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김정일, '태양절' 맞이 무력 시범 직접 참관한 의미는?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김정일, '태양절' 맞이 무력 시범 직접 참관한 의미는?

[한반도 브리핑] 천안함 이후, 남북은 정면 충돌 양상으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지난 14일 "현 시점에서 천안함을 인양해 함정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우선이며 그 이후에 우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국 측에 전했다"라고 밝혔다.

향후 대북 협상보다 압박 쪽에 더 방점이 실릴 것으로 보고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을 방문해 협의한 후 나온 발언이었다.

이틀 후인 16일 민·군 합동조사단은 "천안함 침몰이 외부폭발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1차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6자회담과 남북관계가 총체적 위기에 빠져들고 있는 셈이다.

북미 2차 접촉 논의 시점에 터진 천안함 사건

서울 주재 외국대사관의 한 외교관은 "북한은 중국이 제안한 6자회담 본회담 재개를 위한 예비회담 개최에 3월 하순 지지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국은 표면적으로 북이 6자회담 복귀를 확약해야 추가 접촉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내부적으로 접촉에 나선다는 쪽으로 방침을 정하는 중이었는데 천안함 사건이 돌출되면서 중단된 것으로 듣고 있다"라고 밝혔다.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침몰 사건이 국내외 주요 현안을 한꺼번에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 자산을 동결당한 금강산 사태도, 6자회담 이야기도 쏙 들어갔다. 천안함 사건 과정에서 노출된 군의 엉성한 보고체계와 원인을 둘러싼 황당한 논란은 우리 사회의 속살을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는 듯하다.

이대로라면 오는 11월에 열리는 G20 서울 정상회의가 제대로 열릴 수 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 차분한 대응을 보인 북의 대남정책도 이제부터가 더 걱정거리다.

올해 초만 해도 6자회담 재개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낙관적 기조가 강했다. 그러나 또 다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악화설과 북한의 급변사태론이 제기되면서 한미 당국의 대북기조는 '전략적 인내'쪽으로 선회했다. 앞서 언급한 외교관은 한·미·일의 대북 정세평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미·일 사이에는 북한의 내부 상황에 대한 일정한 공감대가 있다. 우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주일에 2~3차례 투석을 받고 있을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다고 본다. 또 화폐개혁 이후 북의 경제가 더욱 심각해졌다고 알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가 성과를 내면서 북의 내부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4월 1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북한이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예를 들어 경제활동을 개선해야 한다는 등의 압박을 느끼고, 그래서 6자회담에 복귀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북 제재가 궁극적으로 북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대화 복귀를 견인해 낼 것이라는 '정책적 판단'을 드러낸 것이다.

한·미 당국의 북한 위기지수에 대한 과도한 평가

그러나 한·미 당국이 북의 불안정 요인으로 거론하고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나 화폐개혁 이후 혼란상은 너무 과도하게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은 지난해와 올해의 활발한 지방 현지지도를 통해 볼 때 단기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고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 실제 김정일 위원장은 올해에도 역대 최다 공개 활동을 기록한 지난해 수준과 비슷한 횟수로 현지지도를 하고 있다.

둘째로 화폐개혁 이후 초래된 북 내부의 경제 상황도 당국의 수습책으로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현재 화폐개혁 이후 나타난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전면에 나선 사람이 김정일 위원장의 동생인 김경희 조선노동당 경공업부장이다.

김경희 부장은 전국적인 실사를 통해 식량 확보 등 화폐개혁 준비 상황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 당국은 곧 박남기 당 계획재정부장을 비롯한 '화폐교환 상무팀'(태스크포스팀)을 해임하고, 혼란 수습을 위한 후속조치를 내놓았다.

우선 외화 소지를 인정하면서도 상점이니 식당에서 외화를 사용할 경우 '외화교환소'를 이용해 북한돈으로 환전해 사용하도록 했다. 이곳에서는 1달러 당 신권 100원에 환전이 이뤄진다. 또 생필품의 가격 안정을 위해 1월부터 쌀과 계란, 식용유, 비누 등의 국정가격을 인하하는 한편 시장에서 거래 때 가격상한제를 도입했다.

