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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동아시아서 '미친 존재감' 확인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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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동아시아서 '미친 존재감' 확인될까?

메드베데프 러·일 영토분쟁지 전격 방문 파장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1일 아침 일본과 영토분쟁을 겪는 쿠릴열도(일본은 '북방영토'라고 부름)를 전격 방문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의 쿠릴열도 방문은 구(舊) 소련 시대를 포함해 러시아의 국가원수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달 중순 요코하마(橫浜)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그런 일정을 앞두고 일본과의 외교 냉각을 무릅쓰고 쿠릴열도에 발을 디딘 것은 '특별한 목적'을 갖지 않고서는 힘들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 쿠릴열도를 방문한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러시아 언론 <리아 노보스티> 캡쳐

국내정치용? 중국과 對日 협공?

메드베데프는 이번 방문을 통해 쿠릴열도 4개 섬에 대한 러시아의 실효적 지배를 과시하고 일본의 영토 반환 요구에 결코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보여줬다.

메드베데프는 이를 통해 국내정치적으로 강한 이미지를 심음으로써 내년 말 하원 선거,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혹시 푸틴 총리와의 갈등 국면이 생길 경우에도 영토 문제에 있어 푸틴만큼 강한 입장임을 보여주기 위한 행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메드베데프의 방문을 국내정치적 맥락으로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선거가 너무 멀리 남아 있기 때문에 '왜 하필 지금 가야 했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되지 못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국제사회를 향한 러시아의 메시지가 담긴 행동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귀국하는 길에 쿠릴열도를 들렀고, 다자 정상외교 무대인 APEC을 앞뒀다는 점에서 대외적인 목적을 더 강하게 지닌 행보였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메드베데프의 이날 행동은 러시아가 중국과 손잡고 일본에 '협공'을 벌이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일본이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열도)를 두고 9월부터 영토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일본의 북부 지역을 건드림으로써 일본의 힘을 빼놓겠다는 것이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지난 9월 27일 양국간 동반자 관계를 심화하고 국제 문제에서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하기로 합의한 사실에 비춰볼 때 이같은 해석은 설득력이 있다.

또한 댜오위다오 분쟁이 실은 미·중 갈등의 '국지전' 혹은 '대리전' 성격을 띠고 있고, 미국이 최근 동북아시아에서 영향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한국·일본 등 냉전시대의 동맹을 다시 불러 모으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도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러시아의 진짜 걱정거리는…

그러나 러시아 전문가인 박상남 한신대 교수는 전혀 다른 각도로 설명했다. 메드베데프의 쿠릴열도 방문은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중국과 손을 잡기 위한 게 아니라, 중국의 영향력이 깊고 넓어지는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과 존재감을 잃지 않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박상남 교수는 "센카쿠 문제 등 동북아에서의 영토 문제는 중국의 부상과 관련이 있다"라며 "그에 따라 지역 내에서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약해지는 러시아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메드베데프가 행동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동북아의 영토 문제가 국제적인 관심을 끄는 지금은 러시아도 동북아의 세력균형에 지분이 있음을 분명히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이 부시 행정부 시절 일방주의적인 외교를 할 때 러시아는 중국과의 연대를 통해 미국을 견제하려 했다"며 "그러나 러시아는 중국의 부상을 달갑게 볼 수 없는 딜레마가 있었는데, 중·러간의 힘의 균형추는 이미 중국으로 기울었다"고 말했다.

▲ 구나시리 섬(파란색)은 홋카이도(왼쪽 큰 섬)에 바짝 붙어 있어 홋카이도의 부속 도서에 가깝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이런 곳을 전격 방문한 것은 일본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日 총리 "매우 유감스럽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아침 쿠릴열도를 관할하는 사할린주의 주도인 유즈노사할린스크의 공항에 도착한 뒤 소형기로 갈아타고 쿠릴열도 중 하나인 구나시리(國後. 러시아명 '쿠나시르')를 방문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의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이날 오전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북방영토가) 우리의 고유 영토라는 입장은 일관된 것으로 그 지역에 (러시아) 대통령이 왔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것이다"고 말했다.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외무상은 주일 러시아 대사를 불러 '유감과 강력한 우려'를 표시하고 "(일본 국민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것이다"고 경고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지난 9월 하순 쿠릴열도를 가까운 시일 안에 반드시 방문하겠다고 단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마에하라 외상은 '외교관계에 중대한 지장이 초래된다'며 방문을 보류할 것을 요구했다.

홋카이도(北海道) 북서쪽의 에토로후(擇捉), 구나시리(國後), 시코탄(色丹), 하보마이(齒舞) 등 4개 섬을 일컫는 남쿠릴열도는 2차 대전 종전 이후 전승국인 러시아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으나 일본은 역사적으로 자국의 영토였다며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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