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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먼 "골드만삭스 사태, 제3의 사기형태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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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먼 "골드만삭스 사태, 제3의 사기형태 보여줘"

"부정한 돈벌이로 변질된 월가 금융업, 강력한 규제 필요"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 애컬로프 버클리대 교수, 그리고 노벨경제학상 후보로 늘 꼽히는 폴 로머 스탠퍼드대 교수는 1993년 <약탈:수익을 위한 파산 횡행하는 어둠의 경제>라는 논문을 썼다.

1980년대말 저축대부조합(S&L) 사태로 불리는 금융위기를 분석한 이 논문에서 저자들은 "이번 위기로 초래된 많은 손실은 고의적 사기(deliberate fraud)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월가의 대표은행 골드만삭스를 사기혐의로 제소하자 <뉴욕타임스(MYT)>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이 논문을 소개하면서,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해서도 이런 주장이 가능한지 살폈다.
▲ 월가의 대표은행 골드만삭스가 사기행위 혐의로 제소됐다. ⓒEPA=연합뉴스
"월가의 사기행위, 금융위기 증폭시키는 역할"

크루그먼 교수에 따르면, 그동안 이번 금융위기에서 주로 거론된 사기 형태는 두 종류였다. 약탈적인 대출과 엉터리 리스크 평가가 그것이다. 그런데 SEC가 제소한 골드만삭스의 혐의는 제3의 형태의 사기행위에 해당한다.

이미 골드만삭스을 비롯한 여러 금융업체들은 각종 파생상품을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이 상품의 가치가 하락하면 수익을 내는 베팅을 해왔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미국의 현행법상 이런 행위가 비난의 대상일지언정 불법적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SEC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모기지 채권들만 묶어서 파생상품을 만들었고, 이 상품 설계에 가담한 '특정 고객'은 이 상품의 가치가 하락할 때 이득을 보는 베팅을 한 것을 알면서도 문제의 상품을 매입한 투자자에게는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것이 바로 '약탈적 도둑질(looting)'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개탄했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탐사보도 웹사이트 '프로푸블리카'에 따르면, 이런 혐의를 받고 있는 금융업체는 골드만삭스만이 아니다. 여러 업체들이 이런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그렇다면 금융위기에 이런 사기극이 어떤 역할을 했다는 것인가? 크루그먼 교수는 "약탈적인 대출이나 부실 모기지 상품 판매가 위기를 초래한 것은 아니다"면서 "하지만 위기를 악화시킨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행위들이 주택거품을 더욱 키우고, 주택거품이 붕괴했을 때 '쓰레기'로 변할 자산들을 만들어냈으며, 또한 이런 거래 게임에서 패배한 금융업체들의 손실을 키워 주택거품 붕괴가 경제 전체의 파국으로 확산되는 금융위기를 심화시켰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크루그먼 교수는 월스트리트를 근본적으로 규제할 법안을 거듭 촉구했다. 그는 "금융산업은 전반적으로 부정한 돈벌이-즉, 소비자와 투자자들 오도하고 착취하는 대가로 소수가 엄청난 대가를 챙기는 게임으로 변질됐다"면서 "이런 풍토를 바로잡지 않으면, 부정한 돈벌이 행태는 계속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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