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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태…누가 <1박2일>을 두려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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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태…누가 <1박2일>을 두려워하나?

[기자의 눈] 예능 프로그램 '결방'을 생각한다

"사람들을 웃기고 즐겁게 하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에요. 그런데 예능은 괜히 천대받고 무시받는 분위기가 있는데 그건 참 싫더라고요. 천안함 사태 때 예능 프로그램만 없어지는 것도 예능만 폄훼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효리, <경향신문> 2010년 4월 15일자 인터뷰 중)

천안함 사태가 침몰 이후 한 달째를 맞았다. 아직도 사고 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사고 원인이 무엇이든 희생된 장병 46명이 한국 사회에 큰 슬픔을 안겼다. 살아 돌아오지 못한 장병은 유가족의 가슴 찢는 절규 속에 애잔하고 안타까운 사연을 남겨 눈물짓게 했다. 이들의 생환을 간절히 기다리던 국민은 가슴을 쳤다.

천안함 사태를 놓고 "국가적 참사에 대한 국민 정서와 사회 분위기를 감안한다"며 시작한 예능 프로그램의 결방도 4주째를 맞고 있다.

왜 예능은 안 되는가?

이런 상황을 두고 그룹 '뜨거운 감자'의 가수 겸 예능인 '김C'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다. 스포츠도 되고, 영화도 되고, 드라마도 되는데, 예능은 안 되고, 웃지 말란 뜻인가? 이현령비현령." 그의 말을 두고 "충격 발언", "몰염치" 등의 비난이 쏟아진다. 그러나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한 질문 아닌가?

왜 예능은 안 되는가. 한국방송(KBS)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이 영화 <7급 공무원>보다 더 가벼운가? <1박2일>은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한국 국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교양' 프로그램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물론 이들이 4대강 주변은 얼씬도 하지 않는 것이 유감이긴 하다!) 프로야구 선수가 '근조' 리본을 달고 경기에 임하듯이, 예능 프로그램도 결방 외의 다양하고 자발적인 추모가 가능하다.

예능 프로그램 결방이 불편한 또 다른 까닭은 최근 이런 프로그램이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권력의 손을 많이 타기 때문이다. 최근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은 개그맨 박성광 씨의 유행어 "1등만 알아주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말을 문제 삼았다. 평소 보수단체는 부조리를 꼬집는 <개그콘서트> '동혁이형'의 개그를 못 견뎌한다.

왜 예능 프로그램이 '눈엣가시'인가. 혹시 이들이 가장 강력한 무기, '웃음'을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시쳇말로 '빵 터질 때'는 시청자의 억눌린 감정을 제대로 짚었을 때다. 시청자가 이런 '카타르시스'를 발산하도록 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현재 한국 사회의 억눌린 분위기와 불화할 수밖에 없다.

▲ 한국방송(KBS)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이 영화 <7급 공무원>보다 더 가벼운가? <1박2일>은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한국 국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교양' 프로그램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물론 이들이 4대강 주변은 얼씬도 하지 않는 것이 유감이긴 하다!) ⓒKBS

지상파 방송이 자신에게 물어야 할 것

공영 방송 혹은 공영적 상업 방송을 표방하는 한국의 지상파 방송사는 자신에게 날카롭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4주째 예능 프로그램을 결방하고 있는 방송의 추모는 과연 시민의 슬픔을 반영한 것인가. 혹시 정부의 동원에 손쉽게 휩쓸리는 것은 아닌가. 혹시 '준전시체제'로 몰고가는 일부 정치 세력에 분위기를 맞추기 위한 것은 아닌가.

이런 혐의는 순국 장병의 호칭을 통해서도 나타난다. 그들은 '희생자'인가, KBS가 부르듯 '영웅'인가. '영웅'이라는 호칭 속에는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 이번 사건을 특정한 틀(frame)로 해석하려는 의도가 느껴진다. 그들의 죽음은 권력에 의해 호명된다. 바로 예능 프로그램을 싫어하는 그 권력이다.

이런 미묘한 문제를 생각할 때 KBS의 4주째 결방과 대대적인 천안함 추모 프로그램 편성이 제작진의 자율적인 결정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 못내 걸린다. KBS의 대대적인 추모, 성금 모금 방송은 위에서부터 결정되어 제작 현장으로 하달됐고 대규모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그 방송사의 수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특보' 출신이라는 점에서, 정연주 전 사장을 강제 해임하고 나서 KBS가 뉴스, 드라마, 시사 프로그램 등 거의 전 영역에서 '정권 홍보'의 성격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왔다는 점에서 더욱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KBS에서 제작진의 자율 결정은 불가능한가?

방송의 뉴스 프로그램이 정치 권력과 자본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하는 것처럼 예능 프로그램도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는 우리 문화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더 나아가 이렇게 될 때, 우리는 금지된 웃음을 되찾고, 더 나아가 권력이 틀 지어주는 방식이 아니라 '자유롭게' 천안함 희생자를 진정으로 추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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