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혼 조정관은 이날 오후 서울 남영동 주한 미 대사관 공보관(IRC)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북 제재의 목표가 "안정을 위협하는 북한의 핵확산 활동을 중단시키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하는 불법 활동을 근절하며 추가적인 도발 행위를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전 외교통상부에서 가진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텝)에서도 "이번 조치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무를 이행하고 더 이상의 추가 도발을 하지 않도록 강한 동기를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주도로 추진하는 이번 조치가 천안함 사건에 대한 대북 응징이나 북한의 정권 교체(Regime Change)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변화 유도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목적은 미국이 북한과 불법 거래를 하는 제3국을 강제로 압박할 수 있는 국내법을 만들지 않고, 행정명령에 근거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제3국을 동참시키겠다는 제재 이행 방식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외교적 노력에 따라 제재 효과의 강약을 조절할 수 있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의미 있는 행동이 도출될 경우 제재의 고삐를 늦출 수 있게끔 퇴로를 열어 놓은 것이다.
또한 아인혼 조정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편으로는 대화를 통해 협상을 추구하는 반면, 효과가 없을 경우 압박에 의존하는 것"이라고 말해 비핵화라는 전략적 목표를 위해 대화와 제재 '투 트랙' 모두 열려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이 대북 제재에 대한 목표를 '비핵화'로 설정한 것과 6자회담 재개 논의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인다. 아인혼 조정관은 "6자회담이 국제사회가 북한 핵 프로그램에 대해 가지고 있는 우려를 다루는 적절한 장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6자회담 재개 이전에 북한이 약속을 지키는데 진실성을 보여줘야 한다. 회담을 위한 회담에는 관심이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북한이 6자회담장을 박차고 나온 이후 핵실험과 천안함 사건 등 도발적인 행위를 했다"며 "북한이 약속을 했다가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고, 약속을 저버리는 사이클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대북 제재 조정관 ⓒ연합뉴스 |
북 겨냥한 '특정국 대상 조치', "곧 시행"
아인혼 조정관은 이날 "미국은 곧 재래식 무기 거래와 사치품 구입, 북한 당국자들이 관여하는 기타 불법 활동과 연루된 북한의 주체(개인, 기업, 조직 등)을 겨냥하는 특정국 대상 조치를 새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혀 대북 조치를 위한 행정명령이 빠른 시일 내에 발효될 것임을 내비쳤다.
아인혼 조정관은 이를 통해 얻게 될 효과에 대해 "불법 활동에 관여한 기업과 개인을 지정해 미국인 개인이나 미국 은행이 관리하는 북한의 재산이나 자산을 봉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런 주체들의 이름을 공개함으로써 해당 주체들을 국제 금융 및 상업 시스템으로부터 고립시키는 더욱 광범위한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이 조치의 이행과 관련해 "(제3국들에)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면서 특히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도발이나 비확산 체제에 반하는 행동이 있었을 때 결과가 뒤따른다는 것을 보여줄 책임을 가지고 있다"면서 중국에 미국의 제재 조치에 협조해줄 것을 촉구했다.
아인혼 조정관은 조만간 이 문제를 논하기 위해 대니얼 글레이저 미국 재무부 테러금융·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와 함께 방중할 예정이라면서 "다른 국가들이 한 걸음 물러설 때 중국이 대신 들어가는 문제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안보리 결의 1718호, 1874호에 의거한 기존의 대북 제재 조치와 관련해서 그는 "앞으로 수주 및 수개월간 기존의 대북 제재 조치를 적극적으로 시행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는 기존의 행정명령에 따라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관련 활동에 연루된 기업 및 개인을 추가로 지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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