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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의 카터 외면과 곰즈 석방, 엇갈린 메시지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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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의 카터 외면과 곰즈 석방, 엇갈린 메시지 속내는?

北언론 '카터에 한반도 비핵화 의지 전달' 강조 주목

북한에 불법으로 입국해 수감됐던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 씨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27일 평양을 떠났다. 곰즈의 석방은 지난 1월 그가 북중 국경을 넘은 지 7개월 만이다.

중국 <신화통신>은 카터 전 대통령이 이날 오전 곰즈와 함께 비행기에 탑승해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카터 센터도 성명을 통해 북한 당국이 카터 전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들여 곰즈를 사면했으며 두 사람이 일행과 함께 평양을 출발했다고 전했다.

북한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통신은 별건 기사를 통해 카터 전 대통령의 사죄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들여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곰즈에게 특별 사면을 실시할 것을 지시했으며 카터 전 대통령이 이에 대해 깊은 사의를 표명했다고 주장했다.

▲ 7개월 간 북한에 수감돼 있던 미국인 아이잘론 곰즈 씨가 27일 평양을 떠나기 위해 비행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카터 전 대통령은 공항에서 곰즈와 함께 기자들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으며 환송을 위해 꽃을 들고 나온 북한 소녀에게 키스를 하기도 했다. 또 출발 직전에는 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함께 5분간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곰즈는 지난 1월 25일 기독교 선교 활동과 북한 인권운동을 위해 북중 국경을 넘어 북한에 들어갔다가 체포됐다. 그는 재판에서 9년의 노동교화형과 7000만원(북한 원화 기준)의 벌금형을 언도받고 복역하던 중 지난 7월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곰즈의 수감 기간이 길어지자 미국의 인권단체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자국민 보호에 소홀하다며 강력히 항의해 왔다. 결국 곰즈의 석방은 지난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방북해 유나 리, 로라 링 북한에 수감된 여기자들을 데려온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이뤄지게 됐다.

"사적이고 인도주의적인 방북"

미국은 곰즈 석방에 대해 즉시 환영의 의사를 밝혔다. 국무부는 26일(현지시간) 필립 크롤리 공보담당 차관보 명의의 성명을 발표해 "북한의 결정을 환영하며,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인도주의적 노력에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무부는 "미국 정부는 이번 방북을 제안하거나 주선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으며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과 그가 북한에서 고위 당국자들과 나눈 대화는 모두 개인적인 차원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색돼 있던 북미 간 대화가 곰즈 석방을 계기로 물꼬를 틔울 수도 있다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 거리를 두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 1994년 한반도에 핵 위기가 고조됐을 때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당시 주석을 만나 대결로만 치닫던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급반전시키는 '메신저' 역할을 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외교가 일각과 남북관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카터 전 대통령의 두 번째 방북 역시 천안함 사건 이후 고조된 동북아 지역의 긴장을 풀어주는데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6일(한국시간) 중국을 전격 방문하면서 안개속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되지 않으면서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은 자연스럽게 순수한 인도적 목적으로 축소되는 모양새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카터 전 대통령이 북한에 머무르는 사이 갑자기 중국을 방문한 것은 천안함 사건 이후 미국의 대북 강경모드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의도된 행동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이 한미 합동 군사훈련과 제재로 북한을 압박하면서 6자회담 재개는 '북한이 실질적 행동을 보여주기 전엔 안 된다'고 못 박는데 대해 나름의 의사 표시를 했다는 것이다. 마침 중국은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를 통해 회담 재개 의지를 피력하던 중이라 북한으로서는 중국과 뜻을 같이 하고 있음을 강조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카터 전 대통령이 미국 정부의 특사 자격이 아닌 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소지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루어 북한이 애초부터 그의 '활용도'를 낮게 봤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북한은 카터 전 대통령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만나 한반도 비핵화와 6자회담 재개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전달받았으며 박의춘 외무상 등과도 관련 문제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강조했다.

'개인적 목적'으로 북한을 찾은 카터 전 대통령과의 대화가 향후 북미관계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지만, 북한이 여전히 북미대화에 갈증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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