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는 참여연대·한국진보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50여 개의 모임인 '표현의 자유 수호 문화 행동'이 주최한 '광장에서 표현의 자유를 외치다' 문화제가 열렸다. 이 광장에서 정부가 '불법 촛불 단체'로 지목한 단체의 집회가 허가된 것은 지난 2008년 촛불 집회 이후 처음이다.
▲ 이날 문화제에서는 2008년 촛불 집회에서 인기를 끌었던 드럼서클의 지휘 아래 전국언론노조 집행부와 일반 시민이 함께 북을 치며 구호를 외쳤다. ⓒ프레시안(최형락) |
▲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이 이른바 '불법 촛불 단체'에게 개방된 것은 3년 만의 일이다. 이날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은 '잔디 보호 요청'에 따라 인도에 앉았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시청 잔디는 보호하라는 정권이 4대강은 왜 파헤치냐"고 꼬집어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프레시안(최형락) |
이날 문화제 사회를 본 이명선 씨는 "당초 주최 측은 이날 집회 신청도 불허될 줄 알았다고 한다"며 "그러나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 보고관 프랑크 라 뤼 씨의 방한 때문인지 뜻밖에 허가됐다"고 말했다. 프랑크 라 뤼 보고관은 지난 4일 한국의 표현의 자유 실태 조사를 위해 방한했다.
이 때문에 이날 문화제에는 집회 참가자를 둘러싼 경찰 버스 차벽도, 방패를 든 경찰도 보이지 않는 '진기한 풍경'이 연출됐다. 이 역시 지난 3년간 보기 어려웠던 장면. 지난 30일 보석으로 풀려난 박래군 용산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집회가 이래야 한다. 차벽으로 막고 경찰로 막는 게 집회라 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두시간 가량의 문화제 내내 서울 남대문 경비과장은 각 발언자의 발언이 끝날 때마다 "애초에 집회 신고한 위치와 다르다", "구호를 외치는 등 불법 집회를 하고 있다"며 연거푸 경고 방송을 내보냈다. 이명선 씨는 "차라리 잡아가라. 연행하면 특종이다. 연행을 쌍수 들고 환영한다"고 맞받기도 했다.
▲ MBC 파업 홍보물을 쌓아둔 책상 뒤로 폴리스 라인이 쳐 있고 문화제를 지켜보는 경찰이 서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 MBC 조합원 등 이날 문화제 참가자들이 시민들의 응원 글귀가 적힌 리본을 달고 날아가는 풍선을 바라보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이날 문화제는 한 달 넘도록 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MBC 지키기'가 주제였다. 이날 문화제에는 서울 본부 및 지역 19개 지부에서 올라온 조합원과 언론노조 KBS본부, YTN, EBS 지부에서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MBC를 지키고 싶습니다" 등의 글귀가 적힌 수건을 펴고 구호를 외치는가 하면, MBC 응원 구호가 적힌 리본을 풍선에 매달아 날려보냈다.
▲ 경찰은 이날 문화제에서 '팻말'은 금지된다고 했다. 문화제에 참석한 조합원들은 'MBC를 지키고 싶습니다'라고 쓰인 수건을 펼쳐 들었다. ⓒ프레시안(최형락) |
이날 문화제에는 6일로 단식 11일째를 맞는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현재 이근행 위원장은 30년동안 65킬로그램을 유지했던 몸무게가 60킬로그램으로 줄었고 진찰한 의사로부터 "내가 진찰한 단식 환자 가운데 가장 상태가 좋지 않다"는 진단을 받기도 했다. 단식 전부터 연이은 파업과 투쟁 일정으로 몸이 상해있었다는 전언이다.
MBC 노래패 소속 조합원은 "먹는 것 조차 쉽지 않다"며 이근행 위원장의 어린이날을 전했다. 이날 이 위원장은 '어린이날'이니 외식을 시켜줘야 한다며 아이들과 함께 샤브샤브 음식점을 찾았지만 이 위원장이 물만 마시고 있으니 아이들도 제대로 먹지 못했고, 이 위원장은 식사 내내 아이들에게 '밥먹으라'고 다그쳤다고.
황성철 MBC 노조 부위원장은 "이 위원장은 의사가 생명의 위험이 있다고 만류해도 해고와 구속을 바라보며 말이 아니라 몸으로 싸우고 있다"면서 "방송이 권력과 정권이 시키는대로 하면 세상은 울어도 방송은 웃고, 세상은 분노해도 방송은 박수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3년만에 광장을 열어준 시민단체에 감사하고 MBC 지키기 투쟁에 꿋꿋하고 결연하게 나선 MBC 조합원들에게 감사하다"면서 "이들이 가장 빛날 수 있는 취재 현장, 프로그램 제작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께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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