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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먼 "버냉키의 Fed는 직무유기 상태" 맹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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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먼 "버냉키의 Fed는 직무유기 상태" 맹비난

"대량실업과 디플레 초기 단계인데, 여전히 소극적 대응"

지난 10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미국의 경제가 둔화되고 있고, 디플레이션이 우려될 상황이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뒤,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폭락하고 국내 증시도 급락하는 등 충격을 받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할 만한 진단과 함께 국채 매입 등 유동성 지원을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했지만 시장은 '언발에 오줌누기'라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가장 대표적인 대책이라는 국채매입은 새로운 자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Fed가 보유한 MBS채권 중 만기가 도래해 회수되는 자금을 다시 쓰는 '현상유지'에 그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 벤 버냉키 Fed 의장. 그는 경제학자로서 '디플레 공황' 전문가로 명성을 얻었지만 폴 크루그먼 교수 등 진보 진영 학자들로부터 Fed 의장의 리더십을 상실햇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크루그먼의 진단 뒷북치며 따라가는 Fed

이에 대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버냉키 의장이 이끄는 Fed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독설에 가까운 비판을 쏟아내 주목된다. 크루그먼 교수가 이처럼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놀랄 일은 아니다.

크루그먼 교수는 오래 전부터 미국의 경제가 적극적인 추가 부양책이 없을 경우 2012년에는 디플레이션에 빠질 정도로 경기가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냉키 의장이 이끄는 Fed는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금리 인상을 제외한 출구전략을 가동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Fed의 경기진단은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 크루그먼 교수의 전망과 비슷해졌다.

Fed의 금리결정기구 FOMC는 지난 4월 회의 때만 해도 "미국의 경제활동이 계속 탄탄해지고 있다"면서 경제회복세가 견조하다고 진단했으나, 6월 회의 때는 "경기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표현으로 약화됐고, 이번 회의에서는 "경기회복세가 느려지고 있다"는 표현으로 후퇴했다.

앞서 지난달 22일 버냉키 의장이 상원 청문회에서 미국 경제가 "이례적으로 불확실하다"는 밝힌 진단보다 더 나빠진 것이다.

크루그먼 "Fed의 정책, 대단히 부적절, 논리적으로 기괴"

크루그먼 교수는 FOMC의 이번 회의 결과가 발표되자 <뉴욕타임스> 블로그를 통해 "Fed의 현 정책은 대단히 부적절하고, 논리적으로 기괴하다"면서 "다만 현실을 인식하는 모습을 보인 점은 조금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Fed는 대량실업과 디플레이션 초기단계에 직면해서 통화긴축이라는 완전히 정신 나간 정책을 쓰다가, 똑같은 상황에서 그저 현상유지 정책으로 옮겨간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다만 그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점진적인 통화긴축 방향으로 가던 Fed가 이대로 가다가는 심각한 시장의 반응을 초래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점을 보여줘 조금은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크루그먼 교수는 "이제 우리가 할 일은 FOMC가 다음 회의 때에는 정책 방향을 바꾸지 않는 것이 직무유기로 간주될 것이라는 현실을 깨닫게 하는 것"이라면서 "Fed가 할 일을 할 때까지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을 주창하며 '진보의 양심'이라고 자처한 크루그먼 교수가 Fed에 대해 보여주는 현실 인식은 암울했다.

그는 "보다 나은 세상이라면 Fed가 경제상황을 제대로 보고 최소한의 대책이 아니라 적합한 일을 했을 것이다"라면서 "이런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것은 버냉키 의장이 Fed를 장악하기를 바라는 것과 같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크루그먼 교수가 보기에 버냉키 의장이 자기의 소신 대로 정책을 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래 버냉키 의장은 크루그먼처럼 프린스턴대 교수였던 시절 경제학자로서 자신과 같은 의견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버냉키는 학자 시절 발표한 <일본의 통화정책:자승자박>이라는 논문에서 크루그먼 등의 제안을 인용하면서 디플레이션 위협이 큰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3~4%로 높여서 관리할 것을 선언하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버냉키의 미스테리, 학자 시절 소신 왜 발휘 못할까

크루그먼 교수는 이 논문을 소개하면서 "일본 중앙은행을 Fed로 바꾸면, 이 논문의 처방은 그대로 오늘날 미국 경제에 대한 처방이라는 점이 뼈아프다"면서 "버냉키가 Fed의 의장이기만 해도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버냉키가 리더십을 상실한 상태이기 때문에 Fed가 직무유기에 가까운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버냉키의 리더십을 좌절시키는 세력은 무엇인가? 크루그먼 교수 등 진보 진영의 학자들은 현재 Fed는 토머스 호니그 캔자스 연방은행 총재,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 그리고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방은행 총재 등 이른바 '매파' FOMC 위원들에 의해 휘둘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들은 미국의 2%에 해당하는 극소수의 부자에 대한 영구적인 감세와 재정적자 감축을 최우선으로 요구하며 긴축정책을 요구하는 공화당 등 보수우파 세력을 대변한다는 것이다. 진보 학자 진영 일각에서는 버냉키가 소신을 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매파' 위원들의 의견을 이상할 정도로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그 배경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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