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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카쿠 갈등' 일단락…상처만 남은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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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카쿠 갈등' 일단락…상처만 남은 일본

일본, 중국 어선 선장 풀어줘…중일관계 진정되나

일본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에서 영해를 침범한 혐의로 일본에 구속됐던 중국인 선장이 24일 풀려나게 됐다. 이로써 보름 이상 지속된 중일간 충돌은 일단락됐지만 일본이 대외적, 국내정치적으로 입은 상처를 회복하는 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中 선장, 구속 기한 닷새 앞두고 풀려나

24일 <교도통신>,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오키나와(沖繩)현 나하(那覇) 지방 검찰청은 일본 해상보안청 소속 순시선을 들이받은 혐의로 구속했던 중국 저인망 어선의 선장 잔치슝(詹其雄) 씨를 '처분 보류'하기로 결정한 뒤 석방하기로 했다. 잔 씨는 지난 8일 일본 해상보안청에 의해 체포된데 이어, 19일 구속 기한이 열흘 더 연장돼 29일까지 구금 조치에 처해진 상태였다.

지검 측은 선장을 처분 보류한 이유에 대해 "(선장이) 고의로 (순시선에) 충돌한 것은 명백하지만, 순간적으로 취한 행동이고 계획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지검 측은 또 "우리 국민(일본인)에 미칠 영향이나 앞으로의 중일관계를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나하 지검의 결정이 있은 뒤 <교도통신>을 인용해 신속히 이 소식을 알렸다. 이어 중국 외교부 장위(姜瑜) 대변인은 기자들과의 문답을 통해 "항공기를 보내 잔 씨를 귀국시키겠다. 일본 측이 잔 씨에 대해 진행한 어떤 형식의 사법절차도 불법이며 무효"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7일 센카쿠 열도 구바지마 북서쪽 해역에서 중국 저인망 어선(푸른색)이 일본 순시선을 들이받자, 따로 파견된 일본 순시선(흰색)이 이 어선에 대한 추적 및 조사에 들어갔다. ⓒ로이터=뉴시스
'영해 침범'에 대한 국내법 처리 선례 남기려 했던 日

이번 사태의 핵심에는 센카쿠 열도에서 일어난 사건에 국내법을 적용, 사법 처리하는 선례를 남기면서 자국의 '실효 지배'라는 사실에 쐐기를 박고자 했던 일본의 속내와 이 지역을 '국제분쟁지역화' 하고자 한 중국의 속내가 얽혀있다.

일본은 청일전쟁 와중인 1895년 센카쿠 열도를 오키나와 현에 편입시켰다고 주장하지만, 중국과 대만은 불평등조약인 시모노세키 조약 탓이라며 일본의 주장에 반발한다. 1970년대부터 표면화되기 시작한 이 갈등은 중국이 1992년 '댜오위다오'를 자국 영토에 편입하는 영해법을 발표하고 외교적, 경제적 목소리를 키워가면서 점차 중국-대만-일본 간 영유권 분쟁으로 비화됐다.

이번 사태는 지난 7일 센카쿠 열도 구바지마(久場島) 북서쪽 해역에서 중국 어선이 일본 순시선을 들이받고, 일본 측 정선 요구에 불응하면서 발생했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중국 어선을 나포해 조사를 벌였으며 선장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구속했다.

중국은 이에 "(선원·선장을) 즉시, 무조건 석방하라"며 항의했으나 일본은 국내법적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일본은 13일 선원 14명을 석방했지만 19일 선장의 구속 기간을 열흘간 연장시킨다고 발표하면서 중국의 강경 입장에 맞불을 놨다.

이 과정에서 중국 정부는 외교부 정례브리핑을 통한 공개적 대일 비난, 주중 일본대사 초치 및 항의와 같은 외교적 압박부터 첨단제품 제조에 필수적인 희귀금속 희토류 수출을 사실상 중단하는 '경제보복' 조치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초강수를 뒀다.

기업 차원의 일본 단체관광, 중일 민간교류도 취소되거나 중단됐다. 또 만주사변 79년을 맞은 지난 18일을 기점으로 중국 본토는 물론 홍콩 곳곳에서도 거센 반일 시위가 연달아 일어나면서 중일관계는 파탄에 이르렀다. 순시선과 어선의 충돌 양국의 외교, 경제, 민간교류의 충돌과 차단으로 치달은 셈이다.

▲ 지난 18일 중국 본토에서 벌어진 반일 시위에서 한 중국인 시위 참여자가 일본 국기를 형상화한 천을 짓밟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중국이 강경 입장 철회해도 후유증 남을듯

중국의 강력 반발에 놀란 일본은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을 통해 22일 중국에 고위급 회담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양국의 긴장 상태는 외교 채널로, 영토 문제는 국내법적으로 분리해 풀어보고자 했던 일본은 결국 이 고차방정식의 답을 찾지 못하고 24일 백기 투항했다.

이로써 중일 간 표면적 갈등은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갈등에서 일단 승리한 중국이 그동안 취했던 대일 강경 조치를 하나 둘 철회하면서 양국 관계를 정상화 시킬 거라는 관측이다.

그럴 경우 중국 내 반일감정 역시 잦아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인희 대진대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 민중들의 분노가 남는다고 하더라도, 중국 정부가 입장을 바꾸면 그것이 시위와 같은 직접적인 행위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에서 대규모 시위는 정부의 허가·통제 하에서만 벌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민들의 의지보다는 정부의 전략이 반일감정에 결정적 요소인 셈이다.

그러나 센카쿠 열도를 탐내 온 중국이니만큼 이번 기회로 대일 압박의 강도를 높여가며 더 많은 실리를 챙길 거라고 보는 분석도 있다.

한편 일본은 사건 발생일로부터는 보름 후, 선장의 구속 기한인 29일까지는 닷새 전이라는 애매한 시점에 기존의 뜻을 철회하면서 여러모로 타격을 입었다. 영해를 침범한 중국인들을 즉각 풀어줬다면 외교적 갈등이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고, 그들을 국내법적 절차에 따라 처벌했다면 자국에 유리한 선례를 만들었을 텐데 둘 다 실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일본 경제가 중국 변수에 얼마나 취약한지도 드러났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일본학 교수는 "일본이 결국 국내법에 따른 판결보다 외교 관계에 손을 들어주면서, 다음번에 비슷한 일이 일어나도 같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중국에 유리한 선례가 됐다"고 말했다. 호사카 교수는 "앞으로 (일본이) 중국 쪽의 영유권 주장도 일부 수용했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국내정치적 후유증도 만만찮다. 이날 중국 어선 선장의 석방 발표 직후 자민당, 다함께당 등 일본의 보수 야당들은 "중국의 압력에 정치가 굴복했다", "간 총리의 약체 외교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가 후텐마(普天間) 기지 논란으로 미국과 마찰음을 낸데 이어 간 나오토(管直人) 총리 체제 하에서는 중국과 갈등을 빚으면서, 일본 민주당 정권은 정권교체 1년 만에 보수 야당으로부터 '외교적 무능력'이라는 성토 구호를 제공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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