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벌어지는 표현의 자유 침해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프랑크 라 뤼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 보고관을 국가정보원이 미행 사찰했다는 의혹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일보>는 17일 라뤼 보고관 일행을 캠코더로 몰래 촬영한 차량의 소유주가 국가정보원 소유 부지의 유령회사임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국정원 소유 부지의 유령회사서 보고관 미행?"
라뤼 보고관은 지난 4일 입국한 뒤 숙소인 서울 명동의 한 호텔로 이동하다 호텔 정문 앞에 주차된 은색 승용차 안에서 캠코더를 들고 라뤼 일행을 몰래 촬영하고 있는 이들을 발견했다.
라뤼 보고관은 이들을 휴대폰으로 찍고 6일 천영우 외교부 2차관을 만나 "누군가 미행을 하는 것 같다"고 항의했다. 이에 국정원 경찰 등은 자신들과 관계 없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한국일보>는 "라뤼 일행이 찍은 사진 속 차량의 소유주가 서울 서초구 OO동 '신세기공영'인 것을 확인했다"면서 "차량 소유주의 주소지는 국가정보원 소유 땅으로 철조망이 굳게 둘러쳐 있어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었다. 신세기공영은 법인등기도 없이 차량만 십여 대가 등록된 유령회사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국정원 관계자는 "국정원 소유 차량이 아니다. 라뤼 보고관 쪽에서 특별한 문제제기는 없었다"고 부인하면서 "차량 소유주 회사가 왜 국정원 부지에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회사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한국일보>는 차량의 주소지 인근에서 만난 한 상인이 "여긴 국정원 땅이다. 괜히 기웃거리다 잡혀간다"며 "아침 저녁으로 한 번씩 국정원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철조망 안쪽에서 순찰하는 것을 봤다"고 말하는 등 이 곳이 국정원 소유 땅으로 알려져 있음을 시사했다.
라뤼 보고관은 17일 출국 직전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원 시찰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그는 15일 연세대 특강에서 "과테말라에서도 (미행, 감시 등)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내 조사활동을 위축시킬 수 없었다"며 "이번 일에 대해서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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