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가까이 러시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산불이 원자력 발전소 피폭으로 오염된 지역에까지 번져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러시아 산림보호청은 11일(현지시간) 웹사이트를 통해 "6일자 자료에 따르면 서부 브랸스크 지역의 숲 269㏊(핵타아르)에서 28건의 화재가 진행 중이며 이 지역은 방사능 오염지역"이라고 밝혔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산림보호청은 브랸스크 외에도 칼루가, 첼랴빈스크, 펜자 지역 등을 포함해 모두 3900ha의 방사능 오염 지역에서 산불이 번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브랸스크는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접경지대에 위치해 있으며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의 피해를 입은 곳이다. 당시 사고로 이 지역의 토양까지 방사능에 오염됐다.
러시아는 이곳에 묻혀있는 방사능 오염 물질이 산불 연기와 함께 대기로 뿜어져 나올 가능성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앞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비상대책부 장관이 5일 "브랸스크에 산불이 미치면 방사능 물질이 방출될 수 있다"고 말하면서 당국과 환경단체의 눈은 브랸스크의 숲으로 쏠렸다.
산불은 결국 그곳에까지 미쳤고, 이에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러시아 지부는 10일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 방사능에 피폭된 산림지역 20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며 브랸스크 지역에서 방사능이 유출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비상사태부 일부 관리들이 이 지역에 화재가 없다고 부인해 논란이 됐다. 산림보호청의 관리는 "핵 오염 지역 지도와 산불 지도를 비교해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왜 이 정보를 숨기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뒤늦게 당국은 이 지역에 화재가 난 사실을 확인했지만 여전히 "관찰 결과 산불 연기에서 아무런 방사능 물질도 검출하지 못했다"며 "오염 물질이 땅속 깊숙이 묻혀 있어 위기 상황이 닥칠 염려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그린피스의 블라디미르 추프로프 에너지 팀장도 "이번 사태가 체르노빌의 반복은 아니다. 브랸스크 당국이 오염된 숲을 잘 차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 지역에서 발생한 화재가 방사능을 유출한다는 데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피해 여부는 바람에 달려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강조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