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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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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언니

[한윤수의 '오랑캐꽃']<236>

태국 여성 수피아(가명)가 회사를 나왔다.
왜?
그야말로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사장님과 수피아의 얘기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사장님은 주장했다.
"자기가 나간다고 해서 나갔어요. 아는 언니가 있는 회사로 간다고."
수피아의 얘기는 다르다.
"계약 연장 안 할 거면 나가라고 했어요. 쫓겨난 거죠. 한 달 있으면 퇴직금 타는데 미쳤다고 내 발로 나와요?"
겉으로만 보면 누가 봐도 부당해고다.
왜?
조금만 참으면 퇴직금 타는데, 자발적으로 나가?

하지만 두 사람의 주장이 팽팽해서 도무지 진실을 알 수 없다.
할 수 없이 사건을 올려놓기로 했다.
<올려놓기>란 노동부에 진정하여 공식적인 사건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올려놓기의 강점은 사장님이나 노동자 양쪽에 심리적 압박을 가하여 스스로 액션을 취하게 만드는 데 있다. 액션 취하는 것을 보면 누구 말이 진실인지 아니까.

그럼 왜 액션을 취할까?
관공서에서 오라 가라 하는데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나? 웬만한 사람은 노동부에 가기 싫어서도 스스로 액션을 취하게 되어 있다.

진정서를 작성해놓고 발송하기 직전, 사장님에게 귀띔을 해주었다.
"부당해고로 노동부에 진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장님은 펄쩍 뛰었다.
"해고한 게 아닙니다. 정말로! 근로자가 원한다면 1년 계약기간까지 일하고 그때 퇴직금 줘서 보내겠습니다. 사실 요즘 근로자 구하기도 어렵거든요."
이렇다면 부당해고로 보기도 어렵다.

수피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어디야?"
"버스요. 나 지금 수원 가고 있어요."
"사장님이 다시 오라는데! 한 달 더 일하고 퇴직금 받고 가라고."
수피아 역시 펄쩍 뛰었다.
"나 그 회사 안 가요."
"왜?"
"다른 회사 갈 거예요."
다른 회사라니?
아는 언니 회사?

의심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른다.
흑백을 가릴 심산으로 단호하게 물었다.
"그럼 퇴직금 안 타도 괜찮아?"
"괜찮아요."
기가 막히다.
퇴직금 안 타도 괜찮다니?
그렇다면 스스로 회사를 나왔다는 말이잖아!
그녀의 주장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니!

도대체 수피아가 왜 거짓말을 했을까?
아무래도 이랬을 것 같다.

아는 언니가 말했다. "너 우리 회사 올래?" "언니, 나 못 가. 한 달 있으면 퇴직금 타는 걸." "얘도! 퇴직금이 문제가 아니지. 이런 자리는 날이면 날마다 나오는 게 아니잖아. 잘 생각해. 너 도대체 퇴직금 얼마 타는데 그래?" "백만 원." "쯧쯧, 여기 잔업 많은 거 너도 알잖아. 금방 복구해. 최소한 한 달에 20만원 더 받으니까 다섯 달이면 게임 끝나. 너 거기 남아서 퇴직금 탈래? 아니면 이 자리 차지할래? 잘 생각해. 오늘 내일 사이로 안 오면 나도 이 자리 장담 못해. 올 거야 말거야?" "언니, 그럼 갈 게." "퇴직금은 어떡하구?" "그건 내가 알아서 할 게, 언니. 퇴직금은 아녀도 해고수당은 어떡하든 받아낼 테니까."

어디까지나 상상이다.
하지만 그랬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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