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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담화, 보복 의지만 있고 평화 의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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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담화, 보복 의지만 있고 평화 의지가 없다

[정욱식의 '오, 평화'] 대통령의 담화를 듣고 더 걱정이 드는 이유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발표한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대통령 담화문'의 부제는 '하나된 국민이 최강의 안보입니다'이다. 사상 유래 없는 북한의 영토 공격에 맞서 국민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한 취지일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담화 내용은 이런 취지와는 어긋난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여 년간 우리는 대화와 협력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고 인도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으나,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핵개발과 천안함 폭침에 이은 연평도 포격이었다"고 주장했다. 마치 노태우 정부 때부터 노무현 정부 때까지 추구됐던 남북화해협력과 한반도 탈냉전 프로세스가 북한의 핵개발과 무력공격을 야기한 것처럼 진실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 정권을 옹호해 온 사람들도 이제 북의 진면모를 깨닫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의 내용과 연관시켜 본다면 대북포용정책을 구사했던 정부와 이를 지지했던 많은 국민들을 '친북·종북주의자'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대통령 스스로 "하나된 국민"을 강조하면서 국민 여론을 햇볕정책 지지자와 반대자로 편가르고 있는 개탄스러운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오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최초의 영토 공격, 왜 MB 때 발생했나?

이 대통령도 강조한 것처럼 북한이 "우리 영토를 이번처럼 직접 포격한 것은 처음"이다. 정부와 여당, 그리고 보수언론은 그 책임을 김대중-노무현 정부로 돌리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등장한 지 3개월도 아니고 3년 가까이 지났다. 전임 정부들의 대북정책이 잘못되었다면 이를 시정해 대한민국의 안보를 튼튼히 하면서 남북관계의 질적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상황은 계속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물론 연평도 공격의 1차적이고도 가장 큰 책임은 북한에게 있다. 이는 재론을 요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전쟁 이후 최초의 남한 영토 공격이 이명박 정부 때 발생했다는 것은 이 정부의 대북정책도 '배경적 원인'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맹위를 떨쳐온 '북한급변사태론'과 무력흡수통일을 겨냥한 언행들, 거의 모든 남북관계를 핵문제에 종속시키는 '비핵·개방·3000', 대화는 없고 제재에만 몰두해온 '투 트랙 접근'의 허상, 서해평화협력지대 창설을 통한 서해상의 긴장 완화 합의 거부 등은 북한에서 온건론이 위축되고 강경론이 득세하는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북한 스스로 포기 안한다? 이제 알았는가!

이 대통령은 또한 "북한 스스로 군사적 모험주의와 핵을 포기하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알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이제야 이를 깨달았다면 그 자체로 엄청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전직 정부 관료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은 한미 양국이 대화를 거부하면서 제재와 압박 일변도로 가면 북한의 핵무기 능력 강화와 군사 모험주의를 야기할 수 있다며, 한반도 위기관리 차원에서라도 남북대화와 북미대화, 그리고 6자회담 재개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그러나 이 대통령과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러한 충심어린 권고를 귀담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3년 가까이 지나도록 남북 장관급 회담이 한 번도 열리지 않은 것이나,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6자회담이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현실은 이러한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북한은 국제적 압박 속에서도 적지 않은 자원과 시간을 투입해 핵무기를 개발해 왔다. 교착 상태가 지속되면 판을 흔들어 보고자 군사 모험주의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는 앞으로도 북한 '스스로' 핵과 군사 모험주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자신의 우려와 요구 사항이 충족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상호주의' 관점에서 '전략적 결단'을 저울질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평범한 사실을 이제야 깨달은 이명박 정부는 북한은 구제불능이라는 인식을 굳히면서 대북강경책을 더욱 강화할 기세다.

대화를 두려워하면 미래는 없다

이 대통령은 "협박에 못 이긴 '굴욕적 평화'는 결국 더 큰 화를 불러온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라며, "어떠한 위협과 도발에도 물러서지 않고 맞서는 용기만이 '진정한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북의 도발에는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단호한 의지를 밝혔다. 국군통수권자이자 대통령으로서 강력한 안보 태세를 주문하고 이를 국민에게 약속하는 것을 탓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안보는 강력한 군사력과 보복 의지로만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수시로 강력한 대북 억제와 응징 의지를 천명해왔고 오늘날 한미동맹이 역사상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안보와 한반도 평화가 갈수록 불안해지는 원인은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시도 자체가 사라졌다는 데에 있다. 안보는 국방과 외교라는 두 개의 날개를 달 때 비로소 튼튼해질 수 있다는 평범한 상식을 되새겨야 할 시점인 것이다.

안타깝게도 북한의 연평도 공격 이후 이명박 정부와 오바마 행정부의 '대화 기피증'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대화를 북한의 협박에 굴복하는 것이자 북한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한 탓이다. 그러나 대화 거부는 어쩌면 군부를 비롯한 북한 강경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일 수 있다. 그 결과 북한의 '핵 억제력 강화'와 군사 모험주의는 더욱 기승을 부릴 공산이 크다. 특히 북한이 핵무기를 소형화해 탄도미사일에 장착하는 등 '핵무기 현대화'에 성공하면 핵의 위력을 믿고 북한의 군사 모험주의가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거꾸로 적절한 냉각기를 거쳐 대화를 재개하는 것은 북한의 강경론을 견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다. 이는 이른바 '북핵 20년사'를 관통해온 교훈이기도 하다. 또한 대화를 통해, 북한의 언행이 변하지 않으면 북한이 원하는 것도 가져갈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할 수 있다. 특히 6자회담 참가국들 가운데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 일본, 러시아도 북한의 연평도 공격을 강력 비판하고 있다는 점에서 6자회담 재개는 북한을 압박하고 중국의 책임있는 역할을 요구할 수 있는 유력한 카드가 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주장이 대화 일변도로 가자는 취지는 아니다. 북한의 호전성과 한국 안보의 구멍이 확인된 만큼, 일정 정도의 국방 태세 점검 및 강화는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강력한 국방은 능동적인 외교와 만날 때 비로소 안보를 튼튼히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외교를 통한 안보 강화와 한반도 평화 회복 의지가 누락된 이 대통령의 담화는 국민과 국제사회를 안심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 필자 정욱식 블로그 '정욱식의 뚜벅뚜벅'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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