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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전 승리 방정식, 2002년 이탈리아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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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전 승리 방정식, 2002년 이탈리아전에 있다

[월드컵 '감아차기'] 박지성-김정우 '터프한 플레이' 관건

한국이 나이지리아와 접전 끝에 2대 2 무승부를 거두고 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을 달성한 기쁨을 뒤로하고 이제 모든 관심사는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 집중되고 있다.

당초 조 2위로 A조였던 프랑스와 만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했지만, 프랑스는 예선전 내내 무기력한 경기를 펼치며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일찌감치 보따리를 싸고 말았다. 역대 월드컵 경기를 보더라도 강팀의 예선전 부진으로 2차 라운드의 대진표에 명암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아직 조별 예선이 끝나지 않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잉글랜드와 독일의 16강 빅매치가 기다리고 있고, 한국은 16강 상대로 우루과이를 만나게 되었다. 다른 조의 1위 예상 팀을 고려해보면, 우루과이와의 일전은 한국으로서는 호재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이 우루과이를 잡을 수 있을까? 팀의 외형적인 인지도만 놓고 보면 우루과이는 충분히 해볼 만한 상대지만, 실제 데이터를 놓고 보면 이기기가 쉽지 않은 팀이다.

우선 우루과이는 예선전에서 유일하게 무실점으로 2차 라운드에 올라온 팀이다. 우루과이가 남미 예선에서는 수비전형이 그렇게 강한 팀은 아니었지만, 이번 본선에서 만큼은 끈끈한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다. 종리호랑이로 전락했지만, 아트 사커 프랑스와 개최국 남아공, 그리고 북미의 맹주 멕시코를 상대로 무실점의 수비를 보여준 것은 단지 우연으로만 볼 수 없는 탄탄함이 있다.

우루과이는 다른 남미 팀들과는 다르게 선수들의 체격이 좋고, 몸싸움을 잘해서 파워플레이에도 능하다. 먼저 득점을 하면 수비를 탄탄하게 가동시켜서 실점을 최소화하는 팀플레이가 강한 팀이다.

또한 한국이 우루과이와의 상대전적도 4전 4패이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1대 0으로 졌고, 서울과 우루과이에서 있었던 친선 전에서도 모두 패했다. 팀의 외형적인 인지도만 놓고 보면 우루과이와의 16강전은 만족스러울만하지만, 현재 우루과이의 경기력과 상대 전적을 고려해보면 힘든 경기가 예상된다.

특히 포를란과 수아레즈로 이어지는 최전방 공격수는 스페인의 비야-토레스, 아르헨티나의 이과인-테베즈와 함께 대회 최고의 투톱이다. 현지 외신에 의하면 16강에 진출한 팀들이 상대하기 가장 껄끄러워하는 상대가 바로 우루과이라고 한다. 한국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 박지성과 김정우의 프레싱 프레이가 승리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사진은 지난 12일 2010 남아공 월드컵 B조 그리스전 경기 장면. ⓒ뉴시스

결국은 중원싸움

많은 사람들이 우루과이와 상대하기 위해서는 현재 수비진의 보강이 절대적이라고 말한다. 우루과이의 감독도 한국의 수비진이 가장 큰 약점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수비진을 어떻게 보강할 수 있나?

한국 스쿼드 중에서 현재 경기에 뛸 수 있는 수비수들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 중앙 수비수 조용형과 이정수는 부상과 퇴장, 경고누적이 없는 한 모든 경기에 무조건 나온다고 볼 수 있다. 왼쪽 윙백 이영표도 마찬가지다.

결국 수비진에서 변화를 줄 수 있는 선수는 오른쪽 윙백인 차두리와 오범석이다. 이 둘의 수비가 만족스럽게 못하다면 왼쪽에 김동진, 오른쪽에 이영표로 포진할 수 있지만, 허정무 감독은 그런 모험을 감행하진 않을 것이다. 차두리가 나오건 오범석이 나오건 현재로서는 뚜렷한 수비보강이 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체격이 좋은 왼쪽 미들필더 카바니를 봉쇄하기 위해서는 차두리의 선발이 예상되지만, 체격보다는 순발력이 우선이라는 점에서 오범석이 더 나은 카드일 수 있다. 다만 윙백의 오버래핑이 이영표 쪽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는 약점이 있다. 기술과 체격이 좋은 우루과이 공격수들을 막기 위해서는 대인마크보다는 존 디펜스와 공간을 먼저 선점하는 협력 플레이가 관건이다.

그러나 현재 전력이 고정되어 있는 수비전형으로는 우루과이를 효율적으로 이길 수 있는 뚜렷한 방법은 없다. 오히려 상대의 공격수의 실수를 기대하는 수밖에는 없다. 대안은 수비에 있기보다는 바로 경기를 터프하게 몰고 갈 수 있는 중앙에서의 치열한 압박과 몸싸움에 있다.

