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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의 대북 압박, '김정은 세습' 정조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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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미의 대북 압박, '김정은 세습' 정조준하나

[기고] 대북 민간단체를 적극 활용해야 하는 까닭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조치가 조만간 발표될 것이라고 한다.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교역을 사실상 전면 중단한 남한의 5.24 조치에 이어, 미국 차원에서 행해지는 천안함 응징 조치가 이뤄지는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대북 제재가 사실상 무위로 끝난 가운데 한미 차원에서 이뤄지는 두 갈래의 대북 제재 조치가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북한이 이번 제재로 받는 타격은 과연 얼마나 될까?

먼저 남한의 대북 제재 조치인 5.24 조치부터 살펴보자.

남북 교역은 그동안 꾸준히 증가해 2000년대 중반 이후(2003~2009년) 북한 대외 거래의 20-38%, 금액으로는 7~18억 달러 정도의 비중을 차지해왔다. 북한 대외 거래의 1/3 가까이를 남북 교역이 차지해왔다는 얘기다. 따라서 개성공단이 유지된다 하더라도 남북 교역의 중단은 북한 대외 거래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남북 교역의 중단은 북한의 중국 의존도를 높이면서 북중 무역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분야의 연구 결과를 보면 남북 교역의 북중 무역으로의 대체가 그리 쉽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북한의 무역은 남북 교역에서 흑자를 통해 벌어들인 달러로 북중 무역의 적자를 메우는 구조였기 때문에 남북 교역의 중단으로 달러 유입이 줄어들면 북중 무역도 덩달아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또, 북한의 대남 수출품 가운데 절반 이상이 중국으로는 아예 수출되지 않던 물품들이기 때문에 대남 수출을 대중 수출로 대체하기도 용이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종합적으로 볼 때, 남북 교역의 중단은 북중 무역의 비중을 좀 더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겠지만, 북중 무역이 남북 교역 중단에서 오는 충격을 모두 흡수할 수는 없기 때문에 북한 경제가 입는 타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북한 경제가 입는 타격은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나 될까?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보면, 북한의 대외 거래가 북한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절대적이다. 내부 경제의 파탄으로 대외 교역의 증가가 경제성장률로 직결되는 북한 경제의 특성 때문인데, 역으로 보면 대외 교역의 급격한 감소는 마이너스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이다. 따라서 북한 대외 거래의 1/3 가까이를 차지했던 남북 교역의 중단은 북한을 마이너스 경제성장으로 이끌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5.24 조치의 영향으로 북한이 올해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기록한다면, 지난 2006년 이후부터 2008년 한 해만을 제외하고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셈이 된다. 남북관계의 호전 등 대외관계 개선으로 1999년 이후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던 성장세가 2006년을 기점으로 다시 하락세로 접어든 것으로, 90년대 초중반과 같은 지속적인 침체의 늪에 빠질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만약 지금과 같은 상황에 폭우와 같은 극심한 자연재해까지 겹쳐진다면 북한은 90년대 중반에 버금가는 고난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북한 지도부를 대상으로 하는 금융제재를 추진중이다. 지금까지 나온 얘기를 보면, 미국은 북한의 무기거래와 사치품 구입, 마약, 위폐 등 불법 행위와 관련된 기업과 개인을 정밀 추적중이며 이들의 거래를 봉쇄함으로써 북한 지도부의 통치자금으로 들어가는 돈줄을 차단하겠다고 한다.

여기에다 한국과 미국은 연말까지 한반도 근해에서 각종 군사훈련을 계획중이다. 한미의 군사훈련은 그 자체가 가지는 대북 압박의 의미도 있지만, 남북 교역 중단과 금융 제재라는 두 갈래의 대북 압박 조치를 단기간 내에는 풀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 북한은 지난 6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3차 회의를 열어 장성택 국방위원회 위원을 부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이는 김정은 후계구도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장성택 ⓒ연합뉴스

대북 압박의 타깃은 '3대 세습'?

한미 당국은 지금의 대북 압박이 북한의 체제전환을 겨냥한 게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압박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의 과정으로 돌아오도록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압박이 북한의 변화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이다. 대외적 압박이 가해지는 가운데 북한이 체제보위의 보루라고 생각하는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이며, 김정일 후계자로의 권력 승계 과정이 진행되는 미묘한 시기에 유화책이 힘을 얻기도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처세술에 명민한 북한 간부라면 권력이 변동되는 미묘한 국면에 대외적인 유화책을 주장해 충성심을 의심받을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한미의 대북 압박에 전폭적으로 동참해 북한이 생존을 고민하는 상황까지 이른다면 북한 지도부가 변화를 심각하게 고민할지 모르나, 중국의 대한반도 이해관계를 볼 때 중국이 대북 압박에 전면적으로 동참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북한의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면 지금의 대치국면은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한미의 대북 압박 속에 북한이 3대 세습 작업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연결된다. 한미의 경제 제재가 지속되는 환경에서 북한의 권력 승계 작업이 무리없이 진행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점에서 필자는 한미의 대북 압박이 북한의 비핵화보다는 3대 세습 과정을 정조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북한은 다음달초 44년 만에 당대표자회를 연다. 여러 북한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듯이 이번 당대표자회에서는 김정은 후계체제와 관련된 중요한 조치들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러한 분위기를 몰아 10월 10일 65주년을 맞는 당 창건 기념일에도 중요한 행사가 있을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서 후계 구도가 안착되려면 파워 엘리트들의 안정적 지지와 경제 상황의 호전이 필요하다. 파워 엘리트들에게 각종 당근을 제공할 수 있을 정도의 통치자금 확보와 함께 북한 주민들이 적어도 굶주림을 면할 정도의 경제 상황 호전이 필수적인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통치자금을 겨냥한 맞춤형 대북 제재를 시행하겠다고 하고, 한국은 남북 교역을 중단시켜 북한의 마이너스 경제 성장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한미의 두 갈래 제재 조치가 북한의 가장 중요하고도 약한 고리인 김정은 후계체제의 목줄을 죄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 후계체제가 이렇게 시작부터 시련에 접하게 된다고 해도 북한 체제가 붕괴의 위험에 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체제의 강압적 통제력이 유효하게 유지되고 있고, 반체제 역량도 아직은 미약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력 승계를 둘러싼 주변 여건의 악화는 북한 내 정치 상황을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국면으로 이끌 수도 있다.

지금은 대북 지원 민간단체 적극 활용할 시점

북한 내 상황이 유동적일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아니 혹시라도 지금의 정책 당국이 그러한 상황 전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라면, 변화되는 북한의 상황을 어떻게 관리하고 우리 쪽에 유리하게 이끌 것인가 하는 고민도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

어떠한 경우라도 남북관계를 일정 수준 유지해 북한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곳은 남한이라는 인식을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정부가 강경한 대북 조치를 발표한 이상 북한에 특별한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대북 정책의 방향을 단기간에 선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관계의 끈을 유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바로 대북 지원 민간단체들을 활용하는 것이다.

대북 지원 민간단체들은 지금까지 남북관계가 정치적으로 어려울 때마다 남북관계를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지금의 시점에서 정부가 대북 지원 민간단체들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대북 제재라는 정치적 명분도 훼손하지 않으면서 남북관계도 관리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 북한학 박사인 안정식 기자는 SBS에서 한반도 문제를 취재, 보도하고 있으며 북한포커스(www.e-nkfocus.co.kr)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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