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천안함 침몰 사고와 관련한 발언을 문제 삼아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안보전략비서관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박선원 전 비서관은 5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김태영 장관이 내가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했던 말을 두고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박 전 비서관은 "고소는 김태영 장관이 개인명의로 했다"며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가 아내에게 이메일을 보내 소환에 응할지 물어봤다"고 말했다.
박 전 비서관은 지난달 22일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한국 정부가 가지고 있으면서 국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자료를 미국이 갖고 있다"면서 "(침몰) 사고가 났다고 하는 9시 15분부터 22분 사이에 천안함이 어디서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 속도는 얼마였는지 하는 정확한 정보, 항적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 그건 군사기밀이라고 볼 수 없다. 교신기록에 대해서도 많이 공개하라고 요구하지 않느냐"고 말한 바 있다.
박 전 비서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6년 2월부터 2년간 안보전략비서관으로 근무했고 현재는 미 브루킹스 연구소 초빙연구원으로 워싱턴에 체류하고 있다. 그는 3월 30일 귀국해 민주당 천안함 특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다가 4월 11일 워싱턴으로 돌아갔고, 지난 3일 다시 귀국했다. <MBC> 라디오 인터뷰는 미국에 있을 때 한 것이며, 피소 사실은 귀국 후 알게 됐다.
박 전 비서관은 통화에서 "내 말은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한 것"이라면서 "'감춘다' '은폐한다' 같은 말은 한 마디도 안 했는데 왜 고소를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명예훼손이라면 최소한 '김태영'이라는 이름이라도 언급해야 하고, 모욕을 주는 말을 했어야 하는데 나는 그런 적이 없다"며 "천안함 정보 공개 요구는 나 말고도 수많은 사람들이 하는 것인데 왜 특정인만 고소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태영' 혹은 '국방장관' 등의 말을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아울러 박 전 비서관은 "내가 브루킹스 연구소 소속이고 연구소 홈페이지에서 내 이름을 검색하면 곧바로 이메일이 나오는데 검찰이 왜 아내에게 이메일을 보냈는지도 이해하기 어렵고 매우 불쾌하다"며 "개인 정보를 어디서 그렇게 캐고 다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검찰이 통상적으로 명예훼손 사건을 처리하는 형사부에 이번 고소 건을 배당하지 않고 대공 문제나 파업 사건 등을 맡는 공안부에 배당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부는 박 전 비서관의 발언에 대한 반론 기회를 달라고 '손석희의 시선집중' 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제작진은 그 요청을 받아들여 질문 내용 등을 보냈으나 국방부는 '검토 후 연락하겠다'고 답한 뒤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영 장관의 고소는 그런 와중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김현 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국방장관이) 무슨 명예를 훼손을 당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고, 무엇이 그리 급해 이렇게 서둘러 검찰에 고소했는지도 알 수가 없다"며 "군과 정부의 함구 속에 미궁으로 빠져드는 천안함 사고에 대한 당연한 의혹 제기를 '고발' 따위로 겁박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김 부대변인은 또 "국방부 장관은 천안함 46명 장병과 한주호 준위, 금양호 선원의 희생에 대해 군 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데 촌각을 아끼지 말아야 할 처지"라며 "국방장관의 행태를 보건데 원인 규명은 뒷전이고 의혹을 제기하는 국민을 마녀사냥하듯 옥죄기에 바쁜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박 전 비서관은 소환에 응할지에 대해 "변호인과 우선 협의를 해야겠지만, 회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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