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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동정책의 핵심은 '이란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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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동정책의 핵심은 '이란 붕괴'"

이스라엘 무조건 편들고 팔레스타인 불의에는 눈 감고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전문을 통해 드러난 미국 중동정책의 핵심은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 미-이스라엘 동맹에 아랍국가들을 끌어들여 이란 붕괴시키기, 그리고 팔레스타인에 저질러진 불의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으로 요약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대 최고의 중동 전문기자로 불리는 로버트 피스크는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인터넷판에 29일(현지시각)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피스크는 이 칼럼 '이제 우리는 안다, 미국은 중동의 불의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에서 한 외교전문이 소개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미국 외교 관계자에게 "민주주의 문제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는 것. 피스크는 "이것은 미국 외교관들이 중동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며 단지 그들이 불의에 대한 통찰을 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외교관들이 이스라엘 편인 이유…'스폰서' 있다?

피스크는 "광대한 양의 외교문서를 통해 증명된 것은 미국 중동정책의 주 목적은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라는 것이라며 또한 미국은 "아랍 국가들을 미국과 이스라엘의 동맹에 동참시켜 이란을 길들이거나, 적대하거나, 압박함으로써 최종적으로 이란의 힘을 붕괴시키는 것"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압둘라 사우디 국왕이 정말 아흐메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을 '히틀러'라고 불렀고 니콜라스 사르코지 대통령의 참모가 이란을 '파시스트 국가'라고 칭했다면, 이 사실들은 미국 국무부가 여전히 2차대전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도 있다. 셰이크 모하메드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자가 리처드 올슨 주 UAE 미국 대사 앞에서 이란에 대해 걱정하자 올슨 대사는 모하메드 왕세자가 "지역에 대해 이스라엘과 비슷한 전략적인 시각을 가졌다"고 평가했다는 것이다.

피스크는 그 '전략적인 시각'이란 "더 많은 미국제 무기를 구입함으로써 이란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려 하고 이슬람교의 신에게 미국과 이스라엘의 힘이 자신들을 지켜 줄 것을 기도한다"는 것이라고 말하며 이를 "환상"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한 외교 전문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009년 4월 28일 미 의회 대표단에게 "국가로서의 팔레스타인은 무장 해제돼야 하고 영공이나 전자기장, 국경선을 통제할 능력도 갖춰선 안 되며 조약을 체결할 권한도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스크는 "이는 전 영국 총리인 토니 블레어 중동평화 4자 회담 특사와 많은 사람들이 기대한 '독립적인'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며 "게다가 순진하게도 미 의회 대표단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한 마디 대꾸도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꼬았다.

외교 전문이 담고 있는 '아주 값진 정보'로 피스크는 아모스 길라드 이스라엘 국방부 외교군사정책국장의 발언을 소개했다. 예비역 소장인 길라드 국장은 가자지구 폭격에 대한 유엔 보고서에 담긴 이스라엘 비판이 '근거 없다'고 말하고 이스라엘 당국은 공격 전에 '민간인 피해를 방지하고자' 가자 지구 주민들에게 30만 통의 전화 통화를 했다고 변명했다는 것이다.

피스크는 "30만이라는 숫자는 가자 전체 인구의 1/5밖에 되지 않으며 이스라엘은 대부분 민간인인 1300명 정도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죽게 했다"고 말했다. 또 이런 폭격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승리하지 못했다"며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 터널에서 실종된 3명의 이스라엘 군인도 아직 찾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피스크는 "적어도 현재까지는 웨스트뱅크의 이스라엘 정착촌에 대한 언급은 없다"며 "이 정착촌은 이스라엘 극단주의자들이 팔레스타인 전쟁의 한복판에서 토지를 불법 점거해 '정착'한 것"이라 말했다.

아와 관련해 피스크는 중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믿을 수 없게도 미국 외교관들은 이스라엘이 요구하기도 전에 '알아서 기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는 "외교관들 중 많은 수는 이스라엘 지지자들이며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와 군 정보당국 요원들은 이들에게 물질적인 보상을 해줄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 지난 9월 미국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오른쪽)과 함께 걷고 있다. ⓒ뉴시스

'어떻게 그렇게들 생각하는지'…중동 지도자들, '연구 대상?'

