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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뿐인 '천안함 오기'에서 벗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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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뿐인 '천안함 오기'에서 벗어나라

[한반도 브리핑] 누구를 아프게 하려는 조치인가

천안함 사태가 발생하고 5개월이 지났다. 북한의 소행으로 규정하고 대북 제재를 천명한 5.24 담화도 3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한반도 전체를 긴장 고조와 극한 대결로 몰고 간 천안함 국면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명분도 실리도 충분히 얻지 못한 채, 국가 이익의 손실과 상처를 감수한 채 이명박 정부는 지금도 제재 국면을 전환할 생각이 전혀 없다. 이른바 출구전략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해 '북한 책임론'만을 반복하며 아직은 기조를 바꿀 때가 아니라고 역정을 낼 뿐이다.

그러나 수개월을 끌며 고집하고 있는 천안함 국면에서 정작 이명박 정부는 득보다 실이 훨씬 커 보인다. 사건 발생 5개월째, 대북 제재 3개월째를 맞으면서 이제 이명박 정부는 냉정하게 대차대조표를 만들어 득실을 따져봐야 한다. 꼼꼼한 정산을 통해 천안함 대책이 더 이상 효과를 내기 힘든 거라면 지금이라도 과감하게 국면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상처뿐인 천안함 대책이라면 더 이상 감정적인 전략적 오기를 버리고 합리적 출구를 모색해야 한다.

손실과 상처는 고스란히 남쪽에

5.24 담화에 담고 있는 대북 제재의 목표는 북한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인 바, 무엇보다도 이명박 정부는 이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처음부터 북은 자신과 무관하다며 국방위원회의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결백을 주장했고 유엔 안보리에서도 이사국들과 언론을 향해 일관되게 책임 없음을 강조했다. 천안함 사태가 자신의 소행이 아니라는 북한의 주장은 결국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에도 '유의한다'는 표현으로 반영되었다.

사정이 이런 마당에 북이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짓임을 시인하고 사과할 리는 만무하다. 시인과 사과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조건에서 책임자 처벌은 더더욱 달성하기 힘든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명박 정부가 5.24 담화로 단호하게 내놓은 대북 제재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구조였던 셈이다.

사과와 처벌을 이루지 못한다면 그나마 제재를 통해 북을 '아프게라도' 해야 했다. 그러나 냉정한 대차대조표는 북을 아프게 하기보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가 더 많은 손실과 상처를 떠안은 결과를 보여준다.

우선 외교적 차원의 안보리 상정과 대북 제재 도출은 냉혹한 국제정치 현실에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공격 행위가 있었음을 언급하면서도 정작 공격 주체는 밝히지 못했다. 규탄이라는 단어를 포함시켰지만 동시에 안보리는 북한의 반응에 유의한다는 표현도 삽입했다. 뒤이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는 공격과 규탄 표현 대신 '깊은 우려'라는 중립적 용어로 정리되고 말았다. 국제적 차원에서 북의 만행을 규탄하고 일치된 대북 제재를 도출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의도는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크게 모자란 꼴이 되고 말았다.

군사적 차원의 제재는 더더욱 한국으로 하여금 득보다 실을 안겨줬다. 미국과의 합동 대잠훈련은 시작 전부터 중국의 거센 반발을 샀고 어느새 한·미와 북·중의 동북아 힘겨루기로 변질되고 말았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응한다는 훈련이 우리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하루아침에 미·중간 갈등요인이 되었고 한반도는 탈냉전기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대결장이 되고 말았다. 미국 항모의 한반도 수역 진입에 대해 중국은 각종 훈련과 미사일 발사로 응대했고 급기야 한반도는 신냉전 구도가 재연되는 퇴행적인 모습을 연출하고 말았다.

애초에 군사적 조치로 발표된 대북 심리전 재개는 북이 확성기 조준 격파 방침을 밝힌 이후 정작 확성기를 설치하고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진퇴양난에 직면했다. 말을 뱉어놓고도 실천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입장에 처한 것이다. 한국군 독자의 육해공 합동 서해 훈련 역시 북한은 '보복성전' 각오 속에 NLL을 넘는 해안포 발사를 강행함으로써 한반도 긴장을 한껏 고조시켰다.

