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노동계의 파업사태를 보다 더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지난 5월 중국 남부 광둥성 포산에 위치한 광저우 혼다자동차 부품 공장의 파업과 팍스콘 노동자들의 연이은 자살 등이 계기가 된 파업이 꾸준히 북상하여 이제는 내륙으로까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노동계의 꿈틀거림은 두말할 나위 없이 생존을 위한 지난한 몸부림이다.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 및 천정부지로 치솟기만 하는 물가 등으로 축적되어 온 불만이 분출되어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연평균 9.7%라는 경이로운 고도성장을 지속, 1인당 국내 총생산액이 200달러에서 3,600달러로 급상승했다. 하지만, 소득분배 측면에서는 오히려 빈부격차가 확대되었다. 예를 들면, 자살이 이어진 광둥성 팍스콘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은, 하루 12시간 이상 꼬박 한 달을 생산현장에 매달려 있어도 고작 1,000~1,500위안(18만~27만원 전후)에 불과하다. 이는 회사 주변의 허름한 거주지와 물가 등을 고려한 월 평균 최저생활비 2,000위안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물가(CPI)가 2010년 5월에는 전년동기 대비 3.1%나 상승하여 19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생활 여건은 악화일로에 있다. 이 모든 상황이, 중국의 신세대 노동자들을 일어서게 만들었다. 즉, 사회의 모순에 대해 애써 모르는 척 하며 고분고분하기만 했던 기성 세대 노동자들과는 달리, 교육수준이 그들보다 더 높고 인터넷이나 다양한 매체 등을 통해 세상살이에 대한 정보 또한 더 많이 접하고 있는 자유분분방한 "80후"나 "90후"세대들이 주축이 된 오늘날 중국의 신세대 노동자들로 하여금 분기탱천하게 만든 것이다.
이에 대해 처음에는 노사 문제라며 사실상 노동자 측을 지지했던 중국 정부 또한 태도를 바꿔 공권력을 동원해 진압에 나섰다. 파업사태의 전국적인 확산이나 그 과정에서 빚어질 수 있는 사회적 소요사태 등을 우려하여 언론 보도 또한 관영 신화통신만이 보도하도록 통제하고 나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등을 통해 파업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파업 예비군"들은 늘어만 가고 있는 것 같다. 이들은 "이 때다!" 싶으면 언제든지 가담할 것이라 예측되는데, 이처럼 중국의 노동자 파업 사태는 폭풍전야와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전개되고 있는 파업 사태는 몇 가지 측면에서 더욱 우려된다. 먼저, 중국의 노동자 파업은 노동조합 등에 의해 주도되어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한국의 그것과는 다르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노조가 중심이 되어 노사 협의를 거친 뒤, 여의치 않을 경우 조직적으로 파업에 돌입한다. 이에 비해 중국에서는 노조와는 무관하게 몇몇 노동자들의 주도에 의해 이렇다 할 체계 없이 산발적으로 발생한다. 그러다 보니, 자칫 잘못되면 통제불능이 되어 문제없는 기업까지 힘들게 할 뿐 아니라 심각한 사회폭동으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 중국정부가 돌연히 강경한 진압으로 태도를 바꾼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이유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파업사태와 관련하여 우리의 노동조합에 해당하는 중국의 공회(工會)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공회는 우리의 노조와 그 설립 배경부터가 다르다. 공회는 경영층이 그들의 경영활동 등을 노동자 층에 보다 원활하게 전달하기 위한 필요 차원에서 설립한, '경영층에 의한 경영층을 위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할 때, 파업에 공회가 등장하게 되면 자칫 '말리는 시누이' 격이 되어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이렇다 할 조직적인 대화 상대조차 없는 상태에서 중국의 노동자 파업은 비이성적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며 중국을 온통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수도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중국의 파업 도미노 현상은 재중 한국기업의'현실'을 떠올리게 하여 더더욱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유감스럽지만, "한국기업들은 직원복지 등의 측면에서 타국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인색하다"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다. 실제로 근로 관계를 보면, 내자기업보다 한국기업의 대우가 못하지 않으며, 외상투자기업 가운데서도 한국기업의 대우가 특히 더 낮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외국기업의 '야반도주'가 빈번했던 1~2년 전, 즉 세계 경제위기에 즈음했던 당시에, 우리 기업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야반도주= 한국기업"이라는 억울한 오명을 지니게 되었다. 실제로는 타국기업의 야반도주도 많았고 근로자의 권리침해 행위 등도 타국기업에서 더 많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국기업들이 그 불명예를 뒤집어 쓰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 내막이야 어떻든, 우리기업들의 이미지가 썩 좋지만은 않은 현 상황에서 파업 도미노가 한국기업들을 그냥 넘어가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이번 달 초에, 다행히 파국은 모면했지만, 장쑤성에 위치한 한국기업에서도 2천 여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에 의한 파업이 발생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아직은 정상적으로 가동 중에 있는 한국기업들도 바짝 더 긴장한 채 매일 매일 파업 사태를 모니터링 하다시피 하며 불똥의 파급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국에서 발생한 1980년대 노사분쟁의 서곡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우리의 최대 경제 파트너인 중국을 포기할 수는 없다. 포기할 수 없을 바에는, 위기는 곧 기회라고 하는 것처럼, 오히려 더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것은 어떨까. 즉, 중국 노동시장의 변화에 우리 특유의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대처해 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이번의 노동자 파업사태는, 우리로 하여금 지난 시기 우리가 겪었던 노동시장 변화 등도 떠 올리며 중국진출 패러다임의 일대 쇄신에 보다 더 선제적이며 지혜롭게 대처해 나갈 것을 요청하는 귀중한 메시지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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