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은 국내 5대 로펌(법률사무소) 중 하나로, 주로 대기업 편에 서서 재벌가의 이익을 비호하는 데 앞장선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특히 재벌 총수들이 계열사 지배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측면 지원하고, 이렇게 유지한 지배권을 재벌 2세, 3세에게 탈 없이 물려주는 일을 돕는 대가로 막대한 보수를 받는 것으로 적잖게 회자된다.
한 내정자는 1984년부터 김앤장, 율촌 등 대형 로펌에서 20년 넘게 일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 해도 대형 로펌에서 일하며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증권, 현대자동차, 하나은행, 조선일보사 등을 변호했다.
특히 지난 2003년 삼성 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매각과 관련한 세금 소송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을 변호했던 이력이 주목받고 있다.
세무 당국은 2001년 이재용 부회장 등이 장외시장 거래가격 기준 5만5000원인 주식을 7150원에 매입한 것을 편법 '증여'로 판단, 이 부회장 등에게 443억 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이 부회장 등은 과세 처분에 반발하며 2003년 증여세 부과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 소송 변호를 한만수 내정자가 맡았다. 해당 사건은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이 났으며, 이 부회장 등은 항소심을 진행하다 중간에 취하했다.
조선일보사가 공정위를 상대로 벌였던 소송에서 변호를 맡았던 이력도 눈에 띈다. 공정위는 1995년 중앙 일간지들이 과다 경품을 제공하고 신문을 할당 판매하는 등 불공정 거래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과징금 3000만 원과 일간지 사과 광고 게재를 명령받았다. 조선일보는 이에 반발해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고, 당시 법률사무소 율촌 소속이던 한 내정자가 이 사건을 맡았다.
▲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된 한만수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 교수. ⓒ연합뉴스 |
한만수 공정위원장 내정…"경제 민주화 포기의 결정판"
공정위가 추진해야 할 박근혜 정부의 경제 민주화 공약은 한둘이 아니다. 당장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근절, 재벌 기업 지배 구조 개선,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부당 행위(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 탈취 등) 근절 등의 과제가 한 내정자 앞에 산적해 있다.
이와 관련, 경제개혁연대는 15일 논평을 내고 "공정위 업무 특성상 주로 재벌 등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감시하고 제재해야 하는데, 오랫동안 이런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해 온 한만수 내정자가 얼마나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할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단체는 "한만수 공정위원장 내정이 국회와 정부, 그리고 재계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이번 인사로 새 정부가) 경제 민주화의 수위와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전달됐다"고 분석했다.
경제정의실천연합 역시 이날 논평을 내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재벌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견제하고 불공정 거래를 감시하는 '경제 검찰'"이라며 "따라서 공정위원장은 재계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대형 로펌들과 부딪칠 수밖에 없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내정자가 근무했던 로펌 및 변호사들과 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볼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며 이번 인사를 "경제 민주화 포기의 결정판"이라고 비판했다.
"공정 거래 관련 경력 찾을 수 없어"
재계 대변 이력 이전에 한 내정자가 애초부터 공정위원장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내정자는 1998년부터 1999년까지 재정경제부 세제실 고문으로 일했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는 재정경제부 세제발전심의위원, 2009년에는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을 역임했고, 2011년부터는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한 후보자는 누가 봐도 조세 분야 전문가이지, 공정 거래 전문가라고 말하기 어렵다"라며 "한 내정자가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전문성을 지녔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 역시 "한 내정자는 김앤장과 율촌 등에서 일하며 주로 조세법 분야의 사건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정부 활동에 있어서도 조세 관련 이력만 눈에 띌 뿐, 공정 거래 분야에서는 어떠한 경력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들 단체는 원활한 국정 운영과 경제 민주화 실현을 위해 한 교수의 내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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