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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원 "북핵 해법, '정치적 의지' 결여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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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임동원 "북핵 해법, '정치적 의지' 결여가 문제"

[토론회] 6자 회담은 여전히 유용한가?

북한 전문가들은 3차 핵실험으로 조성된 한반도 안보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6자회담을 비롯한 다양한 형식의 대화를 가져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지난 13일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한반도 평화의 길'이라는 주제로 열린 한반도평화포럼 월례 토론회에서는 현재의 한반도 전쟁위기를 극복하고 평화의 길로 들어서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었다. 이 자리에서는 6자회담과 더불어 박근혜 정부가 대북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의견이 교환됐다.

▲ 한반도 평화포럼은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한반도 평화의 길'이라는 주제로 13일 김대중도서관에서 월례토론회를 가졌다. ⓒ한반도평화포럼

발제를 맡은 김창수 한반도평화포럼 기획실행위원장은 6자회담의 틀 속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 6자회담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그는 미국과 중국으로 대표되는 한반도 안보현실을 고려했을 때 6자회담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중국이 원하는 한반도의 통일상은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한국이 중립화되는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주한미군이 철수하게 되면 힘의 공백이 생기고, 이에 따라 중국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위원장은 이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한미군이 있는 상태에서 남북이 평화협정에 합의하고 미국과 중국이 이를 보장하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중국의 대북지원은 북한의 체제를 유지시키는 동력인 동시에 북한의 급변이 가져올 혼란을 방지하는 안전핀"이라고 규정한 뒤 "이것이 중장기적으로 북한의 변화를 가져오는 발판이 될 수 있다"며 중국의 참여를 강조했다. 이 때문에 중국의 역할을 높이는 6자회담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토론자로 나선 동국대학교 고유환 교수는 6자회담을 넘어서는 새로운 방식의 핵 협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유환 교수는 "북한의 3차 핵실험은 질적으로 다른 변화"라며 "만약 북한이 이른바 '다종화'에 성공했다면 6자회담에 근거했던 플루토늄 합의들은 다 사문화될 수밖에 없지 않나"라며 4자회담이든 양자회담이든 새로운 형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외통위) 소속 새누리당 길정우 의원은 6자회담의 틀을 가져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길 의원은 "6자회담의 틀이 죽었다고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6자회담이 가장 높다. 대체하고 보완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필요하지만 (관련국들이) 모이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은 현실을 고려했을 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날 사회를 본 연세대학교 문정인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때 6자회담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었다"며 길 의원이 6자회담의 유용성에 대해 말하는 것에 다소 의문이 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길 의원은 "박 대통령에게 6자회담은 북핵 문제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다자간 안보 체제를 만드는 훌륭한 틀이라는 개념으로 뚜렷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며 "박 대통령은 신뢰 프로세스와 함께 한반도의 장래와 동북아의 안보 구조를 논의하는 데 있어 관계국들과 함께하는 다자회담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답했다.

신뢰 프로세스, 무엇이 문제인가

최근의 긴장 국면으로 인해 사실상 가동이 정지된 박근혜 정부의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 고유환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신뢰 프로세스는 아무리 찾아봐도 정확하게 무엇을 하자는 건지 구체적 상을 찾기 힘들다"며 "외교안보라인이 완전히 확정되면 이에 대한 구체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강대학교 김영수 교수는 '신뢰'라는 단어의 선택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남북관계에서는 신뢰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쓰기 시작하면 일단 발목 잡힌다. 차라리 평화 프로세스라고 했으면 다양하게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5년 안에 신뢰를 만들어서 프로세스를 가동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남측이 진정성을 갖고 나오면 우리도 잘하겠다고 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북이 진정성 갖고 나오면 도와주겠다고 했다"며 "현재의 이러한 관계 속에서 신뢰를 먼저 던져 놓았을 경우, 신뢰가 깨지면 아무것도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연합뉴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새누리당 길정우 의원은 신뢰 프로세스가 그것 자체로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지금 당장 구체적인 안을 내놓기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길 의원은 "새로운 한반도를 만들려는 지도자의 비전으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이해해주면 좋겠다"며 "신뢰 프로세스는 한반도의 신뢰 구축과 지속 가능한 평화를 만드는 것이 곧 동아시아 전체의 평화를 만들 수 있다는 철학이 담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화의 길? 지난 20년 안에 있다

국회 외통위 소속 민주통합당 홍익표 의원은 핵실험 정국을 벗어나 한반도의 평화 구축을 위해 제도적 접근과 현실적 접근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제도적 접근에 대해 "평화체제를 만들기 위해 남·북한, 미국을 비롯해 필요하다면 유엔(UN)도 참여하는 다양한 방식의 협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이어 현실적인 접근으로 경협을 비롯해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공동체를 만들고 유럽연합(EU)로 까지 발전시키며 공동체를 구축해 나간 유럽의 역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며 "이러한 경제적 방식의 접근으로 평화적 체제를 담보할 수 있는 물적 토대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강대학교 김영수 교수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데 있어서 남북이 서로를 국가로 인정하는 제도화 단계를 하나 더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정전협정을 바로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것에 대한 우리 사회 일각의 저항감이 있다. 남북이 국교 수준에 해당하는 관계 정상화를 먼저 이루는, 즉 평화협정으로 가는 징검다리를 하나 더 뒀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단계에서 신뢰가 쌓이면 평화협정으로 가면 된다"고 덧붙였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한반도의 평화를 만드는 데 있어 지난 20년 동안의 경험을 어떻게 살려 나갈 것인가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전 장관은 "북한이 핵을 가지려는 이유와 그 해결방안은 제네바 협약과 9.19 공동성명에 나와있다"며 "해결의 정치적 의지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잘 되지 않는 측면이 있는데 이미 길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는 5월로 예정되어 있는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김창수 기획실행위원장은 "정상회담에서 양국 대통령의 메시지가 상황을 개선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나가면 올 한해 한반도 정세는 계속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은 "북핵에 대한 비판적인 이야기들이 나오겠지만 한편으로는 현 상황을 전환하는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며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메시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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