NLL 이남으로 넘어온 북의 포탄마저도 우리 군은 허둥대며 축소 보고하는 모습을 보였다. 단호한 대북 억지력을 과시한다는 훈련이 오히려 북한의 강경 대응을 유발하고 불필요한 긴장을 야기했을 뿐 아니라 북의 군사적 위협에 꼬리를 내리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한반도의 현실에서 천안함 제재를 군사적 차원으로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전쟁을 결심하지 않는 한 처음부터 성공하기는 힘들었다.

대북 경제 조치로 발표된 남북교역 전면 중단은 북에게 일정한 손실이 되겠지만 그것으로 북이 아파하거나 못 참고 굴복할 정도는 애초부터 아니었다. 남북 교역과 임가공을 전면중단함으로써 북이 입는 경제적 손해보다는 남측 기업의 피해와 어려움이 훨씬 컸다. 교역 중단의 경우 북은 판로를 옮기면 되고 임가공 중단도 근로자의 노임 수입을 포기하면 된다. 이 정도로 북이 아파해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제재에 순응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남측 기업은 교역중단으로 이미 지불한 대금을 고스란히 날리고 납품 약속을 파기한 대가로 클레임을 감수해야 한다. 임가공 업체는 이미 투자한 설비와 북으로 반출된 원자재를 고스란히 손해 봐야 하고 납품 기일을 못 지킨 책임도 져야 한다. 대부분 중소기업이나 영세업체인 남측은 남북 교역 전면중단으로 사실상 도산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개성공단 상주인원을 반으로 줄인 조치 역시 그것은 고스란히 남측 기업의 기술지도와 노무 관리만 힘들게 할뿐 북에게는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한다. 도대체 누구를 아프게 하기 위한 제재 조치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지금도 고수하고 있는 대북제재 조치들이 어느 하나도 원래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북을 아프게 하지도 못한 채 결과적으로는 한국만 손실과 상처를 받게 된 셈이다.
▲ 16일 '을지안전보장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과 국무위원들 ⓒ청와대

미국에서 날아오는 '청구서'

더 심각한 것은 북을 굴복시키고 아프게 하려는 제재의 실효성이 없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제재 국면을 지속하기 위해 지불해야 할 대가가 엄청나다는 사실이다.

이번 천안함 사태에서 줄곧 이명박 정부를 지지하면서 공고한 한미동맹을 과시한 미국이 선의를 가지고 그랬을 이유는 처음부터 없었다. 국제 정치에서 결코 공짜는 없다. 2+2 회의를 열고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판문점 군사분계선 앞까지 이례적으로 간 것은 단지 동맹의 튼튼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명박 정부의 천안함 대응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공감해주는 대가로 미국은 하나 둘씩 청구서를 보내고 있다. 이미 한미 FTA 재협상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오는가 하면 한국의 요구대로 전작권 반환 연기에 동의한 만큼 주한미군 분담금 인상 요구도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대북 제재 국면을 지속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희망에 맞춰 금융 제재를 천명한 미국의 방침도 사실은 대북 제재가 목적이 아니라 이란 제재에 한국 정부가 동참하길 요구하는 압박용 카드였음이 드러났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이 이란의 보복을 감수하고라도 대이란 제재에 나서기란 그리 쉽지 않다. 수억 달러의 교역과 건설 공사 수주 및 경제협력들을 포기하면서 미국의 요구에 따르기는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천안함 국면을 지속하기 위한 이명박 정부의 오기는 결국 이란과의 외교 손실과 경제적 손해를 떠안아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는 셈이다.

미국에 올인하는 대가로 이명박 정부가 치러야 할 비용은 한중관계 악화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미 정부 출범 직후 한미동맹의 복원과 전략동맹화 방침을 밝히면서 중국과는 불편한 관계를 감수해야만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첫 방중 길에 중국 외교부는 한미동맹이 냉전시대의 유물이라는 공식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 내 친한파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과 대미정책에 일관되게 비판적 입장을 개진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급기야 천안함 사태가 터지고 이명박 정부는 중국의 협조를 요청했지만 한 번도 중국은 한국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김정일 위원장 방중을 수용하고 천안함 조사결과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안보리에서도 북한 입장을 두둔했다. 급기야 한미 합동훈련에 대해서는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나섬으로써 대북 제재 국면을 한순간에 북·중 대 한·미의 대결 국면으로 바꿔놓았다.

이명박 정부의 대중 관계는 천안함 사태에 이르러 그야말로 밑천이 바닥날 정도로 손해를 봤음이 분명하다. 한미관계 만큼이나 한중관계가 정치·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함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인데도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오기로 인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인 중국과의 신뢰를 깎아먹은 셈이다.

