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영매체 <환구시보> 북한에 비판 메시지

"북한, 목마르다고 독약 마신 격…도발할수록 외면 당할 것"

중국의 관영 일간지 <환구시보>가 '연평도 사태' 이후 처음으로 북한의 도발을 비판하는 입장의 사설을 게재했다. 중국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풀이될 수도 있어 주목된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이 사태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표시하지 않았다.

이 신문은 26일 사설 '한반도의 정치적 인내의 줄이 끊어질 것인가'에서 "북한은 목이 마르다고 독약을 마신 격이며 이런 식으로 계속 간다면 미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설은 이 신문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에도 실렸다.

이 신문은 "연평도에서의 남북한 포격사건 발생 후 한국은 매우 비통해하고 중국은 외교적인 어려움에 빠졌으며 미국과 일본은 분노하고 있는데 북한만이 '기를 펴고 활개를 치고 있다'(揚眉吐氣)"고 지적했다. 사설에는 "(북한은) 도발을 하면 할수록 외면을 받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이는 분명 북한의 도발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동안 중국 정부와 언론은 남북한 양측의 자제를 촉구하고 6자회담 재개로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하는 등 소극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특히 <신화통신> 등의 중국 언론은 '남한이 먼저 도발했다'는 북한의 주장을 더 비중 있게 다루기도 했다. 이 신문의 이번 사설이 주목되는 이유다.

북한 비난이 전부인가?

그러나 한편으로 이를 북한에 대한 일방적 비난으로 볼 수만은 없다. 일부 국내 언론에서는 이번 사설을 북한 도발에 대한 '비난', '성토' 등으로 풀이하고 있지만 다르게 읽힐 여지도 있다. '독약을 마셨다', '활개를 치고 있다'는 등 표현은 대담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포격을 통한 무력 도발은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북한에 대한 충고 정도로 풀이될 수도 있다.

특히 뒷부분에서 "현재 상황에서 다른 국가들보다 남한이 전략적 조정을 할 공간이 상대적으로 크고 조정을 하게 되면 전략적 이익도 가장 많이 받을 것"이라며 "그런데 과연 한국 정부가 그럴 의지가 있을까"라고 묻고 있다. 이 부분은 오히려 남한의 대북정책 수정을 간접적으로 촉구하는 것이다.

또 "한국과 미국의 일관성 없는 대북정책이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며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강경한 접근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사설이 겨냥한 것은 북한뿐이 아니라는 얘기다.

<환구시보>는 어떤 신문?

이 신문은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국제문제 전문지로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미연합훈련에 '우려'를 표시한 날인 25일에 사설 '항공모함은 북한을 굴복시키지 못하고 동북아를 놀라게 할 뿐'을 통해 이 훈련이 동북아에서 마찰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사실상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25일의 이 사설에서는 미국 항공모함이 서해로 들어와 훈련에 참가하는 것이 관례가 되면 동북아의 전략적 환경이 바뀌게 되며 이는 미국의 주장과는 달리 중국을 겨냥한 전략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미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 호의 훈련 참가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