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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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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남자

[한윤수의 '오랑캐꽃']<250>

한국인들 간에 사기 사건이 있듯이. 외국인들 간에도 사기 사건이 있다.
처리방법은 똑 같다.
경찰에 신고하는 것 뿐.
그런데도 사기 사건을 갖고 나를 찾아오는 외국인이 많다.
무슨 중뿔난 수나 있는 줄 알고.

호안(가명)은 호치민에서 3백 키로쯤 떨어진 키엔 지앙 출신이다.
키엔 지앙은 메콩 삼각주의 변두리 농촌으로 호치민 시에 비하면 완전 시골이다.
이런 시골 출신은 도시 출신을 올려다본다는 데 문제가 있다.

호안이 만난 여자가 베트남 최대 도시인 호치민 출신이다.
이런 도회지 여자가 살갑게 해주면 시골 남자는 깜박 죽는 수가 있지!

그녀는 한국에 시집온 *이주여성 출신으로 품행이 방정치 못하고 사기성이 농후했다. 하지만 얼굴이 예쁜 데다 붙임성이 있어서 속알머리 없는 베트남 남자들이 따랐다.
그녀는 특히 호안에게 정을 줄 듯 살갑게 부닐었다.
"나 집 나왔거든요."
순박한 호안은 그녀가 자기를 좋아하는 줄 알고 돈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가 결정적인 유혹을 해왔다.
"같이 살 수도 있는데! 나 돈 좀 빌려줄래요?"
"얼마나?"
"이자 쳐서 줄 테니까 있는 대로 줘봐요."
"얼마 동안 쓸 건데?"
"보름?"
시골 남자는 전재산 480만원을 빌려주었다.

그날로 여자가 잠적했다. 전화도 받지 않았고 풍문에 들려오는 소식마저도 없었다. 완전히 잠수함을 탄 것이다.

호안은 몇 달 며칠 속을 끓이다가 나를 찾아왔다. 하지만 나라고 뾰족한 수가 있나? 아주 상식적인 얘기만 해줄 수밖에.
"사기 사건은 한국 사람도 해결 못해. 경찰서 가야 돼."
"벌써 경찰서 갔다 왔는데요."
"어느 경찰서?"
그가 설명했다. 어디메쯤에 있는 00지구대라고.
"거기서 뭐래?"
"외국인끼리의 사건은 *발안 센터로 가라고 해서 온 거에요."
어이가 없다. 발안 센터가 무슨 힘이 있다고?

설명했다. 나도 힘없다. 그리고 네가 간 곳은 경찰서가 아니라 파출소다. 진짜 경찰서로 가라.
"겅찰서 어디로요?"
나는 짧은 메모 편지를 써주었다.
"이걸 가지고 서부경찰서 N형사한테 가봐요."

N형사는 알아주는 수사통이다.
하지만 아무리 수사통이라도 이런 사건은 여자를 잡기 전에는 해결이 어렵다.
한국의 사기사건도 해결이 무지하게 어렵지 않은가!

막막하다.

*이주여성 출신 : 한국에 시집온 이주여성 중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가출한 여성이 약간 있다.

*발안센터로 가라 :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 말도 경찰관이 한 말이 아니라 호안이 꾸며낸 말인 듯하다. 경찰관이 그렇게 말할 리 있나? 경찰을 통하지 않고 그냥 발안센터에서 해결했으면 하는 호안의 희망이 그렇게 표현된 것 같다.

*후일담 : 나중에 N형사에게 알아보니 호안은 경찰서에도 가지 않았다. 외국인, 그 중에서도 특히 시골 출신은 경찰서를 무서워해서 웬만해선 가지 않는데, 가라고 한 나의 잘못이다. 차라리 내가 직접 데리고 가든지, N형사의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고 통화나 해보라고 할 걸 그랬다. 그래야 사건이 접수가 되고 접수가 되어야 수사를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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