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관련한 군사 기밀을 무더기로 폭로하면서 미군과 미 국방부를 적으로 돌린 어샌지는 남은 기밀문서의 공개와 관련한 기자회견 준비 등을 위해 스웨덴에 머무르던 중 지난 21일(현지시간) 성폭행 및 추행 혐의로 기소됐다. 두 명의 20대 여성이 각각 그로부터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한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스웨덴 검찰의 에바 핀네 검찰총장은 불과 몇 시간 만에 "그가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의심할 이유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더 이상 체포 대상이 아니다"라고 영장을 철회했다. 스웨덴 검찰청은 "영장을 발부한 부검사보다 핀네 총장이 갖고 있는 정보가 더 포괄적이었기 때문에 영장 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다음 날인 22일 어샌지는 범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일이 "명백한 중상모략"이라며 "(이런 일로) 누가 이득을 보는지에 대해 의심 가는 구석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직접적인 증거 없이는 단언하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어샌지는 이미 지난 11일 호주 정보국으로부터 이런 종류의 음해가 있을 것이라는 경고를 받기도 했다면서 이번 일은 자신에게 불명예를 주려고 하는 수많은 시도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같은 날 스웨덴 신문 <아프톤블라뎃>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배후세력으로 미 국방부를 슬쩍 지목했다. 그는 "(스웨덴 검찰 뒤에 누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예를 들어, 미 국방부가 위키리크스를 파멸시키기 위해 더러운 술책을 쓸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받았다"며 "섹스 문제로 덫을 놓을 것이라는 경고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겨냥한 성폭행 주장이 충격적이라면서 "스웨덴과 그 어느 나라에서도, 나와 파트너 양쪽이 스스로 원하지 않는 가운데 성관계를 가진 적은 결코 없다"고 부연했다.
▲ 줄리언 어샌지 ⓒ로이터=뉴시스 |
소동에 얽힌 의혹을 풀기 위해 어샌지의 변호사들은 스웨덴 검찰청과의 면담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 검찰청의 카린 로산더 대변인은 "유명한 일에는 이와 같은 루머가 따르기 마련"이라며 여파를 축소시키려는 태도를 취했지만 어샌지 측은 계속해서 배후를 의심할 것으로 보인다.
어샌지는 전쟁 관련 비밀문서를 폭로한 행위에 대한 처벌을 면하기 위해 법적 보호 장치를 찾고자 스웨덴이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사건처럼 스웨덴조차 '안전지대'가 아닌 것이 드러남에 따라 향후 이동 경로가 주목된다. 호주 출신인 그는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스웨덴·아이슬란드·벨기에 등을 돌아다니며 생활하고 있다.
한편 미국 연방 검찰이 어샌지와 일부 위키리크스 관련자를 정부의 재산을 절취했다는 혐의로 기소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1일 보도했다. 추가 문건을 공개하기까지 어샌지가 걸을 험난한 길을 예고한다. 그는 1만 5000건에 이르는 추가 기밀문서가 향후 2~4주 사이에 공개될 것이라고 22일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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