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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확신과 명계남의 확신, 시민들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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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확신과 명계남의 확신, 시민들은 어디에?

[김상수 칼럼] 명계남, '삽과 쥐'의 말로를 야유하다

이명박을 안 찍고 박근혜를 찍을 수 있었다면

지난 일요일 오후, 나는 배우 명계남을 만나러 갔다. 10년도 더 오랜만에 그를 소극장에서 만났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여전히 그의 분노는 거침이 없었다. 이번엔 그가 등장하는 연극공연 '아큐-어느 독재자의 고백'을 통해서였다.

"이 연극의 제목을 '아큐-어느 독재자의 고백'으로 정한 것에 나는 반대했어요. '삽과 쥐'라는 제목으로 정했어야 했습니다."

어차피 풍자이자 야유라면 에둘러 갈 건 없단 얘기를 명계남은 하고 있었다. 또 연극이 시작되기 전에 공연 소개를 위해 등장한 공연기획자 탁현민은 이렇게 말했다.

"많은 관객들이 오해하고 있습니다. 이 연극이 결코 어느 한 정치인이나 정치세력을 풍자하거나 비판할 의도가 없다고 말입니다. (관객웃음) 아닙니다. 이 연극은 특정인과 그를 에워싸고 있는 무리들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것에 분명 의도가 있습니다. (관객웃음)"

명계남은 극중에서 이렇게 말한다.

"봉하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무덤가에서 마냥 서러운 곡소리로 울음을 그치지 않는 한 할머니가 안쓰러워, '할머니 이제 그만 우세요!' 라고 말했더니, 할머니가 말하기를, '내가 이명박이를 안 찍고 박근혜를 찍을 수만 있었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안 돌아가셨을 것'이라고 되풀이하면서 서글프게 울었다.(관객웃음)"

▲ 명계남 ⓒ김상수
▲ 명계남 ⓒ김상수
▲ 명계남 ⓒ김상수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경멸했으니, 그도 우리를 경멸한다.

지난 군사독재 30년과 시장독재 10년의 경과는 오늘 한국인들의 삶 거의 전체가 정신적으로 뿌리뽑히는 경험을 통해 오직 강력한 물신(物神)만이 지배하는 현실이 됐다.

이런 현실이 '부자 되세요!'를 대중언어로 공공연하게 만들었고, 결국 이명박의 등장까지 초래했다. 연극은 내내 관객들에게 '끔찍한 오늘의 사태'에 대하여 말하고 있었다. 심지어 명계남은 독재자의 입으로 거침없이 힐난했다.

"너희들은 왜 뽑아놓고 지X이야. 내가 부정 선거했어?"

▲ 연출자 여균동과 배우 명계남. 영화감독 여균동은 '아큐-어느 독재자의 고백'의 연출자이면서 명계남과 같이 출연도 한다. ⓒ김상수
▲ 연출자 여균동과 배우 명계남. 영화감독 여균동은 '아큐-어느 독재자의 고백'의 연출자이면서 명계남과 같이 출연도 한다. ⓒ김상수

이명박의 확신과 명계남의 확신은 과연

연극을 보는 같은 시간, 이명박은 국무총리 김황식이 대독한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생명 살리기"라며 "내년에 완공되면 우리 국민은 푸른 자연과 함께 한층 여유 있는 삶을 누리게 될 것"이며, "4대강은 국제적인 명소로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것"이니 "녹색성장의 선도 모델로 자리 잡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무서운 독단의 신념이고 확신이다.

10월 23일 그린피스(Greenpeace), 세계자연보호기금(WWF)과 함께 세계 3대 환경단체로 꼽히는 '지구의 벗'이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열린 총회에서 한국의 4대강 사업을 중단할 것과 사업에 대한 재검증을 한국 정부에 촉구하는 특별 결의문을 발표했다.

'지구의 벗'은 4대강 사업이 강 생태계를 대규모로 파괴하고, 16개의 보와 2개의 댐은 수질을 악화시키며, 공사 과정에서 식수원 오염이 우려된다고 결의문으로 '확신'에 찬 경고를 했다. 또 한국인의 70% 이상이 이 사업을 반대하고 종교인과 지식인, 시민사회가 대대적인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들며 4대강 사업의 중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명박의 확신은 굳건하다. 나라 안과 밖에서 끊임없이 4대강 사업을 중지하라는 외침과 주문은 결코 그의 귀에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오직 그만이 진정한 국가이익이 무엇이고 국민들이 잘살 수 있게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안다는 식이다. 자신의 확신은 국가이익이 되고 국민들이-또는 일부 반대에 익숙하다고 취급되는 국민들이-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국가이익이니 국가이익을 위해서는 국민들을 얼마든지 강제할 수도 있다는 식이다.

그러나 시간은 가고 있다. 연극에서도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었다.

배우 명계남은 거짓말과 야비함과 교활함으로 대중의 여론을 조작하는 독재자의 처참한 말로를 확신하고 있음을 연극에서 보여주고 있었다.

자, 이명박의 확신과 명계남의 확신, 과연 어느 확신에 시민들은 믿음이 갈까?

▲ 연출자 여균동과 배우 명계남, 공연기획자 탁현민 ⓒ김상수

이 공연은 오는 31일까지 계속될 '예정'이고 공연관람은 사전 예약(http://cafe.naver.com/aaahq)을 통해 가능하다. '아큐'는 후불제로 실시된다. 관객들은 입장할 때 봉투를 하나씩 받게 된다. 이어 연극이 끝나면 그 봉투에 자기가 내고 싶은 만큼의 관람료를 내면 된다.

(☞바로 가기 : 필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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