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北 포격에도 차분한 금융시장, 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北 포격에도 차분한 금융시장, 왜?

<블룸버그> "연평도 사건, 충격적 사태 각오해야할 경고"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태가 벌어진 지 나흘째인 26일에도 남한의 금융시장은 여전히 차분한 모습이다. 북한의 추가적 도발이 없는 한 북한 리스크는 이미 반영돼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추가적 도발이 예정돼 있음에도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입장에 있는 남한이 이처럼 차분할 수 있는 것은 '심리적 거부(psychological denial)'라는 심리적 현상이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퓰리처상 수상작가 재러드 다이아몬드 캘리포니아대 교수의 저서 <문명의 붕괴(2005)>에는 '심리적 거부'와 관련된 흥미로운 조사가 소개돼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강의 상류에 거대한 댐이 건설되어 있을 경우 이 댐에 가까이 사는 주민일수록 댐이 붕괴될까봐 걱정할 것이라고 짐작하지만, 조사를 해보니 오히려 훨씬 멀리 떨어져 사는 주민들이 더 불안해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처럼 '직관에 반하는 현상'의 원인을 다이아몬드 교수는 '심리적 거부' 현상에서 찾았다. 매일 댐을 바라보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댐이 무너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부인하는 선택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심리적 현상은 인식적 오류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지각적 방어(perceptual defense)'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위협적이거나 고정관념에 다른 모순적인 정보는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26일 오전 북한의 연평도 폭격으로 전사한 故서정우(22) 하사와 문광욱(20) 일병의 빈소가 마련된 성남 국군수도병원을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보다 도쿄나 워싱턴 주민들이 더 두려워해"

<블룸버그>의 아시아경제 담당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연평도 폭격 사태 직후 'Black Swans Abound as North Korea Lobs Shells'라는 글을 통해 "심리적 거부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면서 "주요 선거 때 정치인들, 자산거품의 절정기에 놓인 투자자들, 심각한 위험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을 때 주민 전체가 바로 이런 현상의 먹잇감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 거리를 걷다보면 종종 심리적 거부 현상을 느끼곤 한다"면서 "북한으로부터 불과 35Km 떨어진 이곳 주민들보다 도쿄나 워싱턴 주민들이 김정일의 미사일을 더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페섹은 "아시아인들은 북한이 종잡을 수 없게 쏘아대는 포탄 도발에 나름대로 익숙해져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해도, 이번 연평도 사태는 투자자들이 예상한 것을 뛰어넘는 뭔가 심각하고 충격적인 일이 언제라도 북한에서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라고 강조했다.

'뭔가 심각하고 충격적인 일'이 될 가능한 사례로서 페섹은 우선 북한 내부의 쿠데타 발생을 들었다. 또한 그는 유럽의 재정위기가 확산되고 미국의 달러 가치가 불안정한 가운데, 북한이 일본 도쿄를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일본 <산케이> 시문은 지난 25일 "북한이 수개월 내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중거리 미사일인 '무수단'을 실험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무수단 미사일은 사정거리가 3000㎞나 돼 도쿄도 표적이 될 수 있다.

페섹은 "북한의 공격이 벌어지면 증시가 초토화되고, 채권가격이 폭락하고, 환율시장이 요동치게될 것"이라면서 "아시아에서 지정학적 변수는 잘 나가던 경제를 짓밟아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그는 "북한은 아시아 일대의 '블랙스완'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라면서 "심리적 거부는 더 이상 대안이 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페섹은 "천안함 사태보다 더 심각할 수 있는 위기를 다뤄야 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선택할 수단이 별로 없다"고 우려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