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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恨 앞에서 허망한 기싸움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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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恨 앞에서 허망한 기싸움은 그만

[정욱식의 '오, 평화'] "이산가족 상봉 안 해도 좋다"는 청와대에 부쳐

이산가족 문제는 한반도의 분단과 전쟁의 상흔, 그리고 적대적 냉전체제를 상징한다. 그만큼 시급하고 절박한 인도적 과제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 차례의 상봉이 있었지만, 총제적인 남북관계 악화의 여파로 이산가족들의 시름도 커져온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지난 9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하고 남북 간에 실무접촉이 이뤄지면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을 둘러싼 남북 당국간의 기싸움은 또 다시 이산가족들 가슴에 대못을 박고 많은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예상했던 대로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지렛대로 삼고 있다. 지난 24일 개성에서 열린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남측이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상봉 장소로 제안하자, 북측은 "면회소 이용을 위해선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25일 "북한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이산가족 상봉의 전제조건으로 끝까지 걸고 나온다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안 해도 좋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故) 박왕자씨 피격 사건 해결과 함께 천안함 사태 해결을 금강산 관광 사업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북한이 천안함 침몰은 자신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해온 만큼, 이는 사실상 금강산 관광 사업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와 다름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 지난해 추석 기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이산가족 상봉 행사 마지막 날, 이산가족들이 헤어짐이 아쉬운듯 잡은 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도주의 저버린 남북한 당국

이러한 남북한 당국 태도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북한이 지난 10일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할 때 내세운 명분과 정신은 '인도주의'와 '동포애'였다. 그러나 남측의 대북 수해지원 규모가 기대한 수준에 크게 못 미치자,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재개를 연계시켜 남측을 압박하고 있다.

이는 1차적으론 금강산 관광재개를 겨냥한 것이지만,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이산가족 상봉 행사 무산의 책임을 남측에게 돌리려는 계산에서 나왔을 공산이 크다. 이러한 태도는 북한 스스로 강조한 인도주의와 동포애 정신을 훼손하는 처사이다.

이명박 정부의 태도도 크게 실망스럽다. 대규모의 쌀 지원을 요구하는 국민적인 목소리를 외면하고 고작 5000톤의 지원을 결정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추가적인 대규모 지원은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비현실적이고 비인도적인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최근 북한이 내민 손을 잡아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기회조차도 방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하지 않아도 좋다"는 식의 발언은 책임있는 정부의 태도와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것이다.

더욱 심각한 남북한이 서로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이산가족 상봉이 무산될 경우에 발생한다. 상봉 행사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이산가족들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은 물론이고, 모처럼 접촉에 나선 남북한 사이에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관계가 숨통을 트지 못하면 6자회담 재개도 더더욱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그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질 수 있다.

차분하면서도 포괄적인 문제 해결을

결국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남북한 당국이 차분하면서도 포괄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다.

우선 이산가족 상봉은 반드시 예정대로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북한은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라는 전제조건을 철회하고, 남한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대북 쌀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 대북 쌀 지원은 그 자체가 인도적 실천이자 보수층을 비롯한 대다수 국민들도 요구하고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산가족 상봉과 함께 자연스럽게 결정할 수 있는 분야이다.

동시에 남북 장관급 회담이나 특사 회담을 통해 산적한 현안을 풀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해야 한다. 필자는 당국 간 회담을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세 가지를 권고하고 싶다. 최소한 아래의 세 가지는 합의문에 담는 것이 좋다.

첫째 최대 현안이 되어버린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일방적인 요구를 자제하고 서로 만족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MB 정부가 북한에 시인과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북한의 태도를 볼 때 비현실적이다. '검열단' 파견을 통해 재조사를 요구하는 북한의 요구를 MB 정부가 수용할 가능성도 극히 낮다.

이에 따라 남북한은 합의문을 통해 천안함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하면서 '재발방지' 대책 수립에 노력하겠다는 합의에 도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합의는 '5·24 조치' 종료를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와 6자회담 재개의 '입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둘째는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와 정상화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합의 방향으로는 북한의 고(故) 박왕자씨 피격 사건에 대한 유감 표명과 재발방지 약속, 그리고 관광 지구 내 남측 자산에 대한 몰수 및 동결 조치의 해제, 남측이 요구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규모 확대 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상봉 규모 확대시 일정수의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포함시키는 방안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는 조속한 6자회담 재개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합의하는 것이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의미를 지닌다. 최근 6자회담 재개의 최대 난관이 남북관계 악화에 있었다는 점에서 당국간 대화 복원과 합의는 6자회담 재개의 문을 열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안이다.

동시에 핵문제도 남북대화의 의제가 되어야 한다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과도 궤를 같이 한다. 평화협정 논의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시험하고 이를 촉진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자, 남한에게도 그 자체로 '소중한 목표'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결코 기피할 사안이 아니다.

☞ 필자 정욱식 블로그 '정욱식의 뚜벅뚜벅'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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