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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南 '고슴도치' 北…침몰하는 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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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南 '고슴도치' 北…침몰하는 남북관계

[한반도 브리핑] 남북관계 '망실'은 곧 대북 제재 수단의 상실

이명박 정부가 임기 중반을 향하고 있는 지금, 지난 10년 동안 일궈왔던 남북관계의 모든 성과와 경험이 하루아침에 무력화되고 있다. 남북관계의 진전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증진시키고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대북 개입(engagement)의 방편과 채널들이 하나둘씩 모두 제거되고 있다.

북이 그렇게 원했던 금강산 관광 재개는 이명박 정부의 요지부동으로 결국 사업 자체를 접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명박 정부는 대북 개입 정책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 사업 자체에 별 흥미도 의지도 없었다.

북은 더 이상 이명박 정부와의 관계개선에 기대를 접고 관광 사업 자체를 포기할 생각이다. 북이 보였던 최대한의 협상 의지와 양보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금강산 관광 자체가 내키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 "'금강산 관광 싫다' 분명히 말하고 국민심판 받아라,")

연평해전에도, 민영미 씨 억류사건에도, 북한 장교 사망 사건에도 불구하고 금강산 관광이 지속되었던 과거의 한반도 상황과 비교하면 지금의 관광 중단은 긴장을 완화시키고 평화를 확인시키는 남북관계 대신 상호 적개심과 강경 의지만을 양산하는 파탄의 남북관계가 자리 잡았음을 확인해주는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과 민족 화해의 상징이자 모범이었던 금강산 관광이 존폐 기로에 서게 되는 순간 사실상 개성공단의 미래도 보장하기 힘들다.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일 민주평통 북미주 자문위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연설하고 있다. ⓒ청와대

'남북관계 不在' = '대북 응징 수단 不在'

천안함 침몰과 함께 남북관계도 동시에 침몰되고 말았다. 긴장의 서해 바다를 평화의 바다로 전환하려는 근본적 노력 대신 이명박 정부는 분노의 서해 바다를 통해 대북 적개심만을 강조하고 있다.

천안함 사태가 북한의 도발로 규정될 경우 남북관계는 1990년대 탈냉전 이전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최악의 비관적 전망마저 제기된다. 남북간 회담이나 접촉은 사라지고 규탄 대회와 궐기 대회로 온 나라가 들썩일지도 모른다. 위태롭게 이어왔던 남북관계의 끈이 하나도 남김없이 끊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남북관계가 전무한 탓에 천안함과 북한 소행을 연결하려는 보수 진영이 정작 북을 응징하려 해도 효과적인 뾰족한 수단이 없음을 깨닫고 허탈할 수밖에 없다. 쌀을 주지도 않고 비료도 주지 않은 지 오래다. 금강산 관광은 끊긴 지 2년이 다 되어 간다. 민간 차원의 대북지원이 제 역할을 못한 지도 이미 한참이다. 유엔의 대북 제재가 지속되고 있고 한국의 독자적인 대북 지렛대가 사라진 상태에서 전쟁불사의 군사적 응징 말고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효과적 제재 수단 자체가 없는 셈이다.

북을 힘들게 할 제재 수단이 없다는 지금의 현실 자체가 역으로 이명박 정부의 남북관계가 전무함을 입증하는 증거가 되고 있다. 어렵게 축적해왔던 남북관계가 하나도 남김없이 사라진 것이다. 그야말로 망실된 남북관계라고 할 수밖에 없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남북관계는 확대일로였고 북핵 문제도 더디지만 충실히 진전되고 있었다. 김대중 정부는 남북관계가 앞장서서 한반도 정세를 이끌고 그 결과로 북미관계 개선의 호기를 마련하는 수순이었다. 대북 포용의 결과로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고 남북관계 개선의 진전에 따라 북미 고위급 상호 방문과 조미 공동 코뮤니케가 합의됨으로써 북미관계가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노무현 정부도 임기 내내 2차 북핵 문제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남북관계는 유지되고 진전되었다. 이른바 '북핵과 남북관계 병행론'에 입각해 노무현 정부는 북핵 문제가 있었찌만 인도적 지원을 조건 없이 지속했고 남북의 신뢰의 끈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었다.

남북관계의 유지는 북핵 문제에서 한국의 적극적 역할을 보장하는 채널 역할을 했고 또한 북미 협상을 촉진하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북미 협상의 진전과 핵 문제의 호전은 역으로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유리한 토대가 되기도 했다. 2005년 6.17 정동영-김정일 면담이 9.19 공동성명 도출의 토대가 되었고 2007년 2.13 합의가 10.4 남북 정상회담의 밑천이 되었음은 잘 알려진 일이다.

대북 포용의 남북관계를 견지하고 유지하는 선상에서 한반도 정세는 한국 정부의 긍정적 역할에 의해 북핵 문제와 북미관계가 일정 정도 관리되거나 진전되는 패턴을 보였다. 북핵이 교착되면 남북관계를 통해 북미 갈등을 완화시키고 위기로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했고 여건이 마련될 경우엔 남북관계가 북미 협상을 촉진하는 매개 역할을 함으로써 북핵 문제 진전에 기여하기도 했다.

