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제안은 다름아니라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국제금융학계의 석학으로 존경받는 조지프 스티글리츠 콜롬비아대 교수로부터 나와 더욱 주목된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1일 영국의 <가디언>에 게재된 'A currency war has no winner'라는 기고문에서 우선 환율전쟁이 지속될 경우 초래될 결말을 경고했다.
칼럼에 따르면, 미국은 글로벌 불균형을 명분으로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애를 쓰고, 중국 등 다른 국가들은 이에 맞서 달러를 사들여 외환보유고를 필요 이상 늘려가느라 가뜩이나 부족한 글로벌 수요가 늘어나기 힘든 딜레마에 빠졌다. 이런 방식은 모두가 패자가 되는 악수다.
▲ 위안화에 둘러싸인 달러 지폐. '값싼 돈'으로 전락한 달러를 기축통화로 유지하려는 한 환율전쟁은 지속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로이터=뉴시스 |
따라서 이런 소모적인 환율전쟁을 종식하고 글로벌 공조 속에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려면 국제통화기금의 특별인출권(SDR) 같은 형식의 새로운 기축통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핵심적인 대응이 될 것이라고 스티글리츠 교수는 주장했다. 환율 방어를 위해 쓰던 달러를 매입하는 돈으로 지출 여력이 커지면 글로벌 총수요는 자연스럽게 확대된다는 것이다.
미국이 기축통화의 달콤한 지위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스티글리츠 교수는 현재 글로벌 경제가 심각한 시점에 놓여있어 이대로는 불안정과 지지부진한 성장이 지속될 것이 뻔하며, 글로벌 불균형을 실질적으로 줄이려면 국제공조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이 통화시스템의 기득권에 집착하는 것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기축통화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할 당위성에 대해 스티글리츠 교수는 "미국은 글로벌 위기를 초래한 죄가 있다"면서 "그러면서도 여전히 기축통화의 지위를 이용해 저금리로 돈을 만들어내고 있기에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만일 미국이 기축통화를 고집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미국이 40년전 금과의 태환이 가능했던 브레튼우즈 체제를 일방적으로 깬 것처럼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이른바 브렌튼우즈 Ⅱ'라는 현행 체제가 다시 붕괴되는 수순으로 간다는 것이다.
환율전쟁, 보호주의로 연결돼 글로벌 경제 파탄낼 것
그 과정은 구체적으로 이렇다. 미국은 기축통화의 지위를 이용해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유동성 함정에 빠져 투자와 소비가 늘어나지 못하고 있어 미국 스스로도 별로 이득을 보지 못하고 있다.
반면 다른 나라에는 이 돈들이 더 높은 수익을 찾아 신흥시장 국가들로 몰려 들고 있다. 이들 나라들은 환율 급변사태를 막기 위해 자본거래세 등 각종 통제수단의 수위를 높여 가고 있다.
이렇게 되면 결국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합의했다는 '시장 결정적 환율 체제'는 브레튼우즈 체제 붕괴처럼 무력화될 것이 뻔하다.
국제적인 시장 환율체제가 붕괴되면 세계는 보호주의로 회귀하게 되고 이것은 글로벌 경제위기를 대공황급으로 다시 심화시킬 것이다. 대공황 당시도 보호주의 때문에 장기화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에 따라 스티글리츠 교수는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시장 결정적 환율체제'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는 상황을 인식하고 근본적인 개혁을 촉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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