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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니 "유로존 제로 성장, 미국도 벽에 부딪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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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니 "유로존 제로 성장, 미국도 벽에 부딪칠 것"

"유럽은 향후 2~3년 인플레보다 일본식 디플레 가능성 훨씬 커"

지난 주말 '헝가리 쇼크'가 일각의 과민반응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금융시장이 좀처럼 충격을 떨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수 지수는 지난 주말 3%가 넘는 폭락세를 보인데 이어 또다시 115.48포인트(1.16%) 내린 9816.49를 기록했다. 유럽 주요증시도 마찬가지였다. 국내 코스피 지수는 전날 급락한 뒤 8일 개인들의 저가 매수세로 소폭 반등했지만, 외국인들은 이틀째 순매도에 나섰다.

헝가리의 재정 상태가 정부 스스로 고백한처럼 그렇게 심각한 것은 아니라는데도 금융시장이 불안해하는 이유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유럽의 경제성장의 둔화가 그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헝가리처럼 소규모 개방경제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가 재정위기를 극복하려면 주요 수출시장의 경제가 좋아야 한다. 하지만 헝가리의 주요 시장인 유럽 전체가 재정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헝가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스스로 경고했듯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발언은 '자기실현적 예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된 것이다.
▲ '헝가리 쇼크'로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지수가 1만선 붕괴 후 연속 하락했다. ⓒ로이터=뉴시스
루비니, 제2차 금융위기 경고

게다가 금융위기 전문가로 주목받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현행 위기에 대한 음울한 예측의 강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미국발 주택거품 붕괴를 예측하면서 세계적인 스타 경제학자로 떠오른 루비니 교수가 '제 2차 금융위기'를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위기는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지급불능 상태에 빠지고, 유로존에서 퇴출되고, 은행들이 파산하는 형태다.

최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루비니 교수는 지난 5일 스위스의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유로존은 경기침체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로 성장의 시기에 직면했으며, 미국은 금융위기로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유럽은 또다시 경기침체에 빠질 위기가 있었으며, 현재 최소한 유로존에서는 경제성장률이 제로로 갈 것"이라면서 "경기침체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사실상 경기침체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리스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루비니 교수는 "미국도 지금과 달라지지 않는 한 어느 순간 벽에 부딪칠 것"이라면서 미국도 현행 위기에서 예외가 아님을 강조했다.

루비니 교수에 따르면, 스페인과 그리스 같은 나라들은 경제도 침체인 상황에서 자금조달에 필요한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 강도높은 재정지출 삭감과 세금 인상 정책을 요구받고 있다.

이들 정부는 긴축정책을 서둘러 실시하다가는 경제회복의 불씨를 꺼트릴 위험이 있고, 그렇다고 긴축정책 실시를 꾸물거리다가는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의 부담 속에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저성장 속 긴축정책 딜레마, 해법은 있나

루비니 교수는 "이런 딜레마를 해결할 가능한 방법은 신뢰할 만한 중장기 재정계획을 제시하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런 정책들은 디플레이션 성격의 경기침체를 초래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유럽 전체가 수요 진작을 위한 통화완화정책으로 보완되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루비니 교수는 "향후 2~3년 동안 유럽은 인플레이션보다는 일본식의 디플레이션, 스태그네이션, 고실업을 겪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초점은 여전히 인플레이션 억제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또한 유럽 경제회복을 견인해야 할 최대 경제대국 독일은 긴축정책을 강화하는 등 루비니 교수가 강조한 '글로벌, 지역적 공조'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교수가 디플레이션 위협에 대한 진단과 처방에 관해 반드시 경청할 경제학자로 극찬한 애덤 포젠(영국중앙은행 통화정책위원)이 유럽뿐 아니라 미국도 디플레이션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경고한 것도 이때문이다.

포젠 위원은 유럽의 위기가 글로벌 경제 전체에 타격을 가할 수 있고, 특히 미국과 유로존과의 교역량 등을 고려할 때 미국은 유로존 위기에서 가장 심각하게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는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장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하는 등 통화완화정책을 지속해서, 또다시 위기가 닥치면 대응 수단도 별로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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