이 아니냐는 참석자의 질문에 답하며 이같이 말했다.

문 교수는 "과거 10년은 평화였지만 지금은 사실상 전쟁상태"라며, 이럴 때일수록 "냉철한 현실인식을 해야 하고 객관적·경험적 정보 분석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에 억지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능력과 정책의도, 의지를 객관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문 교수는 이번 사태가 북한의 권력 세습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하고 분석해 봐야 할 것 같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향후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서 문 교수는 "3차 핵실험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공개된 것과 같은 우라늄 농축 시설은 규모도 작아 다른 곳에 숨겨진 시설이 더 있을 수도 있기에 "영변을 정밀폭격한다 해도 해결이 안 된다"는 것이다. 또 문 교수는 "이번에 북한에서 북미 대화를 원치 않는다고 말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분석하며 "이는 좋은 소식이 아니다"라고 평했다.

문 교수는 김정은 후계구도 하에서 북한의 목표는 경제도 활성화시키고 핵개발에도 진전을 가져오는 것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최근 북한의 인사 이동에 주목했다. 이는 '2012년 강성대국'이라는 북한의 구호와 연결된 것이라며 "'강한 나라'를 만드는 것은 핵개발을 통해 어느 정도 달성됐지만 '융성한 나라'를 만드는 것은 김정은의 역할로 남겨졌다"고 분석했다.

지난 6월 최영림 평양시 당 책임비서가 총리에 임명되고 강석주 전 외무성 1부상이 부총리 겸 조선노동당 정치국 정위원이 된 것은 경제 회복에 초점을 둔 조치라고 문 교수는 보았다. 문 교수는 홍석형 노동당 비서의 당 중앙위 정치위원 임명 역시 이런 배경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보며 "최영림이나 홍석형 모두 북한 경제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MB는 실용주의자, 상황에 따라 유연한 대처 가능할 것"

위키리크스에 의해 공개된 다른 전문에 한 미국 측 청와대 소식통이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를 마칠 때까지 남북관계를 냉각된 채로 그냥 내 버려둘 것'이라고 전한 데 대해서는 "그럴 수 있지만 (그렇게 해서) 이 대통령 본인에게 좋은 것이 뭐냐"고 문 교수는 되물었다.

문 교수는 비록 지금은 남한 정부가 강경한 대응으로 나가고 있지만 전환의 가능성도 있다고 보았다. 그는 "이 대통령의 기조가 실용주의인 만큼 기회만 있으면 할 것"이라 말하며 이 대통령의 유연한 대처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이렇게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6자회담이 재개되고 성과를 남기기 위해서는 시간이 별로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문 교수는 충고했다. 그는 "만약에 이 대통령이 뭔가 유산을 남기고 공헌을 한 정치지도자로서의 기억을 남기고 싶다면 지금부터 해야 한다"며 "기회는 위기에서 오는데 지금이 바로 위기 아닌가"라고 말했다.

시간이 별로 없는 까닭에 대해서는 한국과 미국 국내정치 정세 등을 이유로 들었다. 문 교수는 "2012년 대선에서 (오바마의) 재선은 어렵다고 본다"며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한반도에는 불리한 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을 넘기게 되면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종료가 눈앞으로 다가오는 것도 서둘러야 할 이유로 보았다.

"만 원 주고 만 원 받는 게 '상호주의'가 아니다"

북한과의 '상호주의'에 대해서도 문 교수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보통 상호주의라면 즉시성과 등가성을 가진 '경제적 상호성'을 말하는 것이며 이것이 현 정권에서 추진하는 '상호주의'다. 문 교수는 "만 원 들고 시장 가서 물건 만 원 어치 사는 것이 이런 경제적, 기계적 상호성"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에서는 "어떻게 남북관계에서 기계적, 경제적 상호관계가 가능한가" 하는 접근에서 시작했다며 '사회문화적 상호성'의 개념을 들어 이를 설명했다. 문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돈 많은 사람이 50만 원짜리 밥을 사는 것과 돈 없는 사람이 포장마차에서 만 원어치 음식 대접하는 것은 사회관계에선 등가성이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놀라운 것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등 무역이라는 경제적 교환관계에서도 사회문화성 상호성이 강조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대중 정부의 남북교류 원칙으로 문 교수는 "김 대통령이 '먼저 좀 주지' 하고 말한 적이 있듯이, 먼저 주고 나중에 받는 '선공후득', 적대관계를 민간에서 먼저 나서서 풀어야 한다는 '선민후관', 경제부문 교류를 먼저 하고 그 다음 정치부문의 효과를 가져오자는 '선경후정'의 세 가지"를 들었다.

또 독일 통일과 관련해서는 "독일 통일이 흡수통일이라고 하지만 엄격하게 보면 사실 흡수 통일은 아니다"라며 동독이 어느 정도 민주화된 후 정당들이 생겨났고 이들이 서독 정당과 협의하면서 통일 논의가 진행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통일도 엄격한 의미에서는 합의형 통일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인권 "DJ에겐 '휴먼 라이츠(human rights)'보다 '휴먼 니즈(needs)'가 우선"

이번 강연에서는 북한 인권과 관련된 내용도 포함됐다. 문 교수는 "김 전 대통령도 북한 인권 때문에 상당히 괴로워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문 교수는 "가장 기본적인 인권은 의식주가 해결돼 먹고 사는 것, 교육을 받아 노동할 수 있고 의료혜택 받을 수 있는 것 등에 해당한다"며 "북한 주민들은 헐벗고 굶주리고 있는데 인권을 이유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거부 할 시 결국 희생되는 것은 이 주민들이기 때문에 '휴먼 라이츠(rights)'보다 '휴먼 니즈(needs)'가 우선이라는 접근을 한 것이 아니겠나"고 해석했다.

문 교수는 외부에서 압력을 줘서 민주주의와 인권 개념이 들어설 수 있느냐는 문제에 대해 "북한 인권 활동을 하는 많은 미국 학자들이나 운동가들은 가능하다고 믿지만 미국은 한 번도 성공한 사례가 없다"며 "2차대전 이후 세계 각지에서 150회 이상 개입했지만 성공한 곳은 한 군데도 없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북한에 인권과 민주주의 개념이 들어서기 위해서는 시민사회가 있어야 하고, 시민사회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시장이 생겨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개혁·개방을 해야 한다며 결국 외부의 위협이 없을 때 북한의 개혁·개방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외교 철학은 자유주의와 구성주의에 기반했다며 김 전 대통령이 다른 외국 지도자들을 만날 때 역지사지의 자세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인간적인 이해를 도모하려 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또한 '아세안(ASEAN)+3(한중일)' 구상 등을 김 전 대통령의 외교적 업적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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