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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월가는 사회를 볼모로 한 카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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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월가는 사회를 볼모로 한 카지노"

"사적 도박에 불과한 파생상품 강력 규제해야"

미국 월가의 대표은행 골드만삭스를 포함해 많은 금융업체들이 사기행위나 다름없는 방식으로 돈벌이를 해왔다는 의혹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20일 <뉴욕타임스(NYT)>는 'Gambling With the Economy'라는 칼럼을 통해 "골드만삭스 사태는 월스트리트에서 카지노나 다름없는 방식의 거래가 횡행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파생상품은 리스크를 사회에 떠넘기는 도박상품

이 신문에 따르면, 원래 월스트리트는 산업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한다는 공적인 목적을 갖고 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를 비롯해 거의 모든 월가의 금융업체들이 취급한 부채담보부증권(CDO), 신용부도스와프(CDS) 등의 파생상품은 투기꾼들에게 사적인 목적의 도박판을 제공할 뿐, 집 한 채의 구매 자금도 공급하지 않는 상품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제소한 골드만삭스의 거래 상품은 실제 모기지 채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다. 실제로는 기존의 모기지 채권과 연계돼, 해당 채권의 가치 변동에 따라 이득을 보는 쪽과 손해를 보는 쪽이 갈리는 CDS에 돈을 거는 방식이었다.

SEC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주요 고객이 문제의 상품을 직접 구성하도록 허용했고, 이 상품은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모기지만으로 만들어졌다. 다른 투자자들에게는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골드만삭스는 이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혐의가 사실이든 아니든, 이런 거래를 하는 것이 월스트리트의 적절한 기능인가"라고 반문하면서 "모기지 산업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는 이런 투자행위는 백해무익하다"고 지적했다. 주택거품 붕괴가 예상보다 훨씬 파괴적인 양상을 낳은 것도 이런 거래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벤 버냉키 FRB 의장 등 월스트리트의 파생상품 거래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당초 주택가격 하락이 모기지 시장에서 비중이 작은 서브프라임 대출 시장에만 타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CDS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으로 구성된 도박판으로 작용해 그 규모를 엄청나게 키웠다. 하나의 모기지 채권이 수십 개의 파생상품과 연계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사회적으로는 생산적인 기여는 하지 않고 사적 도박판처럼 벌어진 투자가 그 사회의 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할 정도가 된 것이다.

원래 CDS는 일종의 보험 성격의 상품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CDS 자체가 거래되기 때문에 투기상품으로 변질됐다. 또한 투기상품으로 변질된 보험상품이 존재함으로써 모럴 해저드도 발생한다. 즉, 모기지 등 대출 자체의 리스크에 대해 은행이 신경을 덜 쓰게 된다는 것이다.

도박상품이 된 파생상품으로 '리스크'를 떠넘기고 아무도 실제 채권에 대한 리스크는 신경을 쓰지 않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대신 사회 전체는 더 많은 리스크를 떠안게 되었다.

"월가 대형은행의 투기적 행위 엄격히 규제해야"

이에 따라 <뉴욕타임스>는 "미국 의회가 마련하고 있는 월가의 금융규제개혁의 최우선 순위는 모든 경제행위를 '금융화'하는 문화를 종식시키는 것이 되어야 한다"면서 구체적으로 몇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첫째, 파생상품이 사적 계약이기 때문에 그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공적자금 투입 대상이 되는 월가의 대형은행들은 더 이상 비생산적인 도박판에 공적 자본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두번째, 연계된 채권에 실질적인 지분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CDS 거래를 허용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이런 사람들에게 CDS 거래를 전면 금지하지는 않는다면, 또다시 사회에 해악을 미칠 정도로 과도한 레버리지를 허용하지 않도록 엄격한 제한을 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월스트리트와 공화당은 이처럼 금융개혁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높아지자 연합전선을 구축해 규제강화에 저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SEC의 골드만삭스 제소 등을 통해 금융개혁 의지를 강력하게 보여주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월가가 있는 뉴욕 맨해튼을 찾아 명문사립대 '쿠퍼스 유니언'의 연설 형식으로 금융개혁법안의 의회 통과를 역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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