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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조사 결과를 '조사'하라, 무엇이 두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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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천안함 조사 결과를 '조사'하라, 무엇이 두려운가

[한반도 브리핑] '근거없는 유언비어'를 확실하게 단속하는 지름길

지난달 20일 천안함 사건에 대한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발표가 있었다. 요지는 북한의 잠수정이 침투해서 중어뢰를 발사했고, 수중에서 비접촉식 폭발을 일으켜 천안함을 두 동강 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잠수정은 성공적으로 빠져나갔다.

이것은 북한이 명백히 정전협정을 위반한 것이며, 공격 행위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응분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조사 발표 이후에는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담화를 발표해 북한에 대한 강경 입장을 천명하고, 남북간 합의의 무효화 조치가 이어졌다.

조사 발표 이후 천안함이 정국을 급속히, 그리고 무겁게 내리눌렀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기되었던 여러 가지 의제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천안함 사건이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을 두고 이러저러한 말들이 많았지만, 이것만으로도 선거에 충분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4대강', '세종시' 등의 굵직한 의제들이 신문지상에서 사라졌으며 국민들의 관심사도 조사 발표를 계기로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우려의 눈으로 주시하였고, 주식 시장과 환율도 출렁거렸다. 전쟁 분위기가 고조되었고, 그간의 남북의 합의는 개성공단이 산소마스크에 의지해 간신히 숨을 쉬는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무효화되었다. 이제 남북관계는 2000년 이전의 상황으로 회귀했다.

그런데 천안함의 실체적 진실을 둘러싼 의혹 공방의 한편에서 조사 결과 발표와 함께 취해진 국민들의 입과 귀를 막으려는 정부의 태도에 더 불안해진다. 조사 결과가 발표되던 날 행정안전부는 긴급확대회의를 열어 '천안함 관련 침몰 원인 등 근거없는 유언비어를 철저히 단속'할 것을 결정했고, 28일에는 정운찬 국무총리의 지시로 행정안전부, 법무부, 국방부가 합동으로 유언비어를 단속하겠다고 하고, 전 부처가 이에 대응하도록 했다.

국가 안보에 관련된 사항인 만큼 유언비어를 차단하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는 것은 기본적인 국가의 의무라 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지금의 조치가 합당한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미심쩍다.

이런 분위기에서 박선원 전 청와대 비서관,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 이정희 민노당 국회의원 그리고 도올 김용욱 선생이 천안함과 관련되어 고소·고발을 당했다. 또 몇몇 네티즌은 유언비어 유포죄로 경찰에 체포되기도 하였다.

▲ 김태영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윤덕용 민군 합동조사단장 ⓒ뉴시스

우리는 과거 독재정권 시절 국민의 입과 귀를 막기 위해 정권이 언론을 통제하고, 강압적인 수단을 동원했음을 기억한다. 단지 우리만이 아니다. 심지어는 미국에서도 부시 행정부 시절 심리전의 이름으로 체계적인 정보 왜곡과 왜곡된 뉴스의 확산을 전담하는 조직까지 만들려고 시도했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의 왜곡은 결국 잘못된 결정으로 이어졌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갔다.

사실, 지금의 수많은 의혹과 문제 제기는 정부가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 사건의 초기 대응과 이후의 조사과정에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도 않았고, 극도로 접근이 통제되었다. 일부 언론에 의해 사건의 방향이 점차 결정되었고,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의심스러운 일들이 벌어졌다.

이런 점에서 지금의 의혹과 '근거없는 유언비어'는 정부의 몫이다. 지금 인터넷 상에는 진상 조사 발표에 대한 온갖 패러디와 의혹으로 가득 차 있다. 이를 일부 불순한 사람들의 의도라고만 치부할 수 있을까?

정부가 국민들에게 일치단결을 요구하려면 일치단결할 수 있는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국민들의 입을 막으려는 강압적인 수단에 의지하려는 모습이 앞서 보인다. 의혹이 커지자 TOD 동영상이 추가로 공개되었다. 천안함의 절단면을 일반 국민에게 전격적으로 공개한다더니, 고작 네티즌 20명에게 트위터로 공개하겠다고 한다. 유언비어 차단과 더 이상의 불필요한 정쟁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너무 궁색한 게 아닌가 싶다. 왜 일찍 공개하지 못했을까? 지금 공개하니, 공개되는 자료에 따른 의혹이 또 다시 불거지고 있지 않은가?

