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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노조 '파업 중단' 제안에 조합원 '격렬' 반발

"파업 중지하고 현장 투쟁 전환" vs "성과 없이 파업 끝낼 수 없어"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MBC)본부(본부장 이근행)가 '파업 중단'을 두고 격론을 벌이고 있다.

MBC 노동조합 집행부는 10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총파업 일시 중단, 현장 투쟁 전환"이라는 방침을 결의했으나, 오후 열린 조합원 총회에서 조합원의 치열한 찬반 논쟁에 부딪혔다. 이날 오후 2시께 시작된 조합원 총회는 5시 현재 세 시간을 넘기며 계속 진행 중이다.

MBC 노조 집행부 "지금은 '국면 전환'이 필요한 시점"

연보흠 MBC 노조 홍보국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MBC 사옥 1층 '민주의 터'에서 열린 조합원 총회에서 "비대위는 총파업 투쟁을 일시 중단하고 현업에 복귀해 투쟁을 강화하는 '국면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연보흠 국장은 "파업에서 김재철 사장을 완전히 고립시켰고 '정치적 사망 선고'를 내렸으며 우리 스스로 공정 방송 사수의 의지를 크게 각성시키는 효과를 거뒀다"며 "그러나 회사 밖으로 보면 안타깝게도 김재철 사장에 대한 정치적 압박을 가하지 못했고, 천안함, 지방선거 국면 등으로 큰 이슈로 만들어지지 못했다"고 성과와 한계를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단기적으로는 총파업이 계속되면 지방선거 국면에서 MBC를 벙어리로 만든다는 정권의 의도, 장기적으로는 MBC 자체를 망가뜨리려는 정권의 노림수도 있다"면서 "이런 악조건 속에서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위한 끝장 투쟁을 하게 되면 MBC에 엄청난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자칫하면 진짜 지키려던 공정 방송을 내줄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 열의를 가지고 현업에 복귀해서 사내외에 우리의 진정성을 보여주자. 그런데도 김재철이 <PD수첩> 폐지나 집행부 해고 등 결정적 도발을 하면 그때 총파업을 재개하자"면서 "그런 국면이 되면 정치 이슈화될 가능성도 넓어지고 그런 공간을 열 여지도 많아진다. 그때 명분을 확실히 틀어쥐고 총파업 투쟁을 벌여가자"고 제안했다.

▲ 10일 서울 여의도 MBC 사옥 1층 '민주의 터'에서 MBC 조합원들이 총파업 중단 여부를 두고 총회를 열고 있다. ⓒ언론노보

이근행 위원장은 "적어도 정권이 바뀌기 전까지 우리의 투쟁은 쉴 수 없을 것이고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심정적으로, 모든 것을 걸고 한 방에 싸움을 끝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 있으나, 동시에 우리 싸움이 조직 역량을 지키고 지속적이고 끈질기게 싸워야 한다는 고민이 이 결정에 들어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집행부가 희생을 두려워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저에 대한 해고와 사법 처리 방침은 이미 결정된 것이다. 지금 국면 전환해서 해고당하면 비겁하고 더 가서 당하면 장렬하고 떳떳한가"라며 "눈앞의 희생이 두려워 판단했다는 것으로 오해하지는 결코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MBC 노조는 "△공정 보도 강화 특위 △<PD수첩> 사수 및 프로그램 공영성 강화 특위 △노조 탄압 분쇄 특위 △지역 MBC 사수 특위 △방문진 개혁과 MBC 장악 진상 조사를 위한 특위 구성" 등을 제안했다.

"오히려 파업의 수위를 높일 때" vs "계속 싸울 수 있다"

그러나 상당수 조합원은 집행부의 '국면 전환' 제안에 크게 반발했다. 이날 공개로 진행된 조합원 총회에서 발언에 나선 조합원은 연달아 반대 의견을 내며 파업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그러나 집행부의 판단에 동의하고 지지하는 조합원들도 적지 않았다.

한 기술 부문 조합원은 "집행부를 믿고 지난 5주간 파업을 해왔는데 5주간 해보고 안 되니까 접자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고, 한 영상미술 부문 조합원은 "이번 파업의 성과가 있느냐"며 "파업 중단을 인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예능국 조합원은 "천안함이 뉴스를 집어삼켰고 지방선거 국면으로 넘어가서 힘들다면 앞으로 월드컵 있고 아시안게임이 있는데 그때 <PD수첩> 없애고 집행부 자르면 상황이 달라질 것인가"라고 물었고, 다른 아나운서실 조합원도 "파업에 들어갈 때 전체 조합원 투표를 통해 시작했다면 파업 접을 때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다른 편성제작 부문 조합원은 "차라리 파업 동력을 삼기 위해 조합원을 건드려본 것이라고 하라"고 반발했고, 다른 조합원도 "우리가 국민들 앞에서 마음대로 파업을 접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고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수준을 올려 투쟁을 해야하지 않나"고 말했다.

다른 조합원은 "YTN 파업 접고 올라갔을 때, KBS 파업 하려다 말았을 때 둘 다 망가지는 것 다 지켜보지 않았느냐. 이대로 올라가는 것은 치욕스럽다"고 반발했다.

▲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이 조합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언론노보

그러나 찬성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한 보도 부문 조합원은 "우리의 파업은 합법 파업이 아니고 충돌이 일어날 경우 책임을 다 나눠질 수는 없다. 일부는 구속되어야 하고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며 "한나라당이나 청와대는 MBC가 뉴스 하지 않고 시사 프로그램 하지 않으면 좋다고 한다. 이 파업이 공정 방송을 만들기 위한 것인 만큼 현장 투쟁 돌아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른 보도 부문 조합원은 "이근행 위원장이 구속되고 해고될 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나. 이들이 복직될 때까지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따졌고, 한 조합원은 "파업 아니면 싸우지 않느냐. 파업과 같은 심정으로 올라가야 한다. 파업 결정만큼 어려운 결정이다. 집행부의 판단을 믿는다"고 말했다.

한 조합원은 "지금과 같은 결의라면 현업에 복귀해서도 MBC 방송센터 전체를 장악한 것처럼 강도 높은 보도 투쟁을 할 수 있다"며 "파업에서 복귀한다고 해서 투쟁이 끝나는 것 아니다. 우리는 계속 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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