피스크는 팔레스타인 기자인 마르완 비샤라의 말을 인용해 "이번에 공개된 외교전문은 정치학자들보다 문화인류학자들에게 더 큰 관심을 끌 것"이라며 "이 기록은 중동에 대해 일반적인 방식과는 정반대되는 이해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비꼬았다.

이와 관련해 그는 미국 상원 대표단과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올해 회담을 언급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미국은 거대한 정보기구를 갖고 있지만 정보를 성공적으로 분석할 능력이 없다'며 "만약 우리에게 당신들의 정보능력이 없다면 우리에게는 더 나은 분석가들이 있으므로 극단주의자들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뒀을 것"이라 말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또한 이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로 이란을 지목하고 다음으로 터키, 시리아 등을 꼽았다. 이스라엘은 외면당했다.

또한 그는 "자신을 '고귀하신 국왕 폐하'라고 불러주길 바라는, 거제도보다 조금 큰(원문에서는 Isle of Wight) 나라의 수니파 독재자인 하마드 바레인 국왕이 이란의 핵무기를 그냥 놔두는 것이 핵 프로그램을 막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고 말했을 때 나는 웃다가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이 알 카에다 세력에 대한 미사일 공격이 예멘 정부에 의해 이루어진 '척' 한 것도 언급됐다. 피스크는 "우리 모두가 데이비드 페트레이우스 전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의 부하들이 저지른 짓인 것을 아는데도 예멘 대통령은 자기 국민들에게 자기가 알 카에다 대표자들을 죽인 척 했다"며 "이슬람 지도자들은 미군이 다른 이슬람인들에 대해 거둔 전공이 자신들의 것이라고 끊임없이 주장해 왔다"고 말했다.

외교 전문이라는 것도 뭐, 별 거 없네

한편 피스크는 이번에 공개된 외교 전문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터키 앙카라의 미국 대사관을 방문한 누군가가 미국 외교관에게 이란 수니파 종교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백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말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가 놀란 이유는 "하메네이가 죽어가고 있다는 소식 자체 때문이 아니라 이 상황이 지난 몇 년간 중동 지방에서 떠돌던 헛소문들과 너무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리비아의 무아마르 가다피 국가원수가 암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영국 및 미국 '외교 소식통'의 전언이나 이란의 이슬람 혁명 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암으로 죽어간다는 소식, 심지어 호메이니가 벌써 죽었다는 소식(호메이니 생전에), 팔레스타인 출신 테러리스트 아부 니달이 암으로 죽어간다는 소식, 심지어 영국 북아일랜드에서 무장 독립 세력의 지도자 윌리엄 크레이그가 병으로 죽어간다는 소식 등과 이 소문이 완전히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한 마디로 외교 전문 중 일부는 '늘 있어온 쓸데없는 소리'를 옮기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가다피 원수가 그의 우크라이나 출신의 '관능적'인 간호사 없이는 여행도 못 한다는 한 전문의 내용에 대해 피스크는 "물론 그럴 것이다, 그런 종류의 문건에서 모든 금발 여성들은 '관능적'이라고 표현되니까"라고 논평했다.

이런 태도는 그의 칼럼 곳곳에서 엿보인다. 그는 "물론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심한 의심'에 사로잡혀 있다"고 한 전문의 내용을 긍정하면서도 "그러나 그건 나토군과 미군을 포함해 지금 그 나라에 있는 모든 사람이 그렇다"고 말했다.

어떤 전문들은 네타냐후 총리를 '우아하고 매력적이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하지만 그런 설명은 절반이 넘는 아랍 지도자들에게도 유효한 것"이라는 것이 피스크의 말이다. 또 레바논이 "시리아, 이란. 사우디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한 전문에 대해서 그는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이 나라는 미국과 이스라엘, 영국, 프랑스, 터키의 영향도 받는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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