우루과이는 1선 공격수들이 타깃형 스타일이 아니라 중원으로 많이 내려오거나 측면으로 빠져나가면서 유기적인 플레이에 능하다. 실제로 전형은 4-4-2지만, 경기 중에는 4-5-1 심지어는 4-6-0의 전형을 즐겨 사용한다. 그만큼 허리에서의 다이나믹한 플레이를 즐긴다. 중앙 미드필더들의 강한 압박도 수준급이다.

따라서 우루과이를 상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전술은 박지성을 프리롤로 배치하고, 기성용을 조금 앞쪽으로 김정우를 수비에 가까운 볼란치로 배열한 상태로 1선 포백 수비진과의 간격을 좁혀서 허리를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박주영과 이청용을 제외하고는 허리의 수를 강화해서 상대를 터프하게 몰아붙이는 작전이 중요하다.

경기로 치자면 2002 한일 월드컵 16강전 이탈리아 전에서의 경기 스타일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당시에 이탈리아도 한국의 기를 꺾기위해 초반부터 터프하게 나가서 고전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도 터프하고, 중원에서의 강력한 프레싱이 승리의 밑거름이 되었다. 이번 우루과이 전에서 김정우와 박지성의 플레이가 관건인 이유도 그런 맥락에서이다. 이 두 선수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온순한 기성용까지 모두 물러서지 않고 터프한 경기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루과이는 가끔 중앙 수비수들의 활동반경이 꿈 떠서 페널티지역 앞쪽으로 치고 올라오거나 양측 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를 방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번 멕시코전에서 중앙에서 중거리 슛과 결정적인 크로스 기회를 허용하는 것을 보았다. 하나는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고, 다른 하나는 공격수의 실수로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따라서 중앙에서 공간이 열리면 김정우와 기성용이 적극적으로 슈팅을 할 필요가 있다. 기성용의 왼쪽에서의 세트플레이도 다시 기대해볼만하다.

킥 스페셜리스트 기용할 만큼 한가하지 않아

문제는 남은 공격수 한자리를 놓고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에 있다. 지금까지의 허심으로는 염기훈 선수가 다시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바로 왼쪽 경기 중 왼쪽 크로스나 세트피스 상황에서 왼발로 킥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선수가 염기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염기훈을 오로지 킥 스페셜리스트로 쓸 만큼 한가한 게 아니라면 이번에는 다른 카드가 필요하다. 방법은 전형을 바꾸는 것이다. 즉 4-2-3-1에서 4-3-3으로 전형을 바꾸는 것이다. 중원을 기성용-김정우-김남일로 채우고 공격수를 박주영-박지성-이청용으로 배치하는 방식이다. 박지성-이청용의 돌파와 공격형 미드필더 기성용의 창의적인 플레이와 김남일의 체력이 관건이다.

현재 박주영과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발 사이드 어텍커가 마땅치 않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중원을 강화하는 것이 대안이다. 박지성과 이청용이 옆에서 박주영을 도와준다면 그동안 열리지 않았던 우루과이의 골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다.

우루과이전 승리를 위해서 2002 한일 월드컵 16강 이탈리아전을 꼼꼼히 복기할 필요가 있다. 끈끈한 압박과 협력플레이, 상대방을 피곤하게 만드는 집중력이 요구된다. 파울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힘들더라도 몸싸움을 강화하는 터프함이 있어야 한다.

이번 월드컵 스쿼드가 사실상 가장 강한 스쿼드라고 하지만, 2002년에 보여준 강하고 터프한 이미지는 이번 월드컵 팀에는 많지 않다. 한국이 이기든, 우루과이가 이기든 경기는 2대 1 정도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 우루과이의 무실점 경기도 잘 살펴보면 상대팀에 운이 안 따른 점도 작용한 면이 많다.

연장전에 대한 기대도 많이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연장전에 가면 선수 기용이나 체력적인 차원에서 우리가 불리할 확률이 높다. 승부차기 방어를 위해 이운재에 대한 기용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선수들과의 협력 플레이 차원에서는 해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승부차기에 대한 만반의 준비도 필수적이지만, 정규 시간 안에 경기를 끝내겠다는 생각이 먼저 있어야 한다.

만일 한국이 우루과이를 이긴다면 같은 시기에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청소년월드컵, 21세 이하 월드컵과 함께 피파가 주관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8강에 오르게 된다. 한국 축구 역사에서 새로운 전환기가 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매치이고, 8강에 오르면 미국-가나 승자와 맞붙기 때문에 8년 전 4강 신화를 재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과연 숫자 8이 우리에게는 행운의 숫자가 될 수 있을까?

한국 축구의 한계를 흔히 기술 없는 정신력의 축구라고 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현재의 월드컵 팀은 기술적 능력은 업그레이드되었는데 오히려 정신적인 측면은 약화된 느낌이다. 이번만큼은 기술과 정신이 모두 업그레이드된 한판 경기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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