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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입국자의 퇴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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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입국자의 퇴직금

[한윤수의 '오랑캐꽃']<246>

재입국자가 퇴직금을 못 타는 경우가 잦다.
왜 이런 황당한 일이 발생할까?
어느 날이 근로개시일(勤勞開始日)인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최초 입국자는 입국일(入國日)을 근로개시일로 보기 때문에 퇴직금 계산이 분명하다. 입국한 지 1년 뒤에 회사를 나오면 퇴직금 타니까.

그러나 재입국자는 입국일이 아니라 실제로 노동에 투입된 날을 근로개시일로 보게 되어 있다. 하지만 근로개시일이 정확히 언제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왜?

1. 재입국자가 생각하는 근로개시일과 사장님이 생각하는 근로개시일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재입국자는 공장에 복귀해서 동료들에게 인사하고 자기가 쓰던 기계를 만져보고 손보는 것 자체를 근로로 여긴다. 하지만 사장님 입장은 다르다.
2. 외국인들은 언제부터 일했는지 정확한 기억을 못하는 수가 많다.

예를 들어보자.
필리핀 사람 제롬(가명)은 핸드폰 공장에서 일하는 재입국자다.
그는 재입국 후 1년만 일하고 회사를 떠나고 싶다.
문제는 퇴직금인데 언제부터 일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내가 작년 3월 20일에 입국했는데 아마 그 다음날 3월 21일부터 일한 것 같아요."
이렇게 긴가민가할 때는 근로기록이 보관되어 있는 고용지원센터에 문의하는 게 최선책이다.

전화를 걸었다.
"외국인 등록 번호 0000 필리핀 사람 제롬의 근로기록을 알고 싶은데요."
*공무원 Y(가명)씨가 친절히 대답했다.
"작년 3월 20일에 일을 시작한 걸로 되어 있는데요. 그러니까 3월 19일까지 일하면 퇴직금 탑니다."
나는 제롬에게 그대로 전했다.
"3월 19일 오전까지 일하고 오후에 고용지원센터에 가서 퇴사 신고해."
하지만 제롬은 나보다 더 신중한 편이라,
"나 19일날 안 갈래요. 혹시 모르니까 이틀 더 일하고 22일날 갈래요. 그러면 안전하겠죠 뭐."
"좋지! 그러면 안전빵이지.."
그는 일요일인 21일까지 특근을 했다. 그리고 22일 아침 일어나는 길로 고용지원센터에 가서 퇴사 신고를 했다.
여기까지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처리한 것 같았는데 문제가 생겼다.

퇴직금을 달라고 하자 회사에서 거부한 것이다.
"하루가 모자라서 못 줘."
"예?"
"넌 작년 3월 23일부터 일했기 때문에 금년 3월 22일까지 일해야 1년이거든."
환장할 노릇이었다.
제롬은 발안까지 달려왔다.
"목사님, 이거 어떻게 된 거에요? 하루가 모자라다니?"
"그럴 리가? 분명히 고용지원센터에다 확인했는데."
다시 고용지원센터에 알아보았다.
하지만 공무원 K(가명)씨는 *회사측 주장이 맞다고 말했다.
"22일까지 일해야 하는 거 맞아요."
"아니, Y씨는 19일까지만 일하면 된다고 했는데. Y씨 좀 바꿔주세요."
그러나 Y씨는 부인했다.
"글쎄, 제가 그날 어떻게 대답했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나는데요."

환장할 노릇이다.
공무원이 잘못 말해놓고 기억이 안 난다는데 어쩌나?
차마 공직자를 거시기 할 순 없는 거고, 현실적으론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이젠 회사에 사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제롬이 마지막 날 일은 안했지만, 그날 아침까지 회사에 있었잖아요. 좀 봐주시죠."
외국인 담당자는 냉정하게 말했다.
"글세, 저희도 제롬 문제로 회의까지 했습니다만 퇴직금은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내 무슨 말을 하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먼 산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공무원 Y씨 : 홈페이지의 직원 명부에 Y씨의 이름이 안 나오는 것을 보면 정식 공무원은 아니고 인턴인 듯하다,

*회사측 주장이 맞다 : K씨도 처음엔 제롬의 근로개시일을 20일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퇴직금 때문에 그러니 다시 한 번 확인해달라고 하자 "잠깐만요. 어? 아닌데요. 23일이 맞는데요."하고 고쳐 말했다. 최초에는 Y나 K나 두 사람이 똑같이 잘못 말한 것을 보면 아마도 컴퓨터 상에 오해를 일으킬 만한 오류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건의사항 : 재입국자에게도 입국일을 근로개시일로 쳐주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 최초 입국자는 입국일을 근로개시일로 쳐주면서 재입국자는 안 된다는 게 나로선 이해가 안 간다. 재입국자는 거의 다 숙련공인데 오히려 더 대우해야 마땅한 것 아닌가? 노동부 높은 분들 검토해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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