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잔 교수는 IMF 수석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지난 2005년 월가의 과도한 리스크 테이킹(모험주의)이 금융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을 일찌감치 경고해 주목받은 경제학자다.
라잔 교수는 28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에 게재된 'Bernanke must end era of ultra-low rates'라는 칼럼을 통해, 초금리에 장기간 의지하는 Fed의 정책이 왜 제2의 금융위기를 초래하는 요인이 될 수 있는지 지적하면서, 때를 놓치지 않고 금리를 상향조절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은 2008년 9월 미국발 글로벌 경제위기가 발발하자 그해 12월 기준금리를 제로수준의 초저금리로 낮춘 뒤 1년반이 넘도록 지속하고 있다.
▲ 버냉키 연준 의장에게 초저금리 정책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오른쪽 끝) ⓒEPA=연합뉴스 |
연준 초저금리 장기화 조짐에 경고
또한 지난 21일 버냉키 의장은 상원 금융청문회에 출석해 현재의 경제상황을 '이례적으로 불확실한 상태'로 진단하면서 앞으로도 '상당기간' 제로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하반기 경제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돼 Fed의 초저금리 정책은 최소한 내년 초까지 지속되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버냉키 역시 "궁국적으로는 통화완화정책을 거둬들이기 위해 신중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라잔 교수는 이런 발언이 원론적 차원이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경계하고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다음은 이 칼럼의 주요내용이다. <편집자>
저금리 부작용으로 초래된 위기에 저금리 처방?
미국이 일본식 디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는 과장된 것이지만, 디플레이션 압력이 인플레이션 압력보다 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지금이 통상적인 여건이라면 통화정책이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저금리는 가계의 저축 성향을 낮추고 기업의 투자를 자극한다. 또한 저금리는 자산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대출도 촉진한다. 저금리는 투자자에게 더 큰 수익을 찾으려는 리스크 테이킹을 유도한다. Fed가 상당기간 저금리를 유지하겠다면 약속까지 해주면 기업과 은행은 단기 유동성 조달에 나설 수 있고, 투자도 촉진된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의 여건이 이런 이론이 적용되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통상적인 경기침체를 극복하는 것이라면 이런 이론이 타당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지나친 저금리 통화정책이 지속된 2002~2004년 이후에 맞은 것이다.
당시 소비자들은 대출을 쉽게 받게 되면서 주택과 자동차 분야에 생산자원이 지나치게 집중됐다. 가계들은 그 후유증으로 현재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또다시 소비에 나설 것이라고 기대하거나 그들에게 소비해줄 것을 요구할 것인가?
게다가 소비자들이 이제는 주택과 자동차에 대한 수요를 줄이고 있어 상당수의 일자리가 영구히 사라질 것이다.
예전에 주택의 건설과 유통, 자금 융자에 종사하던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을 익혀야 할 것이다. 즉, 과거의 흥청망청한 소비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견조한 회복 기반을 다지려면 자원 배분이 다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자원 재배치는 초저금리 하에서는 촉진되기 어렵다.
초저금리가 기업투자를 활성화시키는 것도 아니다. 초저금리라고 해서 기업들로 하여금 불확실한 미래의 비용과 수요라는 문제를 떨치고 투자에 나서게 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Fed, 금융 모험주의의 볼모로 잡힌 꼴
앨런 그린스펀이 2002~2004년 시행했던 저금리는 주택가격을 상승시켜 주택을 담보로 무분별한 대출이 난무하게 만들었다. 달리 표현하자면, 은행의 리스크 테이킹과 자산가격 상승이 다시 발생하면 통제하기에는 이미 늦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Fed가 보여준 정책패턴은 시장에게 건전하지 못한 기대를 형성시켰다. 이제 시장은 금융분야가 초래한 위기로 실업이 늘어나면 Fed가 초저금리와 유동성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Fed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기관이라는 신뢰는 있다고 해도, Fed가 금융업체들의 '모험주의'를 통제할 것이라는 신뢰는 잃었다.
이것은 미래에 결코 좋은 징조일 수 없다. 이번의 경기침체 이전에 수요를 자극하려다가 금융위기를 초래한 통화정책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이례적으로 불확실한 시기'에 고금리 등 극단적인 정책을 써서는 안될 것이다. 하지만 초저금리에서 낮은 수준의 금리로 상향조정할 채비를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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