이명박 정부가 치러야 할 대가는 사실 남북관계의 망실이 가장 크다. 이미 반포용적 대북정책으로 남북관계는 위기에 직면했지만 천안함 사태 이후는 그야말로 전면적 중단과 상시적 대결 상황으로 치달았다. 더 이상 북한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접은지 오래고 이명박 정부 역시 북한과의 대화 재개와 관계 지속은 할 수도 없고 할 의사도 없다.

남과 북은 사사건건 부딪치고 서로 군사적 위협을 서슴지 않으며 매일 매일을 긴장 고조와 전 쟁위기의 불안 속에서 살고 있다. 천안함 사태 이후 남북관계는 이명박 정부가 개과천선해 정상화를 시도한다 해도 돌이키기 힘든 파탄 지경이 되어 버렸다.

대북 제재와 압박이라는 천안함 기조를 고집하면서 이명박 정부는 미국에게는 엄청난 영수증과 청구서를 받아야 하고 중국과는 불필요한 대결과 갈등을 감수해야 하고 북한과는 전면 대결과 전쟁 불사의 치킨게임을 벌여야 하는 전방위적 손실을 자초하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상처뿐인 오기'인 셈이다.

통일세, '못말리는' 주관적 기대의 표현

최악의 남북관계와 최고조의 한반도 긴장 국면을 지속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를 통해 통일 준비의 필요성과 통일세 준비라는 깜짝 발언을 했다. 도무지 이해되지도 않고 이해할 수도 없는 발언이다. 5.24 담화가 아직도 진행형이고 출구 전략은 필요 없다며 천안함 국면을 거의 오기 수준으로 고집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남북관계 전면 중단 상황에서 통일세를 언급한 것은 논리적 비약이자 모순이다. 강 대 강의 상호 대결만 난무하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의미의 통일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일세를 언급한 이명박 대통령의 정세 인식에는 북한 급변사태 임박론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고 북한 붕괴 후 흡수통일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관되게 대북 강경정책을 고수하면서 모든 접촉과 교류, 화해와 협력 심지어 대북 지원과 회담마저 거부하는 이명박 정부가 뜬금없이 통일세를 언급한 것은 바로 대북 제재를 통한 북한 붕괴를 희망하고 또 실제로 북한 급변사태가 조만간 도래할 것이라는 자의적 정세 인식과 희망적 사고의 반영인 것이다.

그러나 냉정한 현실은 주관적 기대만으로 되지 않는다. 북이 굴복할 것이라는 주관적 기대만을 앞세워 천안함 오기를 고집한 탓에 지금 이명박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가 북한과의 모든 접촉과 교류와 회담을 거부한 채 전략적 기다림을 고집하는 것도 그 이면에는 급변사태가 임박하고 있다는 자의적 정세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안정성과 불안정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체제다. 불안정성만큼이나 향후 안정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소련의 쇠퇴와 영향력 감소가 동유럽 붕괴를 낳았던 것과 달리 지금 북한에게는 욱일승천하는 중국의 국력과 영향력이 뒤에서 버티고 있다. 일각의 희망과 달리 북한이 상당 기간 그럭저럭 버틸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이 진정으로 통일을 원하고 준비하고자 한다면 대북 압박에 의한 급변사태 대망론에서 벗어나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는 장기적 접근을 해야 한다. 통일세를 거둬 북한이 붕괴된 후 돈을 뿌리면 된다는 안이한 발상에서 벗어나 북한 구성원이 스스로 남쪽을 선택하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 김근식 경남대 교수

그것은 화해와 협력, 대화와 접촉, 교류와 지원을 통해 자연스럽게 북한의 '친남도'(親南度)를 제고하고 통일을 준비하는 방식일 수밖에 없다. 제재 국면을 고집하면서 뜬금없는 통일세 이야기를 할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오기에서 벗어나 남북관계 정상화에 나서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 필자 김근식 경남대 신문방송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최근 세계적인 인명사전 <마르퀴스 후즈 후>(Marquis Who's Who)' 2011년판에 등재됐다. 김 교수는 북한 및 통일 분야에서의 왕성한 연구와 교육 활동을 바탕으로 20여 권의 저서를 발간하고 50여 편의 논문을 각종 권위지에 발표한 업적을 인정받아 등재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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