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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모라토리엄 선언이 '정치쇼'? '미국꼴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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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모라토리엄 선언이 '정치쇼'? '미국꼴 봐라'

재정파탄 주정부들 구걸에 "연방정부 재원 없다"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해도 중앙정부가 있기에 지자체가 채무지급유예(모라토리엄)이나 파산을 선언하는 사태까지는 벌어지지 않는 것일까?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도 3400억원대 예산을 투입한 호화 청사 신축으로 비판을 받았던 성남시가 결국 이런 안이한 인식에 경종을 울렸다.

이재명 신임 성남시장은 12일 전임 이대엽 시장이 판교신도시 기반 조성 관련 특별회계에서 5400억원을 빼내 일반회계 예산으로 사용했으며, 이 중 5200억원이 토지주택공사(LH)와 국토해양부에 갚아야 할 돈이지만 현 재정 상태로는 단기간에 변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 3400억원을 들여 지은 성남시 신청사. 결국 이재명 신임 성남시장이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경기도 31개 기초자치단체 중 재정자립도 1위인 성남시가 돈 갚을 능력이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으며 민주당 출신의 이재명 시장이 한나라당 출신의 전임 시장이 책임질 일에 대해 선을 긋기 위해 '정치적 쇼'를 벌이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또한 중앙정부가 조세권을 갖고 있는 우리 나라에서는 어차피 정부가 지자체의 파산을 막아줄 수밖에 없다면서 별로 걱정할 것이 없다는 반응도 있다.

미 연방정부, 주정부 지원 요청에 "또다시 지원 어려워"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중앙정부의 재정을 파탄내고 또다시 더블딥 위험이 엄존하고 있는 세계 경제의 상황으로 볼 때 중앙정부라고 언제나 지자체에 재정지원을 해줄 여력이 있다는 보장은 없다.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을 일개 지자체에서 벌어진 해프닝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로 현재 미국에서는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보면 성남시 사태는 우리의 앞날을 미리 보여주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12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는 재정파탄에 빠져있는 주정부들에 대해 더 이상 지원해줄 재원이 없다고 경고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정적자 통제를 위해 초당적으로 구성한 재정정책임개혁위원회 공동 위원장에 임명된 어스킨 볼스는 전날 보스턴에서 열린 전미주지사협의회에 참석해 "연방정부 지원을 또다시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연방 정부도 재원이 없다"고 말했다.

볼스 위원장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지난달 30일 뉴욕,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등 재정이 바닥한 주정부들이 실업수당과 저소득층 의료보험 등에 대한 연방정부의 지원을 요청하자 나온 것이다.

주정부들의 재무관협의회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주정부들의 재정적자는 오는 2012년까지 모두 1270억달러(약15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금융시장에서 미국 주정부가 발행한 지방채에 대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국채와의 스프레드가 확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현재 미국 50개주 가운데 무려 43개주가 재정적자에 직면해 있으며, 34개 주에서 최근 3년간 재정적자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재정적자 문제가 가장 심각한 캘리포니아는 재정적자 규모가 세수의 56%(올해 재정적자 263억 달러)로 세금 대부분을 빚 갚는 데 쓰는 형편이다.

캘리포니아, 복지·교육 예산 직격탄

이 때문에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해 7월 재정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23만5000여 명의 공무원에게는 사실상 14% 임금 삭감에 해당하는 46일의 무급 휴가를 강제실시하고 그것도 부족해 최근에는 공무원들의 급여를 법률에서 정한 최저 임금 수준인 시간당 7.25달러 수준으로 낮추는 극약처방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재정난은 의료·교육·복지 지출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이 분야의 예산을 155억 달러나 삭감, 중등학교와 2년제 대학인 커뮤니티 칼리지, 주립대 예산이 크게 감축돼 교사 3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캘리포니아는 GDP가 1.8조 달러로 경제규모로만 보면 한국의 두 배 가까운 사실상 거대한 나라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지경이며, 기초자치단체들 중에는 파산 위기에 몰린 곳이 한두곳이 아니다. 이미 1994년 캘리포니아주의 3대 도시이자 재정자립도 1위였던 오렌지카운티가 파산을 선언한 바 있고, 최근 로스엔젤레스(LA)가 파산 임박설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다. LA 인근 버뱅크, 글렌데일, 파사데나 등도 마찬가지다.

이웃 일본에서는 방만하게 관광 인프라 개발사업을 벌였다가 2006년 6월 632억엔의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 선언을 했던 일본 홋카이도 유바리시(市)가 대표적 사례로 회자된다.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은 기초자치단체 중에서도 재정자립도가 높은 곳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이같은 외국의 사례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호화청사 빚잔치 지자체만 24곳

국내 기초자지단체 중에는 한 해 예산(일반회계)이 45%에 해당하는 5400억 원을 특별회계에서 빼돌려 호화청사를 짓는데 쓴 성남시처럼 방만한 예산운용으로 감사원의 감사을 받은 곳만 24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성남시를 비롯해 서울 관악구와 마포구, 부산 남구와 경북 포항시 등 2007년 이후 청사를 새로 지은 12개 지자체와 현재 청사를 신축 중인 서울시와 용산구, 충남도청, 전남 신안군 등 12곳이다.

지자체의 재정상태도 점점 나빠지고 있다. 1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2000년 59.4%에서 2009년 53.6%로 떨어졌다. 재정자립도가 가장 열악한 군단위 지역은 같은 기간 22.0%에서 17.8%로 더 떨어졌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242개 시군구 기초 지자체의 경우 재정자립도(2008년 기준)가 50%를 넘는 곳이 32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재정자립도가 좋은 서울 등 일부 광역시도가 평균치를 올려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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