이미 진상 조사가 끝났고, 이를 발표한 이상 정부로서는 불필요한 정쟁을 최소화하고 국가의 중대한 안보상의 문제를 둘러싸고 국민들의 의지를 집결시키는 것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그러나 이를 물리적 강압 수단으로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또 다른 의혹을 낳을 뿐이고, 더 큰 불만을 양산하게 될 것이다.

정부가 진심으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고, '근거없는 유언비어'를 단속하고자 한다면, 제기되는 의혹에 대한 만족할만한 해명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내놓으면 될 것이다. 진상 조사 발표 전이긴 하지만, 중국조차도 정부의 조사를 완전히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할 정도이면 정작 당사자인 국민들의 갖는 의혹은 이보다 훨씬 더 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쟁의 공포와 두려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국민들의 입장에서 천안함 사태는 중국보다 훨씬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 북한 국방위원회가 개최한 내외신 기자회견 장면 ⓒ연합뉴스

또 하나, 이번 진상 조사 발표 후 북한의 태도를 보면 이례적인 사태 전개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 역시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면서 조사 결과 발표와 거의 동시에 이에 대한 반박 성명을 발표하고, 평양 주재 외신 기자들 앞에서 적극적인 해명까지 했다. 우리 정부의 조치 하나하나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그에 대한 대응책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이런 조건에서 중국은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공동조사를 제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 언론의 보도이기는 하지만, 중국이 제의한 공동조사는 중국이 그동안 강조해왔던 객관성과 과학성을 담보하고, 국제적인 공동조사를 통해 조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모색해왔던 중국의 처지에서 천안함 사건으로 예기치 못한 장애물을 만난 상황을 어떻게든 돌파해보려는 대안이기도 하다.

중국의 제안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적인 발표와 확인은 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보도에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으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실, 공동조사는 천안함 문제만이 아니라, 남한의 조사가 '조사'받는 상황, 국방 관련 기밀의 누출의 위험성 등의 여러 이유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공동조사는 천안함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사고의 엄중함이 점차 희석해질 수 있는 우려가 존재한다. 이미 안보리 상정까지 예고해 온 정부의 입장에서 천안함 사고가 희석화된다면, 외교적 조치를 취하기 위한 동력은 그 만큼 상실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적 의혹의 해소와 국론 집결, 시시비비를 정확히 가려서 그에 합당한 조치를 국제적인 신뢰 속에서 취할 수 있다는 점, 남북한 당사자들의 현재 격앙된 감정을 가라앉히고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 등의 측면에서 보면, 공동조사를 통해 해결도 하나의 방법으로 충분히 제시될 수 있다.

더욱이 현재 의혹이 하나 둘씩 점차 늘어나고 있고, 정부의 발표에 대한 신뢰가 점차로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모든 것들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실제로 진상 조사 발표 이후 72%에 달하는 국민적 신뢰가 최근의 한 언론의 조사에 의하면 64%로까지 낮아졌다. 사실 신뢰하지 않는 국민들이 20~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적지 않은 수치다.

아마도 계속되는 의혹과 문제가 제기된다면 이 신뢰도는 더 낮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가 '근거없는 유언비어'의 단속 근거로 삼는 국론분열과 남남갈등의 방지를 위해서도 객관성이 담보된 공동조사는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천안함 문제는 지방선거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에 따라 의혹과 여러 가지 제기되는 문제를 둘러싼 공방도 더욱 커질 것이다. 그리고 정부의 '근거없는 유언비어'에 대한 단속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혹과 '유언비어'에는 과학만이 해답이 될 것이다. 때로는 단기적으로 정치가 과학을 앞서기도 하지만, 적어도 사실 그 자체에 대해서는 과학의 힘 이외의 해답은 없다. 국민들의 입과 귀를 확실하게 틀어막고,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이것이다. 역사적 견지로 봐도 과학을 통한 신뢰의 힘을 추구하는 것 밖에는 대안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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