김정일 방중 초점, '회담 복귀' 아닌 '북중 연대'

그러나 지금은 남북관계가 북핵 상황을 교착시키고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게 하는 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반(反) 포용 기조는 '기다림의 전략'이라는 이름 아래 북이 내민 대화의 손과 관계 정상화의 기회를 모두 뿌리친 채 급변사태에 대한 기대만으로 남북관계 중단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전임 정부의 대북정책을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한 이명박 정부는 대북 '퍼주기'와 '끌려 다니기'를 결코 하지 않겠다는 원칙하에 '안 주기'와 '안 만나기'로 일관하면서 북한의 선(先) 핵포기와 선 굴복만을 요구하며 남북관계가 철저히 망실되는 것을 뒷짐 지고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남북관계 파탄은 결국 한반도 긴장 고조와 북핵의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의 북핵 상황은 2009년 겨울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진전이 전무하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과 남북관계 포기 상황은 북미 협상을 추동하기는커녕 어렵사리 조성되는 북미 협상 분위기마저도 제어하는 부정적 역할에 머무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년 7월 미국의 '포괄적 패키지'와 8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9월 미 국무부의 '6자회담 이전 북미협상' 방침이 나올 때만 해도 북미관계는 숨통이 조금 트이는 듯 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9월 방미와 이른바 '그랜드 바겐' 입장이 천명되면서 북미 간 협상 분위기는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북의 완전한 핵포기 결심 이전에는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협상 시작마저도 불가하다는 이명박 정부의 그랜드 바겐은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10월 방북 이후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의사와 남북관계 개선 의지마저도 무력화시키는 제동장치 역할을 했다.

북한의 선 핵포기와 선 굴복만을 대화의 전제이자 남북관계 시작의 조건으로 간주하는 이명박 정부는 김대중 전 대통령 특사 조문단 면담에 의해 모처럼 조성된 남북 정상회담 논의마저도 결국은 감정만 상한 채 중단시키고 말았다. 이제 천안함 침몰의 북한 연루설은 북미 핵협상마저 발목을 잡고 있다. 북미간의 접촉이나 협상 기미는 천안함으로 잔뜩 화가 나있는 한국 정부의 반대로 당분간 거론하기도 힘들다.

망실된 남북관계는 결국 한반도의 긴장 고조를 막지 못하고 북핵 상황의 악화를 막지도 못한다. 오히려 남북관계 파탄은 조그마한 불씨만으로도 한반도 긴장을 금세 고조시키고 북핵 협상의 가능성마저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지금 이명박 정부의 한반도는 바로 몇 년 전 한국이 만들어 놓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증진 그리고 북핵 협상의 진전이 송두리째 사라지는 상황이다.

더 문제인 것은 지금의 위기를 돌파할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할 가능성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더욱이 천안함 사태가 북한의 소행으로 기정사실화되는 지금, 원칙을 접고 북에 유연한 접근을 한다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불가능하다.

오히려 남북관계 중단과 긴장 고조까지 감수하며 북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경주문이 득세할 것이다. 남북관계가 복원되고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는 이제 이명박 정부 임기 내에 접어야 할 듯하다.

남측이 이처럼 요지부동인 바, 상대방인 북이라도 고개를 숙인다면 그나마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텐데 지금은 이마저도 기대를 접어야 할 판이다. 북한도 이제는 남북관계 개선의 기대를 포기하고 이명박 정부 임기 동안은 장기 항전에 나서기로 작정한 듯하다.

이미 거품이 빠져버린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이 성사된다 해도 북의 6자회담 복귀나 전향적 조치의 징조가 아니라 오히려 남북관계를 포기하고 장기전에 대비하는 북중 연대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

북은 내부적으로도 7.1 조치 무력화와 경제정책 보수화 그리고 시장세력 통제와 계획경제 강화를 통해 체제 단속과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 다들 실패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 지난 연말의 화폐개혁 역시 대미 대남 장기 항전을 위한 대내적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 가능하다.

이명박 정부의 강경한 '기다림의 전략'이 지속되고 김정일 위원장의 강경한 '고슴도치 전략'이 계속될 경우 지금의 한반도 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거의 유일한 돌파구라면 미국의 결단에 의해 북미 협상이 본격화되면서 외부적으로 한반도 정세가 호전될 수 있는 계기가 조성되는 것이지만 이마저도 천안함 이후 가능성은 더욱 멀어지는 분위기다.

한쪽이 완전 백기를 들고 굴복하거나 한쪽이 붕괴해서 사라지는 경우가 오지 않는 한, 지금의 한반도 위기 국면은 어떻게 손 쓸 도리가 없다는 자괴감만 커질 뿐이다. 이제 남과 북에 더 이상 무언가를 요구할 힘조차 없다. 이명박 정부에게 정책 전환을 요구할 여력도 없다. 그야말로 '위기의 한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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