북한 사회과학원경제연구소 이기성 교수도 화폐개혁 이후 "일시적으로 부분적 불안정 상황이 있었지만 사회적 혼란은 없었으며 불안정한 상황도 곧 수습됐다󰡓고 평가했다. 통일부도 "북한 당국이 화폐개혁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 현재 시장 물가 및 환율은 하락 추세"라고 분석했다.

화폐개혁 이후 발생한 후유증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북한 내부에 사회적 혼란이 심각하지는 않은 상황이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지난 3월 평양을 방문했던 한 해외 무역업자는 "상점이 다시 문을 여는 등 화폐개혁 이후 발생한 혼란이 상당 부분 정상화됐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사실 한·미 당국이 우려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대목은 북한 내부의 불안정성이 아니라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북의 대미·대남 유화노선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4월 15일 고 김일성 주석의 98회 '태양절'을 맞아 이뤄진 인민군 제567대연합부대의 종합훈련 및 화력 시범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참관한 이 훈련을 "평양시 안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 당 무력기관·정권기관·사회단체·성 중앙기관 일꾼(간부)들, 과학·교육·문화예술·보건·출판보도 부문 일꾼들, 여러 군부대 지휘관들"이 지켜봤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많은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처럼 이번 군사훈련은 대외적인 무력시위 성격과 내부 결속 성격을 동시에 가졌다. 특히 지난해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으로 조성된 '제3차 북핵위기'가 하반기에 대화국면으로 잠시 전환됐다가 다시 긴장국면으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제567대연합부대의 종합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제3차 북핵위기' 2단계 국면에 들어서나?

지난 6일 발표된 미국의 핵태세검토(NPR) 보고서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NPR 보고서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해 비확산 의무를 준수하는 비핵보유국에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소극적 안전보장(Negative Security Assurance)'을 제공한다고 밝히고, 북한과 이란을 대상에서 제외했다.

북한은 즉각 반발했다. 북한 외무성은 NPR과 관련해 "미국의 핵위협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억제력으로 각종 핵무기를 필요한 만큼 늘리고 현대화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북한은 아직까지 전면적인 대결노선으로 선회하지는 않은 듯하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는 우리의 변함없는 목표"라면서 한반도와 세계의 비핵화를 실현하자면 미국이 북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고 신뢰구축 조치를 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다시 한 번 촉구했다. 남북관계에서도 금강산에 있는 남쪽 당국의 자산을 동결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여전히 대화의 여지를 남겨뒀다.

그러나 북한이 모든 대화의 여지를 접고 '대결국면'으로 상황을 몰고 갈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의 한 대북소식통은 "북 내부에서 '성과 없는 더 이상의 북미대화, 남북대화는 무의미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북미간 '통큰 협상'과 남북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제기한 사람들의 입지가 점점 축소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올해 초 북한의 한 관계자는 "경제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올해 국내외적 상황이 북한으로서는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이 올해 설정한 대외적 목표의 달성은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특히 갑작스럽게 터진 천안함 사건은 대외환경을 개선하려는 북한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올해 설정한 목표 달성을 위해 한미 당국의 '전략적 인내'를 돌파할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지금 상황에서는 그것이 유화책보다 강경책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물론 북은 북중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외자유치가 필요한 상황과 긴장을 높여 지지부진한 북미·남북대화에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의도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볼 때 북의 선택은 '경제'보다는 '안보' 우선이었다. 만약 정부가 천안함 사건을 북한과 연계된 것으로 발표할 경우 북한의 '행동 시점'은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17일 천안함 침몰에 자신들이 관련되어 있다는 주장은 '날조'라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이런 마당에 북한이 인정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가 과연 있을지 의문이다.

일부에서는 '북한 공격설'을 가정해 정부 당국에 자위권 행사 및 군사적 조치를 검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자칫 북한의 '군사행동'에 빌미만 제공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북한이 본격적으로 대남·대미압박에 나설 경우 한반도 정세는 지난해 상반기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기국면이 조성될 것이다.

'전략적 인내'를 견지하며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대북압박의 강도를 높이려는 한미와 지난해 '3차 북핵위기'의 재현을 통해 선택을 강요하려는 북한이 정면충돌할 경우 그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같은 우려가 단순 기우에 그치길 바랄 뿐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