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부자 감세의 연장·확대 등 자신들의 정책으로 오바마 대통령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일자리 창출과 경기 부양 등 경제 문제에서 성과를 보지 못한 것이 선거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에 공화당의 공세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전략가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민주당 진영의 대표 논객인 로버트 라이시가 오바마의 중도 전략을 경고하고 나섰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는 2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이 짜 놓은 '큰 정부/작은 정부' 프레임에 말려들지 말고 자신에게 유리한 논쟁의 틀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유리한 프레임은 한 마디로 '민주당은 국민의 편이며 공화당은 대기업과 금융자본의 편'이라는 것이다. 라이시는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미국의 현재 경제 상황에서는 그같은 전략이 먹힐 것이며, 그게 바로 1936년 대선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재선에 성공한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로버트 라이시의 논평 전문을 번역한 것이다. (☞원문보기)
▲ 공장 노동자와 대화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the White House |
오바마는 왜 1996년 대선이 아니라 1936년 대선을 배워야 하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중간선거를 통해 무엇을 배울 것인가? 1996년 대선 때의 빌 클린턴(당시 대통령)으로부터 배울 것인가, 1936년 대선 때의 프랭클린 루스벨트(당시 대통령)로부터 배울 것인가? 둘 중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오바마의 남은 2년 임기 동안의 전략이 결정될 것이다. 바라건대 36년의 루스벨트가 더 적당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오바마는 빌 클린턴이 96년 대선에서 중도화 전략을 썼기 때문에 재선에 성공했다고 판단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내가 그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으로 있었다. 클린턴은 중도화 전략 때문이 아니라 경제 때문에 재선에 성공했다.
96년 대선은 별 게 없었다. 클린턴의 최고 정치 참모인 딕 모리스는 클린턴에게 유세를 할 때면 딱 이 말만 하라고 했다. "경제가 부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때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2012년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그런 사치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의 경제는 그때가 되어도 십중팔구 허덕일 게 뻔하다. 2% 밖에 안 되는 경제성장률은 실업률을 떨어뜨리기에 너무 낮다. 기업의 매출과 수익도 지금 이미 낮은 상태다. 주택 거래량은 떨어졌고, 집값도 떨어졌다. 주택 가압류는 늘어가고 있다.
다음 대선까지 2년 동안 공화당은 오바마가 미국의 실정을 모르고 큰 정부만을 추구함으로써 나쁜 경제 상황이 지속되는데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그런 인물로 묘사하려 할 것이다.
공화당의 그런 공세에 대응한답시고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온건파인 양 하면서 중도 전략을 쓴다면 오바마는 그 논쟁에서 이길 수 없다. 오바마가 만약 그렇게 한다면 그것은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가 가장 중요한 이슈고, 지금까지 미국 정부는 너무 컸으며, 정부가 작아져야 경제도 살아난다는 공화당적 시각이 맞다는 걸 확인해주는 것밖에 안 된다. 공화당이 노는 물에서는 언제나 공화당이 이기게 되어 있다.
오바마의 재선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논쟁의 틀을 다시 짜는 것이다. 대기업과 월스트리트가 우리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배를 불리고 있는 문제를 논쟁의 중심에 갖다놔야 한다. 그게 민주당이 노는 물이다. 논쟁의 틀을 그렇게 짜는 것은 1930년대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이 적기다.
소득 수준 상위 1%에 드는 미국인들이 미국 전체 소득의 거의 1/4을 가져가고 있다. 전체 부(富)를 기준으로 하면 거의 40%를 상위 1%가 독식한다. 그러나 누군가 파산상태에 처할 경우 은행은 그에게 모기지의 조건을 재조정하는 걸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미국인들이 집을 잃고 있다. 기업은 많은 노동자들을 계속 해고하지만, 재고용하지는 않는다.
공화당이 (하원)의회를 장악하게 되면 그들은 실업수당 지급 대상을 확대하는 법안, 고용과 관련한 법안들, 일자리 창출 계획 등에 반대표를 던짐으로써 그들이 어느 편에 속해 있는지를 보다 분명히 드러낼 것이다. 중산층이 말을 듣지 않으면 세금을 더 매기겠다고 협박함으로써 부자 감세를 어떻게는 확대하려고 하는 공화당의 시도는 그들이 어느 편인지를 더욱 분명히 보여줄 것이다. 그들이 선거 자금 제공자 공개를 거부하는 것 역시 그들이 누구 편인지에 대한 증거가 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 오바마가 따라야 할 인물은 96년의 클린턴이 아니라 36년의 루스벨트다.
36년 대선은 대공황이 시작된 이래 8년째 되는 해에 치러졌다. 루스벨트는 그 8년 중에서 이미 4년을 대통령으로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36년 대선에서 1850년대 양당 체제가 들어선 후 최고의 격차로 공화당을 따돌렸다. 대체 어떻게 했기에 가능했나?
루스벨트는 선거 쟁점을 자기가 성공하지 못한 분야에서 찾지 않았다. 대신 야당의 무책임을 드러낼 수 있는 문제를 집중 부각시켰다. 루스벨트는 자신이 누구의 편인지, 그리고 야당은 과연 누구의 편인지를 대중들에게 끊임없이 말했다. "공화당은 독점적인 기업과 금융사, 투기 자본, 고삐 풀린 은행의 이익을 대표하는 세력입니다." 반복하고 또 반복해서 말했다.
루스벨트는 또 공화당이 보통의 미국인들을 돕고자 하는 자신을 가로막으려 한다면서 이렇게 외쳤다. "대통령 후보 한 사람을 반대하기 위해 공화당이 저렇게 일치단결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들은 나에 대한 증오심으로 똘똘 뭉쳐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증오를 환영합니다."
2012년의 미국 경제는 1936년의 경제만큼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길 바란다. 그러나 96년의 경제만큼 좋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바마가 대선에 다시 나가려면 36년의 교훈을 살피는 게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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