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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이산가족 상봉 먼저 제의…쌀·6자회담 동시 겨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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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이산가족 상봉 먼저 제의…쌀·6자회담 동시 겨냥

美 "北이 관계 개선 행동 먼저 해라" 주문에 호응

북한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자고 제의했다. 정부는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남북관계의 호전이 예상된다.

북한 조선적십자회는 10일 대한적십자사에 보낸 통지문에서 "지난 시기 쌍방은 추석을 계기로 북과 남의 흩어진 가족, 친척들의 상봉을 진행해 이산가족의 아픔을 덜어주고 혈육의 정을 두터이한 좋은 전례를 가지고 있다"며 "올해에도 이날에 즈음해 흩어진 가족, 친척의 상봉을 금강산에서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조선적십자회는 또 "이번 흩어진 가족, 친척들의 금강산 상봉을 계기로 북남 사이의 인도주의 협력사업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며 "이상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가능한한 빠른 시일 내에 북남적십자 관계자들의 실무접촉을 가질 것을 제의한다"고 말했다.

10일 개성 채널을 통해 접수된 이 통지문은 11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의해 보도됐다. 한적도 곧바로 같은 내용을 공개하며 "북한의 제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향후 정부와 협의해 대책을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대한적십자사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통일부 자체의 판단은 일단 미룬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러시아24-TV> 인터뷰에서 "북한이 천안함 사태에 대해 사죄를 하고 다시 (남북이) 정상적인 관계로 가야 한다"고 선을 그음에 따라 청와대의 판단을 기다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측이 지난 4일 '수재 지원을 할 바엔 쌀·굴삭기·시멘트를 달라'고 한데 대한 지원 방침이 결정되지 않은 것도 정부의 반응을 더디게 하는 이유로 보인다. 그러나 통일부 역시 이산가족 상봉 제의를 긍정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2009년 이산가족 상봉 행사 모습 ⓒ연합뉴스

쌀 지원만이 목적인가?

남측이 대북 수해 지원 의사를 표명한데 대해 북측이 '쌀·굴삭기·시멘트를 달라'고 역제의한 후 억류한 대승호를 내려 보내면서 남북관계의 미세 조정은 예상되어 왔다. 전문가들은 남측이 북측의 지원 요구에 호응한 뒤 10월 무렵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할 경우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 바 있다.

그런 상황에서 북측이 먼저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한 것은 우선 수해 지원을 확실히 이끌어 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선적십자회가 "금강산 상봉을 계기로 북남 사이의 인도주의 협력 사업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밝힌 부분에서 그 뜻을 읽을 수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쌀 지원을 확실하게 하면 남쪽에도 선물을 줄 수 있다는 메시지"라면서 "대북 지원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카드로 이산 상봉을 먼저 꺼냈다"고 해석했다.

아울러 미국을 향한 메시지도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에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보임으로써 천안함 국면을 매듭짓고 6자회담 재개 분위기로 넘어가자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9일 "어떤 진전이 있기 위해서는 남·북 사이에 모종의 화해 조치가 있는 게 중요하다"며 "북한이 남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조치를 먼저 보여줘야 한다"고 밝힌데 대한 호응의 성격이 있다고 정 전 장관은 설명했다.

이같은 북한의 대남 유화 제스처는 작년 8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이후 나타났던 흐름과 유사하다. 북한은 당시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개선과 그를 통한 북미관계 진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다. 그러나 올 3월 천안함 사건 이후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적대의식을 체감했기 때문에, 이번 유화 제스처의 목적은 남북관계 개선 보다 대미 메시지 쪽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27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8월 하순 경 국무부 고위급 인사와 외부 전문가들을 불러 대북정책 평가회의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미국이 11월 중간선거 이후 국면 전환을 준비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북한의 이번 제의는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을 보고 확실한 방향 전환을 유도하는 사전 포석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남측이 소규모 쌀 지원과 이산가족 상봉의 '맞교환' 정도로만 남북관계를 제한하고 6자회담에 나가려는 미국의 행보에는 계속 제동을 걸 경우 국면 전환은 또 다시 찻잔 속의 태풍이 될 가능성도 있다. 12일 6개월 만에 한국을 방문하는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한국 정부의 협의가 주목되는 이유다.

이산가족 상봉에는 최소 한 달 정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번 추석(22일) 이전에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산가족 상봉이 합의될 경우 행사는 작년(9월 26일~10월 1일)과 같이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정세현 전 장관은 "이산 상봉을 1년에 한 번이라도 하면 이명박 정부도 체면치레는 할 수 있다"며 "대통령이 말한 '정상적인 관계'는 아니더라도 '쌀을 주고 이산 상봉을 하는 관계'라도 만들어야 캠벨 발언과 북한의 선제 제의가 맞물려 이니셔티브를 잃은 우리 정부가 향후 정세 변화에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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