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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유로존 구하기'에 글로벌 공조 재가동된 이유

<WP> "유럽 부채위기, 5가지 통념 극복해야"

유럽의 부채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비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10일 열린 유럽연합(EU) 긴급 재무장관 회의에서 유로존 안정을 위해 대규모 기금을 조성한다는 합의가 나왔다.

유로화 안정화 기금 규모는 최대 7500억 유로(약 9620억 달러, 1100조 원)에 달한다. 7500억 유로 중 2500억 유로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부담하기로 했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도 EU 긴급 재무장관 회의의 결과 발표 직후 성명을 통해 "유로존의 공공 및 민간 채권시장에 개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달러를 필요로 하는 외국 은행들을 지원하기 위해 글로벌 금융위기 때 동원됐던 달러 스왑 프로그램을 오는 13일부터 재가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 9일 프랑스의 크리스틴 라가드(왼쪽 끝) 등 EU 재무장관들이 긴급 회의에 앞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유로존 구하기' 글로벌 공조 가동

그리스 부도 위기로 촉발된 유로존의 부채 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또다시 글로벌 공조가 이뤄진 것이다.

그동안 ECB와 FRB는 그리스 사태 등 일부 유로존 회원국들의 위기는 유로존 자체의 힘으로 해결할 문제라면서 개입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유로존 차원에서 마련한 그리스에 대한 대규모 구제금융 방안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유로존 위기가 확산되자, EU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이미 유로존 위기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이와 관련, 9일(현지시간)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유럽 부채 위기에 대한 5가지 잘못된 통념(5 Myths about the European debt crisis)'이라는 기고문을 통해 유럽의 부채 위기를 지역적이며 제한적 위기에 그칠 것으로 보는 일반적인 시각에 대해 경고해 주목된다.

이 기고문의 필자 2명 중 카르멘 라인하트 메릴랜드대 교수는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와 함께 800년에 걸친 금융위기 역사를 고찰한 <이번은 다르다>라는 책의 공저자다.

다음은 이 글에서 지적한 5가지 통념과 이에 대해 반박한 주요 내용이다.<편집자>

1. 유럽 부채 위기는 새로운 형태의 위기라는 통념

유럽의 부채 위기는 현대 금융상품과 긴밀하게 연결된 글로벌 경제에서 비롯된 21세기형 금융재난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수많은 정부는 분수에 넘치게 돈을 빌려 빚 갚느라 곤욕을 치러왔다. 14~19세기에 걸쳐 군주국들은 환율을 약화시키고, 사유재산을 약탈하고, 빚을 갚지 않는 일을 반복했다. 그들의 이런 행태로 백성들에게 심각한 경제적 고통이 초래됐다.

최근 사례로는 2001년 아르헨티나 사태가 있다. 당시 아르헨티나 정부는 긴축 재정을 실시하려는 시도를 거듭하다가 마침내 전국적인 폭동이 일어났다. IMF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아르헨티나 정부는 결국 1320억 달러의 부채에 대해 부도를 내면서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2. 그리스처럼 규모가 작은 경제는 심각한 금융위기를 촉발할 수 없다는 통념

13년전 당시 그리스보다 국내총생산(GDP)가 적었던 태국의 금융위기가 동아시아 일대의 환율과 주가를 폭락시킨 것을 기억하는가? 한국과 태국은 정부지출을 삭감하고, 세금을 인상하고, 민간부채를 구조조정하는 등 고통스러운 경제정책과 국제적인 지원으로 간신히 부도를 모면했다.

한 나라의 위기가 어떻게 다른 나라들로 확산되는가? 첫째, 많은 정부들이 국제적인 대형은행과 헤지펀드 등 공통의 채권자를 갖고 있다. 한 나라의 시장에서 이런 금융업체들이 대규모 손실을 입으면, 그들은 종종 다른 나라에 빌려줬던 대출 회수에 나선다.

두번째, 한 나라의 위기는 투자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한다. 투자자들은 비슷한 리스크가 있는 다른 나라들에 투자한 자금을 빼낸다.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은 서로 다른 상황일 수도 있다. 하지만 리스크에 민감해진 투자자들에게는 비슷하게 보일 뿐이다. 이들 나라들은 재정적자와 막대한 민간 및 공공 부채를 안고 있다.

3. 재정긴축이 유럽의 부채 위기를 해결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통념

재정긴축 효과는 신속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정부지출을 대대적으로 급격하게 줄이면 경제활동도 급격하게 위축되는 것은 거의 틀림없다. 그렇게 되면 세수가 감소하고 실업이 증가하고, 사회보장 지출은 증가한다. 결국 부채를 줄이는 효과가 나기 어렵다.

1995년 멕시코, 1998년 한국, 2001년 터키, 2002년 브라질 등은 재정긴축 압박 속에서 결국 경제회복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들 나라는 모두 그리스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부채 부담을 안고 있었다.

그리스는 부채 탕감을 받을 수 있지만, 사실상 '부분적인 부도'라고 할 수 있는 이런 방안도 묘약이 될 수 없다. 아르헨티나는 2001년 부도 이후 국제시장에서 외면받으면서 경제규모가 15% 가량 감소했다. 그리스처럼 부채 구조가 좋지 않은 경우 당국이 선택할 수단이 별로 없다.

4. 유로존 가입이 그리스의 위기를 불렀다는 통념

전통적으로 하이 인플레이션과 환율이 불안정한 그리스는 2001년 유로존에 가입하면서 자금을 낮은 금리로 빌릴 수 있게 됐다. 이런 혜택은 축복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유로존에 가입하기 직전 GDP 대비 6%에 불과했던 그리스의 가계부채는 2009년 GDP 대비 50%, 정부부채는 2009년말 GDP의 115%로 급증했다. 이것을 보면 유로존 가입이 위기로 가는 길을 열어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리스만 흥청망청 돈을 빌렸던 것은 아니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아이슬란드와 영국은 고유 화폐를 유지하면서도 부채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이들 나라가 태생적으로 흥청망청하는 기질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채권자들이 과잉 대출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 당시 경제 호황이 지속되자 전세계적으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앞으로도 좋은 실적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가 팽배했었다.

5. 유럽 같은 부채위기가 우리에게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통념

1990년 중반 급성장하던 동아시아 국가들의 정부는 자신들의 성공은 '아시아적 가치'에 기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997~1998년 위기 이후 이런 소리는 힘을 잃었다. 2006년 미국의 고위 관료들은 20년에 걸친 경기변동 조절에 성공하자 큰소리를 쳤던 것도 비슷한 경우다.

금융기관들의 재무건전성이 탄탄하고, 금융시장은 탄력적이고, 주택가격이 전국적으로 하락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그들은 말했다. 1년전만 해도 유럽연합 회원국이 부도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누가 귀를 기울였던가?

그리스 정부 앞에 놓인 암울한 선택들이 미국에도 닥쳐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의 재정적자는 GDP 대비 11%에 달하고, 연방부채는 GDP 대비 100%를 향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부채 수준은 금융 시장의 인내를 시험하고 있다. 미국이 언제까지나 감당할 만한 금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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