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입을 열어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입을 열어라

[한윤수의 '오랑캐꽃']<245>

충남 당진에서 캄보디아인이 와서 호소하기를,
"퇴직금 받게 해주세요."

얘기인 즉슨 이사님이 1년 만기 사흘 전에 그만두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이사, 참 묘하다.
그렇게 해서 퇴직금 안 주면 살림살이 쫌 나아지나?

나는 무조건 나가지 말고 회사에서 버티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버티면 뭐해요? 일 못하게 할 텐데."
그는 이사님을 굉장히 무서워하고 있었다.
나는 단호히 말했다.
"일해!"
그가 반문했다.
. "이사님이 못하게 하는데두요?"
"노동자는 일할 권리 있어! 1년 계약 했으니 1년 일할 권리!"
"그래도 못하게 하면요?"
"그럼 일 안 해도 돼. 기숙사에 그냥 있어."
"일 안 했는데 퇴직금 받을 수 있어요?"
"받을 수 있지."
"어떡해서요?"
"노동자가 일하겠다고 하는데 이사님이 못하게 하면 이사님 잘못이야."
"그럼 퇴직금 받아요?"
"받지! 누가 잘못했느냐에 따라서 받고 못 받고 해. 노동자가 잘못하면 퇴직금 못 받고, 이사님이 잘못하면 퇴직금 받아."
"노동자가 어떻게 하면 잘못이에요?"
"일 못하게 한다고 그냥 입 닫고 가만히 있으면 노동자 잘못이야."
"그럼 입을 열어요?"
"그렇지! 입을 여는 게 중요해. 입을 열어서 큰 소리로 말해. 나 일하겠다고!"
"그래도 일 못하게 하면요?"
"그냥 기숙사에 누워 있어."
"그래도 받아요?"
"받지!"

하지만 그는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표정이다.

하기야 말로는 설명이 안 된다.
그러나 부딪쳐보면 안다.
입을 여는 자에겐,
주게 되어 있다는 것을!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